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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치매' 걱정 없어. 나이는 많이 먹었어도 아직 정신은 또렷해. 매일 친구들 만나서 노래도 부르고…" - 최○○ (90세)

"자식 입장에서 부모님께 먼저 '치매'라는 말 자체를 꺼내는 게 힘들죠. 더군다나 '치매' 걸리셨을 때 부모님의 '돈'과 관련된 일이라면 말하기 더 어려워요. 가족들끼리 다툼이 생길 수도 있고…" - 치매 환자 보호자

■ "말 꺼내기 불편", 부모도 자식도 외면한 사이… '치매 머니' 154조 원

치매 환자 100만 시대.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치매'는 여전히 부모 자식 사이에서 꺼내기 민감한 주제입니다. 특히 부모님의 자산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 보니 치매 환자들이 평생을 일궈온 자산, 이른바 '치매 머니'는 우리 사회에서 사실상 방치돼 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추산한 '치매 머니'는 2023년 기준 150조 원이 넘습니다.

치매 환자 1명당 평균 1~2억 원 수준. 액수가 큰 데다 소유자의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 보니 범죄의 표적이 되기 십상입니다.


■ 믿었던 친척도, 은행 직원도 노리는 '치매 머니'… 대책은 공백

A 씨는 지난해 치매를 앓는 어머니의 통장에서 수억 원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대부분 어머니가 요양원에 있던 사이에 돈이 빠져나갔습니다. 어머니는 돈이 빠져나간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합니다.

친척들이 어머니의 불완전한 인식 상태를 이용해 돈을 빼돌리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

인출 시 치매 등으로 의사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되면 무효가 되지만, 어머니는 돈을 돌려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증명 책임이 오롯이 치매 환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경찰 등 수사기관도 가족 간의 재산 다툼으로 보고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게 치매 환자 보호자 말입니다.

심지어 믿었던 은행 직원이 치매 환자의 예금을 제멋대로 해지해 가로채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피해 사실을 치매 환자가 사망한 뒤에야 알았습니다. 치매 환자는 투병으로 인해 통장을 확인할 수 없었고, 자녀라 하더라도 부모의 자산을 대신 관리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 '성년 후견인' 제도로는 역부족 … "범죄 노출 여전"

154조 원 '치매 머니'를 노리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치매 환자와 가족들은 속수무책인 상황.

사실상 유일한 대책은, 치매 환자가 법원이 지정하는 '성년 후견인'에 자산 관리를 맡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년 후견인 지정까지도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진단서 제출과 법원 심사, 정식 후견인 지정까지 최대 1년 이상 소요됩니다. 그 사이 '치매 머니'는 고스란히 범죄에 노출될 위험에 처합니다.

또 병간호로 가뜩이나 버거운 치매 환자 가족들이 법원을 오가며 성년 후견인을 신청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가족이 없는 치매 환자라면 성년 후견인을 신청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단점이 명확합니다.


■ "'임의 후견제' 대안…금융기관 신탁도 병행해야"

이런 한계로 전문가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게, 치매에 걸리기 전에 미리 후견인을 지정하는 '임의 후견 제도'입니다.

의식이 또렷했을 때 후견인을 지정하는 것이라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히 반영됩니다. 또 가족 간 다툼의 여지도 적습니다.

치매에 걸렸을 때 타인이 마음대로 돈을 빼돌리는 것을 일차적으로 방지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여기에 금융기관에 자신의 자산을 처리할 방법까지 미리 신탁해 놓으면 치매에 걸려도 돈을 통제하에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25년 뒤 치매 환자 300만 시대 전망…'치매 머니' 대책 시급

정부가 검토 중인 '공공 신탁제도'도 대안으로 꼽힙니다. 정부나 공공기관 등 공공의 영역에서 치매 환자의 자산을 대신 관리하는 것입니다.

공공기관의 감독 아래 치매 환자의 자산이 관리·집행돼 그 과정이 상대적으로 명확합니다.

또 치료비나 돌봄비에 자산이 활용돼 치매 환자 자산이 통장에 장기간 묶여 있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단 분석도 나옵니다.

[관련기사]
빼돌리는 사람이 임자?…154조 ‘치매 머니’ 관리 시급

■ 저고위 "'치매 머니' 살릴 후견·신탁 활성화 추진"

KBS 보도 등을 통해 '치매 머니' 관련 지적이 이어진 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최근 열린 제13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정부 차원에서 후견·신탁 제도와 금융 상품을 교육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민간 신탁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걸린 부동산까지 신탁재산 범위 확대 △신탁된 부동산 유동화 지원 △의료·세무 등과 연계한 신탁 업무위탁 범위 확대 △신탁 가입 시 추가 인센티브 지급 등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치매 환자 가족 특성상 민간 신탁을 이용하기 어려운 만큼, 취약 계층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신탁을 제공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이 같은 '치매 머니' 관련 대책은 연말까지 구체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부는 수요를 못 따라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전문 후견인 양성을 위한 교육 강화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현재 공공에서 양성하는 후견인은 보통 월 20만 원 정도를 받는 등 처우가 열악한 상황이라 이를 현실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1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치매 인구는 25년 뒤엔 300만 명을 넘길 걸로 예측됩니다.' 치매 머니'도 그만큼 늘어나는 만큼 제도 보안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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