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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동물복지 이야기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13일 동물병원을 방문해 반려견을 안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11일 전남 강진군 강진오감통시장을 찾아 한 지지자의 반려견을 품에 안고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제공, 뉴시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동물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공약을 내건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기호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아직 동물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거의 동시에 동물 공약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김문수 후보는 동물의 복지나 보호 제도보다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편의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지난 21일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가 내놓은 '새롭게 대한민국 국민 매일 약속'의 9번째 차례로 '사람도 행복해지는 반려동물 정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반려동물 진료비 경감과 ‘펫공원, 펫카페, 펫위탁소 등 편의시설 확대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내놓은 동물 정책은 반려동물 편의시설 확대, 진료비 부담 경감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홈페이지


진료비 경감 방안으로는 동물병원에서 제공하는 모든 의료 서비스 항목을 표준화해 비용 온라인 게시를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해당 공약에 대해 한 수의사는 “진료 건마다 다양한 검사와 치료 방법을 복합적으로 조합해야 하고, 동물의 상태, 종류, 특성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진료 과정을 표준화해서 공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김문수 후보 공약 중 공공 영역과 관련된 공약으로는 유기동물 입양 지원과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지원 확대가 유일하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에게 진료·사료비, 펫보험 가입 등을 지원해 유기동물의 자연사와 안락사를 최소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유기동물 입양 지원금 제도’는 이미 문재인 정부부터 시행 중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서 동물을 입양하면 입양자에게 15~25만원 정도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입양 지원금 정책은 유기동물 입양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정책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펙셀스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문제는 이 정책이 입양률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동물보호센터에서 민간 가정으로 입양된 구조 동물은 2021년 3만8,000마리, 2022년 3만1,000마리, 2023년 2만7,000마리에 불과하다. 2023년 기준 전체 입소 동물의 24.2%에 불과한 수치다.

반면 폐사, 안락사로 죽어 나가는 동물은 전체 입소 동물의 50.9%로 절반을 넘었다. 미국 내 발생하는 유실·유기동물 통계를 집계하는 '쉘터애니멀스카운트'의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590만 마리 유실·유기동물 중 70%는 입양되었고 사망 처리(Non-live outcome)된 비율은 13%에 그쳐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어웨어가 2024년 반려동물 양육자 1,1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자체 동물보호소에서 입양을 꺼리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동물을 사전에 알 기회가 부족할 것 같다’, ‘질병이 있을 것 같다’, ‘사육 환경이 열악할 것 같다’ 등을 들었다. 단순히 입양지원금 지급으로는 입양 수요를 늘릴 수 없다는 이야기다. 보호소에서의 동물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동물보호센터로 유입되는 동물을 줄이고, 동물보호소의 환경과 관리 수준을 개선하고 시민 접근성을 높이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경청투어에서 반려동물 의료보험에 대한 시민 의견을 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반려동물 양육자보다는 전반적인 동물보호 체계를 정비하고 다양한 동물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 후보는
▲동물보호에서 동물복지 중심 체계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 ▲반려동물 양육비 완화, ▲동물학대와 유기 방지로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 확산, ▲농장동물, 동물원의 야생동물, 실험동물, 봉사동물, 경주마 등 반려동물 이외의 동물 복지 개선
등 4개 공약을 제시했다.

세부 공약 중에는 ‘동물복지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정책이 눈에 띈다. 현재 동물과 관련해서 40개가 넘는 법률을 다양한 부처에서 관장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동물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 법률 외에도 동물의 이용을 진흥하는 진흥법도 상당수다.

비록 산업에서 사용되는 동물이라 하더라도 물건과 달리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의 특성과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기본법으로 규정하면 동물복지 기준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 공약 중에는 공공 성격의 반려동물 진료소로 취약계층이 양육하는 동물과 구조·입양된 동물, 동물병원이 없는 지역의 진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정책이 주목할 만하다. 현재 전국 270개 동물보호센터 중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보호소는 71개소밖에 되지 않고, 이 중에서도 동물 진료를 전담으로 하는 수의사가 있는 보호소는 몇 되지 않는다. 나머지 157개소는 민간에 위탁해 운영된다.

위탁 시설의 경우 대부분 마리 당 보호 비용을 지급받는데, 주어진 예산으로는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동물이 있더라도 치료가 어렵다. 구조·입양된 동물에게 치료를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른바 ‘마당개’로 불리는 비도심 지역의 동물을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 지원을 확대하면 동물보호센터로 유입되는 동물의 숫자도 감소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가 반려견 '말이'와 함께 대통령선거 동물 공약을 발표하는 영상을 찍고 있다. 민주노동당 유튜브 캡처


권영국 후보는 '동물복지를 넘어 '동물권'으로 대전환‘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반려동물만 동물로 여기는 현실을 넘어 동물과의 공존, 공생의 사회로 대전환‘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새만금, 가덕도, 제주제2공항 등 신공항, 설악산과 지리산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등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하는 건설 계획을 막아 야생동물 서식지를 보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산천어 축제와 소싸움 등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동물 축제를 폐지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민법 개정으로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명문화하고, 헌법에 국가의 동물보호 의무를 명시하겠다는 공약도 이미 민법과 헌법 개정 논의가 이어져 온 만큼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이나 동물실험을 ’폐지‘하겠다는 공약 같은 경우,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23년에 사용된 실험동물 458만1,798마리 중 177만5,987마리가 법률로 요구하는 규제 시험에 사용됐다. 동물실험을 완전히 폐지하려면 동물실험을 요구하는 법률 전체를 개정해야 한다. 동물실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시험을 활성화하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5년 안에 동물실험을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려동물 진료비 경감 공약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공약 중 하나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입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공약도 있었다. 반려동물 진료비 관련 공약이 대표적이다. 이런 공약들은 되풀이하기 이전에 장애물이 무엇이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동물 학대범의 동물 사육권 제한, 가짜 동물보호소(신종 펫숍) 금지 등은 2024년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약에도 등장했고, 제도화하기 위한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었지만 국회에 계류돼 있다. 총선 후 1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그 사이 여러 사건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법안만 발의하고 논의가 공전하는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충분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후보들이 동물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것이 당연한 모습이 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동물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는 뜻일 것이다. 1,500만에 이르는 반려동물 가구의 ’펫심‘만 노리는 공약보다는 동물복지가 취약한 지점을 발굴하고 개선하려는 공약이 동물에 도움이 된다. 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의 동물 공약을 확인하고 투표하고, 선거가 끝난 뒤, 약속을 지키는지 감시한다면 동물의 미래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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