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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론 재료 수집 '전광훈 자유마을'
동별로 인원 수 할당, 단체방에 현황 보고
검증 명목 투표 인원 관찰해 수기로 기재
본투표 전 음모론 적극 확산 창구 역할도
29일 서울 중구의 한 투표소 앞 카페에서 60대 여성이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의 수를 일일이 세어 흰 종이에 '바를 정'(正) 한자로 쓰고 있다. 해당 계수는 부정선거인지 감시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이유진 기자


21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투표소 앞. 77세 김모씨가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의 머릿수를 쉴 틈 없이 집계하고 있었다. 그는 '참관인 노트'라고 적힌 A4용지를 들고 있었다. 워터마크로 쓰여진 '바를 정(正)' 한자가 빼곡한 종이에 하나씩 획을 그으며 투표하고 나온 유권자 수를 1시간 단위로 파악하고 있었다. 김씨는 "사전투표 부정을 감시하는 활동"이라고 했다.

30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이런 행위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 측이 꾸린 지역별 조직인 '자유마을' 지침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전 목사 세력은 그동안 윤석열 전 대통령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왔다. 전국에 산재한 자유마을에선 동(洞)마다 회원들을 감시 인원으로 할당한 뒤 집계 결과를 보고 받고 있었다.

자유마을, 인원 할당해 음모론 재료 수집

투표를 마친 시민의 수를 육안으로 살펴 '바를 정'자로 기록하는 '투표 참관인' 노트.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장 앞을 지키며 부정선거를 감시하는 자유마을 주민에게 배부됐다. 독자제공


"동마다 2명, 무조건 명단 올려야 된대. 봉사라 생각하고 이틀만 고생해줘."


자유마을 회원인 김씨는 사전투표일 며칠 전부터 서울 중구 자유마을 '총책'에게서 이런 주문을 받았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기표자 수를 조작할 수 있으니 사전투표소 앞에서 투표에 참여한 인원을 직접 집계하는 부정선거 감시단에 참여하라는 것이었다. 자유마을은 전 목사가 2022년 9월부터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설파하려고 전국 3,500여 읍·면·동에 만든 풀뿌리 조직이다. 김씨에게 연락한 총책은 중구의 15개 동 자유마을 관리자로 알려졌다.

이 총책은 '
동별 할당이 있다'며 김씨 외에 감시 인원 1명을 더 투입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씨는 이에 지인에게 소개 받은 A(68)씨에게 '투표 출구조사 집계를 도와달라'고 설득했다. 김씨와 교대한 A씨는 본보에 "'참관인 노트'라 해서 공식기관(선관위)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 아니었던 거냐"며 황당해했다.


인천 강화군 자유마을 단체채팅방에 회원들이 각 면에서 집계된 사전투표 현황보고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이처럼 이번 대선에선 사전투표 부정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 전국 단위 자유마을에서 상당수 인력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9, 30일 투표가 끝난 오후 6시쯤 인천 강화군 자유마을 단체채팅방에서도
"OO면 마감했습니다" "△△면 사전투표 보고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메시지와 함께 집계표를 촬영한 사진들이 대거 올라왔다. 기표하고 나온 사람 수를 '바를 정(正)' 한자로 적는 칸과 시간대별 투표자 수를 기입하도록 한 '참관인 노트' 양식은 서울 중구에서 김씨 등이 배부 받은 것과 일치했다.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엔
'자유시민들은 사전투표 인원 수를 직접 계수하라'
는 회원들의 현수막 기념사진도 단톡방에 올라왔다.

감시단의 동력은 애국심 고취였다. 감시단을 자처한 자유마을 회원들마다 부정선거를 바로잡아서 나라를 구하겠다는 결의를 내비쳤다. 전광훈 목사도 30일 긴급생방송을 켜고 "모든 부정선거는 사전투표, 여기서 다 일어나는 거거든"이라며 "민주당 의석 중 절반은 가짜, 이번 대통령 선거는 무효"라고 지지자들을 부추겼다.

"숫자 안 맞아"...벌써부터 부정선거론 '스멀'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하지만 감시단 집계의 신뢰도는 의문이다. 사전투표소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육안으로 확인하는 정도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선 행인과 유권자 구분도 어렵다. 김씨는
선관위의 사기 행각을 주장하며 잠시 입구에서 시선을 뗐다가 황급히 손에 쥐고 있던 참관인 노트에 '바를 정(正)' 한자 2개를 그었다. 김씨는
감시를 멈춘 1분 사이 10명이 투표를 완료하고 나왔다고 봤지만, 실제로 투표소에서 빠져나온 유권자는 셋뿐이었다. 김씨는 말했다. "
많이 다녀서 한눈팔면 다 놓쳐…"


그럼에도 느슨한 약식 집계는 일찌감치 극우 세력의 부정선거 음모론 재료로 소비되고 있다. 30일 자유마을 중앙공지방에는 '사전투표 최악… 천호1동 투표자 수 900명, 선관위 발표 2,000명'이라는 게시글 캡처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공지방에는 '김문수 후보 긴급 담화문'도 공유됐다. △부산 수영구 광안2동 △부산 남구 등에서 수기로 집계한 투표자 수가 거론됐고, "선관위 발표와 100명 이상 차이가 난다"며 "사전투표 절차를 중단하라"는 주장이 담겼다. 하지만 이는 김 후보 명의를 도용한 허위 글로 판명났다.

전 목사 측은 본투표일인 6월 3일까지 엉성한 집계를 내세워 부정선거 음모론을 키우는 방식으로 세력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극우 유튜버와 보수 인사를 중심으로 '사전투표 때 부정선거 단서를 찾았다'는 식으로 음모론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극렬히 선동하는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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