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부부가 각자의 국민연금을 합쳐 매달 500만 원을 넘게 받는 부부 수급자가 등장했다. 역대 최고 수령액을 받는 부부는 제주에 거주하는 60대 후반으로 남편(69)은 월 259만7670원, 아내(68)는 282만9960원을 받고 있다.
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부부 합산 최고 국민연금 수령액은 월 542만 7630원으로 집계됐다.
직장인 부부의 월급 합계액 800만 원의 60%를 웃도는 수준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노후 소득 기준에도 부합한다. 또 부부 기준으로 건강한 노후 생활에 필요한 적정 생활비인 월 296만 9000원도 훌쩍 뛰어넘는다.
매달 약 542만원을 받는 이 부부는 국민연금만으로도 이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어서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셈이다.
이들 부부의 '역대급' 국민연금 수령 비법은 장기 가입과 초기 높은 소득대체율 적용, 수령 연기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부부가 국민연금 최고 수령액을 기록한 첫 번째 비결은 가입 연도.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초기부터 장기간 가입했다는 것이다.
부부 모두 국민연금 제도가 첫발을 뗀 1988년부터 가입했고 남편은 27년 9개월, 아내는 28년 8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납입했다. 이 기간에 이들 부부가 납부한 보험료는 총 1억 7476만6500원(남편 8506만1100원, 아내 8970만5400원)이다. 부부 가입자 급증두 번째 비결은 이 부부가 가입했던 초기 국민연금은 현재보다 높은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적용받았다는 것.
국민연금은 시행 당시 40년 가입 기준으로 생애 평균 소득의 70%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등 소득대체율이 워낙 높았다. 1998년과 2008년 두 차례의 연금 개혁을 거치며 현재(2025년 기준) 소득대체율은 41.5%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이 부부는 연금 수령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연금 연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국민연금은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출 경우 연기 기간에 따라 연 7.2%(월 0.6%)씩 연금액이 가산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최대 5년까지 연기가 가능하며, 이 경우 연금액은 최대 36%까지 늘어난다.
남편은 원래 2017년 1월부터 월 157만 6970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5년을 연기해 2022년 1월부터 수령하면서 첫 달 연금액이 233만 2090원으로 크게 늘었다. 아내 역시 2019년 5월부터 월 180만6260원을 받을 수 있었으나 5년 뒤인 2024년 5월부터 276만 6340원을 받기 시작했다.
한편 국민연금에 함께 가입해 노후를 준비하는 부부가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말 35만5000쌍에서 매년 들더니 2024년 말 78만3000쌍을 기록했다. 5년 사이 부부 수급자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1월 말에는 79만2015쌍으로 집계돼 80만쌍에 육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