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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작전 세력 대부분 50대 안팎 중년들
“시세조종 수익은 줄고, 위험성 커져… 다른 시장으로 눈 돌려”

검찰은 지난해 ‘라임 사태’의 주범 이인광 에스모 회장의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코스닥 상장사 중앙첨단소재(옛 중앙디앤엠)·퀀타피아 2곳의 주가를 조작한 8명을 기소했다.

해외 도피 중인 회장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하들이 시세 조종에 뛰어들었다는 ‘영화 같은 스토리’, 기소 명단에 배우 겸 가수 이승기의 장인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화제를 모았지만, 코스닥 업계에서 주목한 포인트는 또 하나 있었다.

기소 명단에 적힌 이름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활동한 고인 물이라는 것. 한 코스닥 업계 관계자는 “돌아보면 한창 활동해야 할(?) MZ세대는 보이지 않고, 40~50대 중년들만 득실득실하더라”라며 “선수들이 다 늙어 죽고 나면 주가 조작할 사람도 없어질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이들은 “그렇다고 젊은 층이 시세조종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2030 젊은 세대, 이른바 MZ세대는 미국·홍콩 등 해외 주식시장과 코인(암호화폐)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감시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반면, 해외 주식시장과 코인 시장의 규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해 활동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 미국 주식이나 코인의 경우 국내 주식보다 등락폭이 훨씬 커 작전에 따른 기대 수익이 훨씬 높아 젊은 세대가 이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임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이인광씨(왼쪽)와 기업 사냥꾼 홍석종씨./연합뉴스, 조선비즈

2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영풍제지 주가 조작 사태도 비슷했다. 해당 사건에 가담한 수십명 중 상당수가 40~50대 중년이었다. 주가 조작을 총괄한 총책이 50대 후반이었고, 자금 관리를 담당하고 주식 매매에 나선 이들 대부분이 40대 중후반이었다.

​최근 상지건설 주가 급등으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사냥꾼 홍석종씨도 1970년생으로 50대 중반이다. 홍씨는 상지건설 외에도 2010년대 중후반 일어난 미제 주가조작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는다. 홍씨와 함께 활동한 적 있다고 하는 A씨는 “홍씨가 주도하는 주가조작 세력은 최근 10년간 10여 건의 주가조작 사건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상장사 25~30개가 홍씨 입김 아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홍씨는 일종의 설계자 역할을 했다. 자금을 댈 ‘전주’와 작전 매매를 통해 주가를 움직이는 소위 ‘선수’들과 함께 활동했다. 주가조작 정황이 나오는 상지건설의 정치 테마주 논란에서도 선수로 기업사냥꾼 혐의를 받았던 위모씨와 자금줄인 사채업자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손모씨가 언급된다. 위씨는 1977년생, 손씨는 1975년생이다.

정치권 게이트에 연루됐던 이모 회장도 아직 활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상장사 B사의 실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다. 이 모 회장은 1958년생이다.

2024년 12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발표한 코스닥 상장사 관련 주가조작 중간수사 결과. 9명의 피고인 중 MZ세대는 1명이 유일하다./그래픽=손민균

반면 젊은 세력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홍씨 일당을 취재하면 만난 이들은 2010년대 한창 늘어났던 MZ세대 선수들이 최근 코스닥 시장을 떠나고 있다고 증언했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검거 가능성도 커지면서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상자산 시장, 미국 주식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활동하는 세력은 대부분 MZ 세대에 속한다”며 “이들이 주식 시장에서 활동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거래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어 활동 세력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한국인의 주가조작과 관련해 요구하는 소셜미디어(SNS) 관련 자료도 늘고 있다. 국내 텔레그램 채널에서 미국 소형주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띄우는 사례가 늘었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SEC는 매년 금융감독원에 한국을 기반으로 SNS에서 활동하는 주가조작 관련 세력들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 자료 요구량은 꾸준히 늘고 있으나, 올해는 특히 요구량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사장은 “금감원을 거쳐 SEC에서 요구하는 자료가 많이 늘긴 했다”면서 “다만 멀리 해외에 있다 보니 조사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시세조종을 의도하는 사람들이 걸릴 가능성이 낮은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갖는 거 아닌가 싶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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