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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방송사 출구조사 이번엔?

6·3 대선이 단 사흘 앞으로 다가오며 방송사 출구조사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출구조사의 의의는 비밀투표로 진행되는 선거에서 어떤 유권자들이 누구에게 표를 던졌는지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있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선거 결과를 몇 시간이라도 먼저 예측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에서 진행된 총 9건의 출구조사 중 8번이 실제 승자를 맞혔다.

출구조사의 기원은 196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문 여론조사원 루스 클라크가 1964년 메릴랜드주 예비 대통령 선거 투표자들을 만나기 위해 유권자들의 집 대신 투표장을 찾아간 것이 시초다. 그 3년 뒤인 1967년엔 유력 방송사 CBS가 워런 미토프스키 등 전문가들과 협업해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 출구조사를 도입했고, 1972년에 처음으로 전미 단위 선거에 출구조사가 쓰였다.

국내에선 1995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출구조사가 허용되지 않았다. 비밀선거 원칙을 지키기 위해 투표 마감 시각까지 선거인이 어떤 후보자나 정당에 투표했는지 질문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법 개정을 통해 제한적으로나마 출구조사가 허용된 뒤로도 몇 년간은 전화를 통한 예측조사가 계속됐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대면 출구조사는 1999년 두 차례의 재보궐 선거와 그 이듬해 16대 총선을 기점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도입 초기엔 물리적 제약이 컸다. 1999년까지는 투표소에서 500m 넘게 떨어진 곳에서만 조사 요원이 투표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 같은 거리 제한은 이후 거듭된 법 개정을 거쳐 2012년 투표소 50m까지 줄어들었다. 21세기 주요 선거 때마다 실시돼 온 출구조사지만 정확성을 둘러싼 의문을 완전히 떨치진 못했다.

특히 선거구당 조사인 수가 적은 총선 출구조사가 자주 논란에 휩싸였다. 예상 획득 의석 범위가 넓은데 그마저도 맞지 않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22대 총선 때는 국민의힘이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웃도는 108석을 얻었고, 그 직전의 21대 총선에선 거꾸로 3사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당선자 수를 과소 예측했다.

반면 대선 출구조사는 비교적 높은 정확성을 보여 왔다. 그간 대선에서 방송사 합동으로 혹은 개별적으로 실시된 9건의 대면 출구조사 중 8건이 당락을 맞혔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KBS·MBC 공동 조사(50.3%)와 SBS 단독 조사(51.3%)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과반 득표를 예측해 실제 득표율 48.7%과 다소 차이는 있었으나 이 전 대통령의 당선 사실 자체는 맞혔다.

윤석열-문재인 대결서 처음 깨져


2002년 16대 대선부터 이어진 적중 행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신승한 2022년 20대 대선에서 처음 깨졌다. 지상파 3사 조사는 윤 전 대통령이 48.4%, 이 후보가 47.8%를 받을 것으로 예측해 실제 선거 결과에 근접했으나, JTBC 조사에선 이 후보(48.4%)가 윤 전 대통령(47.7%)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출구조사 자체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윤 전 대통령과 이 후보의 실제 득표율 격차가 0.73% 포인트에 불과할 만큼 ‘역대급’ 접전이었기 때문이다. JTBC 출구조사와 두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채 1% 포인트도 차이나지 않았다.

갈수록 높아지는 사전투표의 비중을 고려한 대책도 어느 정도 효과를 증명했다. 20대 대선 당시 사전투표율은 36.93%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지상파 3사는 사전투표 기간 직후 전국 1만여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토대로 사전투표 표심과 본투표 표심 사이의 괴리를 좁혔다. JTBC도 같은 취지에서 전화 등을 통한 심층 면접조사를 진행했었다.

공정성 검증·선거 분석에도 활용

출구조사의 강점은 여타 여론조사 대비 표심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다양한 내용을 묻기 힘들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투표자의 성별·연령대 등을 통해 선거 결과를 해석하는 기초 자료로 자주 인용되는 이유다.

때론 선거 관리의 공정성을 가늠할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지난해 7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한 베네수엘라 대선이 가까운 예다. 당시 미국 에디슨리서치는 출구조사 결과 상대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30% 포인트 이상 앞선다고 밝혔으나 정작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발표하면서 주변국의 비판을 받았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화 조사는 응답자의 실제 투표 여부를 알기도 어렵거니와 샘플링 문제 등으로 인해 같은 시기에 시행해도 편차가 크다. 반면 출구조사는 투표한 사람을 곧바로 인근에서 인터뷰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하다”며 “선거 결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21대 대선 출구조사는 지상파 3사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꾸린 방송사 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에서 실시한다. 조사 대상은 본투표일인 다음 달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10만명가량이다. 또 사전투표자 예측을 위해 이와 별도로 1만1500명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시행한다.

방송사 AI 동원 개표방송 경쟁

이번 선거 개표 과정에선 각사의 개표방송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KBS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을 전면에 내걸었다. 후보자 득표 현황 그래픽, 출구조사 초읽기 등에 AI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MBC는 유시민 작가와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을 초빙한 토론을 간판 삼는다. 앞서 정치 성향 진단 서비스 ‘정치혈액형’을 내놔 화제몰이에도 성공했다. SBS는 확장현실(XR) 기술로 만든 스튜디오에서 개표방송 토크쇼를 진행한다. ‘광장’ ‘대통령 집무실’ 등의 가상 스튜디오를 XR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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