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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으로 칭하겠습니다" (1차 공판기일, 검찰 공소사실 발표)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따라가 봅니다.

국회로 진입한 무장 계엄군. 12·3 비상계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다섯 번째 공판의 증인은 국회로 출동한 계엄군 260여 명을 현장에서 지휘한 이상현 전 특전사령부 1공수여단장입니다.

이 전 여단장은 법정에서 국회에 특전사 병력이 투입된 경위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습니다.

■이틀 전부터 '대비 태세' 지시…"북한 도발인 줄"


이 전 여단장의 증언은 비상계엄 선포 며칠 전부터 이어진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경고'에서 시작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일, 곽 전 사령관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제주도 훈련을 연기하라'고 이 전 여단장에게 지시했습니다.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2일에도 '북한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대비 태세를 잘 갖춰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이 전 여단장이 '어떤 위협이 있냐'고 물었지만,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곽 전 사령관은 이런 지시를 내린 지난해 12월 1일, 이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계엄 상황이 있을지 모르니 비상 상황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비상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밤, 이 전 여단장은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편의대 2개 조를 국회와 민주당사에 보내라"는 지시와 "건물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내보내라"는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편의대는 사복 차림으로 위장해 정찰과 정보 수집을 맡는 인원을 뜻합니다.

여러 차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란 지시를 받았던 이 여단장은, 이 지시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군사적 조치인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법정에서 울려 퍼진 육성…"문짝 부숴서라도 의원 끄집어내"

국회에 도착한 이 전 여단장 눈에 가장 먼저 띈 건 상공에 떠 있는 헬기였습니다. 당시 헬기에는 707특수임무단 대원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 전 여단장은 "707특임단의 위상은 우리 특전사 요원들에게 상당히 크다"며 "이거 보통 상황이 아니구나, 이거 테러야 도발이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여단장은 당초 "트럼프 정부 말기처럼 민간인들이 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게 아닌가, 민간인들을 끄집어내는 게 우리 임무라고 인식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부와의 통화를 거치면서, 이 전 여단장은 "나중에 돼서야 의원들을 끄집어내는 게 사령관의 지시란 걸 인식했다"고 했습니다.

이 전 여단장은 이때부터 '민간인'이 아닌 '의원'들을 끄집어내란 곽 전 사령관의 지시를 부하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짝을 부숴서라도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하는 이 전 여단장의 통화 녹취가 법정에서 그대로 재생되기도 했습니다.

이 전 여단장은 "평소에 '문짝', '부숴', '끄집어내' 이런 용어를 잘 안 쓴다"며 "한쪽에 비화폰을 들고 한쪽에는 핸드폰을 들고 (지시를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도끼로라도 문 부숴서 끄집어내' 지시…"윤 전 대통령으로 이해"


이 전 여단장의 지시에 윤 전 대통령이 등장한 건 시간이 조금 더 흐른 새벽 1시쯤입니다.

이 전 여단장은 부하에게 "대통령이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라고 한다"는 지시를 전달했습니다.

그는 "곽 전 사령관이 '대통령님께서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래'라고 하고 2, 3초 뜸을 들이더니 '전기라도 끊을 수 없냐'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고 했습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이 지시가 곽 전 사령관→이상현 전 여단장→김형기 1대대장 순으로 전달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 '도끼로라도'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다"라고도 했습니다.

검사가 "곽 전 사령관이 '대통령이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검사가 재차 "'도끼로 부수라'는 지시가 곽 전 사령관이 아니라 대통령 지시라고 이해했다는 거냐"고 묻자, "그렇게 이해했다"고 답했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아직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도끼로라도 부수고 끄집어내라'고 했다는 건 자신의 진술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 듣고 정신 바짝"…시민들 보며 철수 결심

이 전 여단장은 "시민들이, 아주머니가 울부짖으면서 '민주주의를 지켜야 돼'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 보고 '아, 이게 지금 정상적인 군사작전이 아니구나' 인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때쯤부터 곽 전 사령관 지시에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언급됐고, 이 전 여단장은 "정신이 바짝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전 여단장은 "일반적인 군사작전을 할 때 상급 지휘관이 지시하지, 대통령이 지시하지 않는다"며 "길거리에 있는 시민들의 행동을 보고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닌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전 여단장은 자신이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상부의 지시를 부하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기만 했단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계엄이 발생했으니 국회에 들어가서 의결 못 하게 하라'고 하면 누가 그 의무를 수행하겠냐"며 "사령관이 '북한의 위협'이라 해둔 것에 꽂혀서 판단했다가 다시 아니라고 파악했을 때, 늪의 한가운데 들어가 있고 부하들이 뒤를 따라서 쭉 들어오는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확히 묻고 정리하고 지시해야 했는데, 불명확하게 지시한 점은 명확히 지휘관의 잘못"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검찰,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영장 발부 요청

이날 공판에선 윤 전 대통령의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를 두고 윤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의 공방도 벌어졌습니다.

검찰은 지난 23일 재판부에 대통령경호처 내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공범들이 비화폰으로 내란 범행을 실행했다"며 "공모관계와 구체적인 지시 시점을 명확히 알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의견서를 받아본 뒤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검찰은 신속한 증거 확보를 위해 경호처와 협의해 임의제출 형식으로 비화폰 서버 기록 확보에 나섰습니다.

그래픽:권세라 박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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