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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선 12·3 불법계엄 선포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전국 법정 중 대법원 대법정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다음으로 큰 이곳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들도 거쳐 간 장소다.

경향신문은 이 역사적인 재판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고인 윤석열’을 둘러싸고 나오는 법정 공방을 매주 연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장관 등 전·현직 군경 관계자들의 재판이 열리고 있는 서울중앙지법과 중앙지역군사법원의 재판 과정을 기록해, 전 국민을 혼돈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2024년 12월3일 ‘계엄의 밤’을 재구성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ㆍ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불법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 밤, 이상현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1공수여단장(준장)은 북한의 도발 때문일 거라고 확신했다. 계엄 선포 전부터 ‘북한 상황이 엄중하니 대비태세를 갖추라’고 신신당부하던 상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말을 믿었다. 그런데 계엄이 선포되자 곽 전 사령관은 돌연 ‘부하들을 데리고 국회로 가라’고 했다.

“뜬금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령관에게 ‘국회에 무슨 일 있습니까’ 질문했더니 ‘비상계엄 선포됐어’라고 말씀하신 게 정확히 기억납니다. 그러더니 1개 대대는 국회의사당, 1개 대대는 의원회관으로 보내서 ‘건물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내보내라’고 하셨습니다.”

이 준장은 사령관의 지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대로 따랐다. 그는 군 병력 269명에 국회 출동을 지시한 혐의로 군사법원에 불구속 기소돼 있다.

이 준장은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유리창을 깨서라도 국회 안으로 들어가라”는 지시를 받고 현장에서 계엄군을 지휘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생뚱맞았던 지시를 받고 혼란스러웠던 그날 밤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미국 ‘1·6 의회폭동’ 같은 소요사태가 벌어졌나?” 아리송한 상태로 부하들과 국회로 갔다

이 준장은 12월4일 밤 0시쯤 2개 대대와 함께 국회로 출동하면서 부하들에겐 이렇게 지시했다. “의원회관으로 가서 안에 있는 민간인들을 회관 밖으로 전부 퇴장시키는 게 우리 임무야. 세부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내가 먼저 도착해서 알려줄게.” 이때 이 준장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임기 말에 있었던 의회 난동 사태처럼 의원들과 민간인들이 섞여 있는, 그런 상황 정도로 생각했다”며 곽 전 사령관이 말한 ‘끌어낼 인원’이 국회의원을 뜻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한 무장군인들이 국회본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0시25분쯤 국회에 도착한 이 준장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국회 상공을 날고 있는 헬기가 먼저 보였다. 특전사 내에서도 ‘최정예 부대’로 꼽히는 707특임단까지 투입됐다는 것도 이때 처음 알았다.

“일부 시민들은 제 차량에 달려와서 유리창을 두드리고, 욕설도 했습니다. 707특임단까지 들어가는 긴급한 상황이라면 지금 소요사태가 맞구나, 이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빨리 저희도 투입돼서 작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민들의 소요가 아니라,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준장은 이때부터 곽 전 사령관의 지시가 과격해지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곽 전 사령관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유리창을 깨서라도 국회 안으로 들어가라” “국회 본관으로 들어가서 의원들을 다 끄집어내라”고 했다. 이 준장은 “‘뭔가 이상한데’ 하는 생각이 조금씩 짙어졌다”고 했지만, 그날 밤엔 곽 전 사령관의 명령을 그대로 부하들에게 전달했다.

검사 측은 당초 ‘민간인을 내보내라’고 지시했던 이 준장이 10여분만에 곽 전 사령관의 말대로 지시를 하달한 이유가 뭐냐고 추궁했다. ‘계엄 상황이라도 의원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게 명백한 불법이라는 건 알 수 있었지 않냐’고도 물었다. 이 준장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렇게 답했다.

“사령관님이 가장 많은,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이 지시를 받아서 부하들에게) 맹목적으로 지시했던 게 잘못인 것 같습니다. (사령관이) ‘빨리와, 빨리와’ 해서 가다보니 늪의 한 가운데 들어가 있고 제 부하들이 뒤로 따라서 쭉 들어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처음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의원들끼리 싸움이 났다는 건지 정확히 묻고 지시했어야 하는데 단순히 전달만 했습니다. 이건 명확히 지휘관의 잘못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지난해 12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앞에서 무장군인들이 진입을 시도하다 국회 직원 등 시민들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수동적으로 지시를 따르던 이 준장은 국회 앞에 있던 한 시민이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울부짖는 모습을 봤다. 그는 ‘정상적인 군사작전이 아니다’라는걸 불현듯 깨달았다고 했다. 국회 진입을 재촉하던 곽 전 사령관이 전화에서 ‘대통령님’을 여러 번 언급하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도 그제서야 들었다. 이 준장의 증언에 따르면 그날 밤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명령이라며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 “전기라도 끊을 수 없냐”고 지시했다.

“그전까지는 군사작전으로 생각했는데, 사령관님과의 통화에서 ‘대통령님’이라는 말이 나와 상황을 다시 인식하게 됐습니다. 일반 훈련이나 군사 작전에서는 대통령이 지시를 하지 않는데 갑자기 ‘대통령님’이 나오고, 길거리의 시민들의 행동을 보니까…. 이건 소요사태가 아니고, 도발도 아니고, 우리(군인)가 잘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93분 → 6분 → 0분 … 법정서 침묵하는 윤석열

윤 전 대통령의 재판에선 ‘국회 봉쇄’ 시도와 관련한 증인 신문이 총 5차례 진행됐다. 계엄 당일 국회에 투입된 군인들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직·간접적으로 들었다고 공통되게 진술했다. 이들은 ‘지시를 받자마자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거나 ‘당시엔 혼란스러웠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니 부당한 지시였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나 이런 명령을 내린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은 단 한 마디의 사과나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두 번째 정식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파면 열흘 뒤 열린 1차 공판에서는 93분을 할애해 증언에 직접 반박하고, 검사와 재판부에 큰소리를 내며 재판 진행에 불만을 드러내던 윤 전 대통령은 2차 재판에선 6분 동안만 말했다. 3차·4차·5차 공판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눈을 지그시 감고만 있었다. 취재진의 ‘포토라인’ 앞을 지나면서도 ‘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하실 생각이 없느냐’는 등 질문이 나왔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계엄과 내란은 다르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6일 재판에서도 송진호 변호사는 내란에 연루된 군인 등의 공모 관계를 알기 위해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달라는 검사 측 주장에 대해 “계엄을 위해 비화폰을 나눠준 게 내란 모의과정과 동일하다는 건가”라며 “계엄이 내란이라는 건지, 계엄을 모의한 게 왜 내란인지 정확히 밝혀달라”며 언성을 높였다.

윤 전 대통령의 재판과 따로 열리는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의 재판과 군사법원에서도 ‘국회 봉쇄 시도’와 ‘정치인 체포조 운영’ 등 정황과 관련한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군사법원에서 열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재판에서는 여 전 사령관이 직속 부하에게 정치인 등 주요 인사 14명 명단을 불러주면서 “그 인원들을 잡아서 구금시설, 그니까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로 이송해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여 전 사령관은 특정 인물들에 대한 ‘위치 파악’ 지시는 있었지만 체포 시도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는데, 직속 부하가 이와 상반되는 내용을 증언한 것이다.

지난 29일 윤 전 대통령과 같은 법정에서 열리는 조 청장 등 경찰 간부들의 내란 혐의 재판에서는 계엄 당시 조 청장이 ‘수사관 100명 정도 명단을 준비해달라’는 방첩사의 요청에 따라 명단 작성과 체포조 지원을 승인했다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간부의 증언이 나왔다.

‘총 쏴서라도 끌어내’ 지시에 99년생 군인은 생각했다…“이건 진짜 아니다” [법정 417호, 내란의 기록①]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공판기일에는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부관 오상배 대위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바짝 깎은 머리에 군복 차림을 하고 재판정에 성큼성큼 들어선 오 대위는 증인 선서를 하기에 앞서 재판부에 비공개 진행을 요청했다. “발언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 심리적 부...https://www.khan.co.kr/article/202505170600041

윤석열 ‘체포 지시’에 이진우는 블랙아웃이 왔고, 소령은 ‘우원식’을 검색했다[법정 417호, 내란의 기록②]“5개월 반 동안 한 번도 말씀 못 드린 건데….” 지난 20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재판에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증인석에 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계엄 당시 직접 통화한 인물이다. 군검찰 조사 때를 제외하면 그의 입에서 윤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나온 적은 없었다. 그러던 이 전 사령관이 처...https://www.khan.co.kr/article/202505240600031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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