자신의 운동화에 맥주를 따라 마시는 카일 맥긴 서호주의회 하원의원. / 서호주의회 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경제]
과거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종종 목격했던, 이제는 한국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신발에 술 부어 마시기' 행위가 호주 의회에서 깜짝 등장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퇴임을 앞둔 노동당 출신 카일 맥긴 서호주의회 하원의원은 자신의 마지막 연설을 전하며 "이 연설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오랫동안 고민했고 이 방법 밖에 없었다"면서 탁자 위에 올려둔 자신의 검은색 운동화에 캔맥주를 따라 붓기 시작했다.
이어 그는 "저는 해고당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이 일을 마치는 것이 좋을 것 같긴 하다"면서 "서호주 의원들과 유권자들을 위해 2번의 훌륭한 임기에 감사드린다, 건배!"라고 외쳤다. 이후 운동화에 따랐던 맥주를 단숨에 들이마셨다.
갑작스러운 맥긴 의원의 퍼포먼스에 알라나 클로헤시 의회 의장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의장은 "지금 당장 자리에 앉으라!"라고 소리쳤지만 주변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웃자 "존경하는 의원님께서 의회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아주 미세한 선을 넘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거다, 이제 그의 연설은 끝난 것으로 본다"라고 장내를 정리했다.
맥긴 의원의 퍼포먼스를 본 일부 시민들은 "비위생적"이라며 불쾌한 반응도 보였다. 서호주 의회의 규칙에 따르면 술은 물론 그 어떤 음료도 하원에 반입해서는 안 된다.
출처 / WAtoday, Hamish Hastie
석유 굴착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출신이던 카일 맥긴은 동료 두 명이 근무 중 사망하면서 지난 2012년 정계에 입문했다. 광업과 목축 지역을 대표해 왔던 그는 자신을 "우연한 정치인"이라고 부르곤 했다. 그는 "12학년(대학교)에 실패하고 문신을 한 자신이 정치인이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었다"면서 "의회에도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축하하고 싶었다"라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맥긴 의원의 행동은 '슈이(shoey)'라고 부르는 호주의 독특한 축하 문화다. 기쁜 일이 있을 때 신발에 맥주나 샴페인 같은 술을 부어서 마신다. 호주 출신 포뮬러원(F1) 레이서 다니엘 리카르도가 경주에서 우승한 뒤 신발에 샴페인을 부어 마시면서 널리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