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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랑하는 게 사명’이라 말하는 간호사 류하은
팔로워 4.9만 ‘하묵’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복음 전하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류하은(29)씨의 모습. 오른쪽은 요양병원에서 류씨의 일상을 담은 SNS 콘텐츠 썸네일. 하묵 제공

밤낮이 바뀐 교대 근무, 쉴 틈 없는 병동. 고단한 일상인데 “간호는 곧 사랑을 전하는 일”이라는 믿음으로 환자 곁을 지키며 미소짓는 간호사가 있다. 누구나 더 선호하는 서울의 대형 대학병원을 내려두고 노인을 돌봐야 하는 요양병원을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더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며 일상의 따뜻한 순간을 인스타그램에서 나누는 간호사 류하은(29)씨다. 그가 운영하는 계정 ‘365 하묵(하나님 묵상, 하은 묵상)’엔 병동에서 겪은 이야기, 삶의 단상, 그리고 짧은 묵상 글 ‘From. 하나님’이 올라온다. 자신의 꿈이 ‘사랑을 전하는 간호사’라며 무해한 미소를 보이는 류씨의 인스타그램은 어느새 팔로워가 4만8000명을 넘어섰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말 한마디, 손 한번 잡는 행동에도 마음이 전해질 수 있다는 걸 간호 현장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기도해줘서 고맙다”며 손을 꼭 잡는 어르신의 말 한마디에 “하나님이 그 자리에 함께하신 듯한 따뜻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낙상 마렵다’ 사건(신생아 사진에 부적절한 표현을 붙인 대학병원 간호사 논란)을 언급하며 “간호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의 간호사도 환자에 대한 사랑이 있지만 열악한 환경 탓에 표현할 여유가 없는 것”이라며 동료들의 현실에도 공감했다.

“가장 낮은 곳으로”… 요양병원 간 이유
류씨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요양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장진현 포토그래퍼

류씨는 한때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다. 많은 간호사의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곳이었지만 그는 “첫 2년 내내 매일 퇴사를 꿈꿨다”고 털어놨다. 밥도, 물도 제대로 못 마신 채 온종일 뛰어다녔고, 몸과 마음이 지쳐 병원에 다니는 날도 많았다.

기도할 때마다 “아직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며 2년 반을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예배 중 “이제 너의 여정을 여기서 마무리해도 좋다”는 응답을 받았다. 그는 그날을 “집에 가며 춤추듯 걸었”던 날로 기억했다.

하지만 막상 결단을 내리려니 ‘계속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안정적인 월급, 누구나 알아줄 병원의 이름값, 이런 것들을 내려놓을 때 주변에서 바라볼 시선…. 자신 역시 그런 ‘세상의 가치들’에 잡혀 있었음을 마주하게 됐다.

내려놓는 것이 순종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하나님의 부르심은 ‘가장 낮은 곳으로 가라’는 것이라는 걸요.”

류씨는 예배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에 대한 메시지에 깊은 울림을 받았다. 요양병원 구인 공고가 유독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자신에게 맞는 사역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지난해 10월부터 그는 요양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랑”
류씨가 지난해 11월 요양병원에서 근무 중 환자와 소통하며 안고 있는 모습. 하묵 제공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루하루 어르신을 더 따뜻하게 대하고, 더 자주 웃어드리고, 더 친절하게 말 거는 일이죠.”

요양병원은 치료나 병의 완치보다는 생명의 마지막 여정을 돕는 ‘돌봄의 영역’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환자실은 환자들의 상태가 위중한 경우가 많아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을 마주하게 된다. 노인이 대부분인 환자들에게 20대 류씨는 다정한 손녀처럼 다가서려 한다.

조금이라도 친절하고, 다정하게,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해서다.

류씨가 지난 21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생태식물원에서 할머니와 찍은 사진. 오른쪽은 같은 날 류씨가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 하묵 제공

그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90대 중반의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류씨는 동료 간호사와 함께 손을 잡고 스케치북에 글을 써가며 마음을 전했다. 그런 다가섬을 처음엔 거절하던 할머니는 차츰 “사랑해요” “고마워요”라고 말하더니 함께 눈물도 흘렸다.

놀랍게도 할머니는 점차 회복돼 인공호흡기를 뗀 뒤 병동으로 옮겨졌고, 자신의 발로 걸어 퇴원했다. 그날 할머니는 “예수님 믿고 천국 가겠다”는 고백을 남겼다. 류씨는 “그분이 ‘고맙다’며 제 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복음을 전하는 데도 사랑이 우선이다. 먼저 사랑으로 마음을 보낼 때 복음도 나눠진다는 것이다. 류씨는 “‘저랑 같이 천국 가실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어르신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신다”고 말했다.

그런 뒤엔 함께 성경 오디오 앱으로 말씀을 듣거나 복음성가를 들을 수 있게 된다. 류씨는 “어느 날 찬양을 듣던 할머니가 ‘따라 부를 것 같아’라고 웃으셨을 때, 하나님이 일하심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SNS 통해 위로 전하는 묵상
지난 5월 하묵 계정에 올라온 SNS 묵상 콘텐츠 'From. 하나님'의 이미지. 오른쪽은 하묵 계정에 업로드된 묵상 글을 모아 같은 달 출간된 책 표지 모습. 하묵 제공

류씨는 2023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SNS 묵상 콘텐츠 ‘하묵’을 운영해 왔다. CCC에서 훈련받던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써온 묵상을 정리해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새벽예배 릴스를 계기로 팔로워가 수만명으로 늘었다.

‘From. 하나님’으로 올리는 묵상엔 일상 속에서 때때로는 지치고 무너진 청년들을 위한 위로의 편지가 담겨 있다.

“간호사로 일하다 너무 힘들어 울던 날, 하나님이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실까 상상하며 썼어요. 제 글인데도 하나님의 위로처럼 느껴져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올려 온 묵상 콘텐츠를 모아 ‘하나님께 DM이 왔습니다’라는 제목의 책도 최근 펴냈다. 자존감 미래 불안 비교 죽음 등 누구나 겪는 고민을 놓고 청년의 질문과 그에 대한 하나님의 답장을 덧붙이는 형식이다.

“걱정 마. 내가 네 아빠야. 사랑한다.”

책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첫 장 마지막에 쓰인 이 문장이다. 류씨는 “하나님이 아버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든 고민을 내려놓을 수 있다”며 “그분의 사랑이 청년들에게 가장 큰 위로로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심을 담아 보세요… 당신도 사랑을 전할 수 있어요”
간호사 류하은(29)씨 모습. 장진헌 포토그래퍼

류씨는 퇴근 후 함께 사는 치매를 앓는 조부모를 돌본다. 병원에서도, 집에서도 어르신들과 함께하지만 그는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요양병원 어르신들은 제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같아요. 퇴근 후 현관문을 열면 진짜 조부모님이 계시고요. 그 순간 또 행복해져요. 함께 산책하고, 색칠공부도 하고, 간식도 챙기고, 성경도 같이 써요.”

다만 류씨의 병원 근무는 이달을 끝으로 일단 마무리된다. 가을 예정된 결혼과 함께 집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돕는 걸 우선하고 싶어서다. 그는 이후 계획에 대해 “하나님께 맡긴 상태”라면서도 인스타그램 묵상 계정 ‘하묵’을 통한 일상나눔은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주변에 사랑을 전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진심을 담아 일해보라”고 조언했다. 그가 ‘하묵’ 계정 초기에 올린 릴스 가운데 가장 큰 반응을 얻은 영상은 환자들과 따뜻하게 소통하고 지내는 모습을 담은 것이었다. 그는 “그 영상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진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며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고 그게 그대로 전해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든 진심을 담아 일한다면 그 안에 하나님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거예요. 그러면 사람들도 ‘저 사람, 뭔가 다르다’고 느끼게 될 거예요.”

류하은씨 인터뷰를 담은 '더미션 인사이트 영상'. 김영광 PD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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