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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바닥 민심은? “50대까지는 이재명, 70대 이상은 김문수 더 지지”

“우리집 가장 제 아내. 부족한 저를 늘 돌봐주고 늘 뒤에서 도와준, 살림을 맡아서 살아준 제 아내가 뭐 잘못된 게 있습니까.”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운데)가 30일 강원 춘천시청 인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울컥’했다. 유세 도중 그가 말을 잇지 못하게 한 주인공은 44년을 함께 산 아내 ‘설난영 여사’였다. 김 후보는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30일 마지막 선거운동 일정인 강원도 춘천 집중유세에서 노동운동 시절 만나 전두환 정권의 ‘계엄 사태’로 부부의 연을 맺고, 본인 대신 가장 역할을 해온 아내에 대한 애정과 미안함을 드러냈다.

해가 뉘엿뉘엿 진 오후 7시 15분쯤. 춘천시청 앞 유세장에 김 후보가 양팔에 어린아이 둘을 하나씩 안고 무대 위로 등장했다. ‘제 아내가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적힌 흰색 반팔 티셔츠 차림이었다.

김 후보는 티셔츠 문구를 가리키며 “제가 이렇게 하고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구로공단에서 근무하던 중 세진전자에서 노동위원장을 하던 아내를 만났고, 1980년 계엄이 터지면서 아내가 마련해준 다락방에서 삼청교육대 소집을 피했고, 결혼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 후보는 “정말 어려울 때 저를 숨겨주고 지켜준 사람”이라며, 결혼 후에도 감옥에 간 자신을 대신해 아내가 가장 역할을 해왔다고 덤덤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내가 우리 집 가장이고 저는 그냥 건달이다. 데모하다 감옥가고 돈 벌어서 갔다 준 적도 없다”며 “이런 무능한 남편을 만나서 고생을 많이 했다. 제가 감옥갈 때 딸도 혼자서 다 키웠다”고 덧붙였다.

이어 진보진영 대표 논객인 유시민 작가가 설 여사를 향해 비하성 발언을 한 것을 두고 “학력으로 제 아내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는 걸 들으면서 상당히 가슴 아팠다”며 울컥한 듯 잠시 말을 잊지 못했다.

그는 “제가 처음에 대통령 선거에 나간다고 하니 (아내가 이혼) 도장 찍고 나가라고 했다. 도와달라고 사정해서 한 달 만에 나왔다. 출마 했는데 온갖 욕을 먹고 상처받고 하는 걸 보니 제가 가는 길이 가시밭길”이라며 “44년 동안 저를 지켜주고 함께해준 아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유세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연신 “맞습니다” “힘내세요” “옳소”라며 호응했다. 김 후보의 발언에 감동한 듯 눈물을 보인 어르신도 보였다. 김 후보는 앞서 강원도 원주 유세에서도 같은 문구의 티셔츠를 입고 “아내가 자랑스럽다. 제가 바로 팔불출, 공처가”라며 “(유 작가가) 제 아내보고 완전히 붕 떠있다고 한다. 우리 정치가 이래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유세 말미에 김 후보는 청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에게 꽃다발을 전달받고, 도지사 시절 갈고 닦아온 수화 솜씨를 뽐내며 수화로 짧은 인사도 나눴다.

한편 논란이 거세지자 유 작가는 이날 유튜브 채널에서 “표현이 거칠었던 건 사과한다”며 여성이나 노동자를 비하하려던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30일 강원 춘천시청 인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춘천 유세 현장엔 400여명의 인파가 몰려 들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바닥에 앉아 편하게 유세를 지켜봤다. 이들 중 소수는 김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법리스크, 민주당의 줄탄핵 시도를 언급할 때마다 큰 박수로 호응했다.

직선제가 실시된 13대 대선부터 지난 20대까지 춘천은 지난 19대 대선을 제외하면 모두 보수정당 계열 후보에게 지지율 1위를 안겼다. 다만 22대 총선에선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 갑과 을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반반씩 깃발을 꽂았다. ‘보수 텃밭’은 옛말이라고 할 정도로 그동안 보수 진영에 힘을 실어줬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실제로 뜨거웠던 유세 현장과 달리 멀찍이 떨어진 곳에선 반응이 갈렸다. 만난 이들은 “젊은 층에선 이재명 대선 후보가, 노년층에선 김문수 후보가 우세한 편”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김 후보가 도착하기 전 유세장 근처 공원에 있던 김모씨(71세·남)는 춘천 민심에 대해 “막상막하라고 하는데 모르겠네”라고 했다. 이어 “70대 전후반은 물어보면 ‘나라가 반듯해야 하는데 부도덕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제대로 하겠나’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나이 좀 드신 분들은 반듯하게 생활한 김문수씨를 많이 택하는 거 같고 저도 그렇다”며 “젊은 사람들은 내가 잘 접해보진 않았지만 자식들하고 얘기해보면 나하고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역시 유세장 인근에서 만난 윤모씨(43세·여)도 “청렴결백하고 국민을 위해 진심으로 할 것 같아서 김 후보를 지지하러 왔다”며 “진실되지 않는 사람은 나라도 잘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보수 진영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한 유권자도 있었다. 유세장 인근에서 의류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30년째 민주당 지지자’인 정모씨(54세·남)은 “60대까지는 이재명 대표고, 70대 이상은 김문수”라며 “내란당으로 나온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게 웃기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후보에 대해선 “소방관한테 전화하지 않았나. 후보로 나오면 안 되는 사람인데 국민의힘에서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운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에 대해선 “일 잘하고, 판결은 아직 안 났지만 뒷돈 챙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또 민주당 의원들이 요즘 일도 열심히 한다”고 평가했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은 대선을 나흘 앞두고도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유세장에서 다소 떨어진 길에서 만난 김모(43세·남)씨는 투표 의사는 있다면서도 “두 후보 다 마음에 안 든 것도 있고 나라 경제가 다 힘드니까 누가 되든 똑같은 것 같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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