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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공략 나선 하이트진로]
22~24년 소주 수출 연평균 40%↑
마트·창고 할인점 등 全채널 입점
K팝·드라마 인기에 경제 성장 겹쳐
'값싼' 독주 대신 깔끔한 소주 인기
점유율은 미미, "현지 마케팅 지속"
필리핀 마닐라 남부 파라나케시에 있는 대형마트 '퓨어골드' 주류 코너에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을 비롯한 소주가 진열돼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평일 기준 이곳에서 하루 참이슬 소주 24~30병 정도가 판매된다고 한다. 마닐라=박준석 기자


#1. 18일
필리핀 마닐라 남부 파라나케시(市)에 있는 대형마트 '퓨어골드(Puregold)'.
현지 서민들이 주로 찾는 이곳 주류 코너에 낯선 브랜드의 맥주·브랜디·럼주 사이로 낯익은 술이 눈에 들어왔다.
하이트진로의 통합 소주 브랜드 'JINRO(진로)'
였다. 자두에이슬 같은 과일 소주부터 참이슬 후레쉬·오리지널까지 라인업이 총망라돼 있었다. 소주를 살펴보던 필리핀인 안드레아(21)는 "일주일에 한두 병 정도 산다"며 "한국 드라마서 소주 마시는 장면을 자주 접하다 입문하게 됐다"고 했다. 그의 '최애' 소주는 참이슬 후레쉬. 그는
"필리핀에서 주로 마시는 럼, 브랜디 등 독한 술보다 훨씬 부드럽고 숙취도 덜한 게 장점"
이라고 했다.

19일 마닐라 북부 마카티시에 있는 창고형 할인 매장 S&R에서 참이슬 시음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2. 다음 날
마닐라 북부 마카티시에 있는 창고형 할인 매장 S&R
. 필리핀 강남이라 불리는 부촌(富村) 마카티에 자리 잡은 유료 회원제 매장인 만큼 주류 코너는 수백 가지가 넘는 위스키, 와인 등 값비싼 술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진로 소주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니코(25) S&R 바이어는
"K팝, K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 소주 수요가 확실히 존재했기 때문에 취급
하게 됐다"며
"도매상, 슈퍼마켓, 외식업자 등 기업간거래(B2B) 회원들이 S&R에서 소주를 대량 구매하고 있다"
고 했다. 그는 소주 판매량은 대외비라면서도 "필리핀 전역에서 31개 매장을 운영하는 S&R은 주류 판매량과 유통량 모두 업계 상위권 수준"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가 소주를 내세워 필리핀 시장 공략에 속도
를 내고 있다. 필리핀 경제 성장, 한류 열풍 등으로 현지에서 '프리미엄' 술로 취급되는 소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2019년 필리핀 현지 법인을 설립한 하이트진로는 수년간 노력 끝에 편의점은 물론 마트, 쇼핑몰, 창고형 할인 매장까지 전(全) 유통 채널에 진로 소주를 포함
시켰다. 과거 마닐라 같은 대도시의 한국계 음식점·슈퍼에서나 볼 수 있던 소주를 필리핀 전역, 어디서나 접할 수 있게 된 것. 더 나아가 대대적 마케팅을 통해 필리핀의 일상에 소주가 녹아들도록 하겠다는 게 목표다. 다만
맥주나 브랜디 중심의 주류 문화, 상대적으로 높은 소주 가격 등 대중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도 있다
.

교민 반토막에도 소주 수출 高高

19일 필리핀 마닐라 파식시에 위치한 주류 유통업체 K&L 창고에 하이트진로 소주가 보관돼 있다. 마닐라=박준석 기자


28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2023년 이 회사의 필리핀 소주 수출량은 2013년 대비 3.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필리핀 재외 동포가 61.2%(8만8,102명→3만4,148명) 급감했음에도 수출 물량이 늘어난 것
. 최근 3년(2022~2024년) 동안 연평균 필리핀 소주 수출 증가율도 41.7%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필리핀 소주 시장에서 진로 소주 점유율은 67%로 압도적 1위로 추정된다"고 했다.

실제
진로 소주를 현지 식당·편의점 등에 공급하는 유통업체 K&L이 연간 취급하는 소주 물량만 컨테이너 600개 분량
에 달한다. 컨테이너 1개에 소주 1,260박스(1박스당 20병)가 실리는 점을 고려하면
1,500만 병이 넘는 규모
다. 필리핀 주류 전문 유통업체 PWS가 유통하는 진로 소주 물량은 이와 별도다. 강정희(51) K&L 대표는 "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2018년부터 해마다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남부 민다나오섬에서도 진로 소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소주가 영토를 넓혀가는 배경은 복합적
이다. 무엇보다
한류가 결정적
이었다. 19일 마닐라의 한인 밀집 지역인 말라떼에 있는 식당 '삼겹살라맛'에서 만난 랄리(29)는 "한국 드라마에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워낙 많이 나와 호기심에 접하게 됐다"며 "떡볶이, 삼겹살과 소주의 조합을 좋아한다"고 했다.
2024년 10월에는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참이슬 오리지널로 소맥(소주+맥주)을 만드는 영상이 화제가 되며 필리핀에서 진로 소주 인지도가 치솟았다
고 한다.

여기에 필리핀 경제가 매년 5, 6%씩 성장하면서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점도 소주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필리핀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교민 김모씨는 "현지 서민이 마시는 도수 40도 이상의 '저가' 럼은 질이 좋지 않다"며 "낮은 도수, 깔끔한 맛의 소주를 접하고 환호하는 이유"라고 했다.

'맥주의 나라' 필리핀

필리핀 마닐라 말라떼에 있는 식당 '삼겹살라맛(Samgyupsalamat)'에서 고객들이 하이트진로 소주를 마시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다만
필리핀 주류 시장에서 소주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
이다. PWS에 따르면 현지 브랜드 '산미구엘'을 비롯한 맥주 점유율이 71.0%로 압도적이다. 소주가 속한 증류주 점유율은 23.8%에 불과하며 증류주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주류도 브랜디와 진, 럼 등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소주 가격도 대중화의 걸림돌
이다. 마닐라 파사이시에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 쇼핑몰 'SM 몰 오브 아시아'에서
참이슬 오리지널 1병(360ml)은 120페소(약 3,000원)
에 판매 중이었다.
필리핀 국민 술로 불리는 엠페라도르(Emperador) 브랜디 1 리터(L) 가격은 197페소(약 5,000원)에 불과
했다. 게다가 K소주 인기에 엠페라도르가 출시한 유사 소주 '쏘 나이스(So Nice)' 1병(360ml) 가격은 참이슬의 58%(70페소·1,700원) 수준에 불과했다.

필리핀 주류업체 엠페라도르(Emperador)가 출시한 유사 소주 '쏘 나이스(So Nice)' 제품 사진. 360ml 1병당 참이슬 가격의 58% 수준인 70페소(약 1,7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엠페라도르 홈페이지 캡처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은 "
소주 값 문제는 우리가 넘어야 할 허들 중 하나
"라면서도 "
유통 채널 접근성, 도수 측면에서 브랜디보다는 소주가 경쟁력 있다
고 본다"고 했다. 이어 "필리핀 젊은 세대가 소주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현지화 마케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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