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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가버 미국 하버드대 총장이 29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 야드에서 열린 제374회 졸업식에서 연설하는 도중 졸업생들의 기립박수에 두손을 가슴에 모으며 감사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 각지에서 모여 이 자리에 함께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모습입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 캠퍼스 ‘하버드 야드’에서 열린 제374회 졸업식. 연단에 오른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이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우리 졸업생들 역시 가까운 이웃에서, 미국 곳곳에서,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이 자리에 함께했다”며 ‘세계 각지에서(around the world)’란 대목을 힘주어 말하자 약 9000명의 졸업생들은 격한 환호성과 함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하버드대 외국인 유학생을 급진 좌파의 진앙으로 규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거듭되는 압박 속에서도 가버 총장이 하버드가 추구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재확인하자 기립박수로 성원한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인 중국인 출신 저우 빈(가명)은 중앙일보와 만나 “‘외국인 유학생 역시 하버드의 한 부분이며 하버드는 당신들을 지지하다’는 의미”라며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고 외국인 유학생은 하버드를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에서 졸업식이 열린 29일(현지시간) 이 학교 졸업생과 그 가족들이 줄을 지어 행사장에 들어가고 있다. 케임브리지=김형구 특파원


총장 “확신과 무지는 동전의 양면”
가버 총장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기를 꺼리지만 절대적 확신과 의도적 무지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그 동전은 가치가 없지만 비용은 어마어마하다”고도 했다. 확증 편향에 갇혀 자신에 반대하는 세력을 악마화하고 무차별 공격을 가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하버드대 외국인 유학생 등록 차단 조치, 유학생 이름ㆍ국적 공개 요구, 유학생 수 감축 요구 등 일련의 ‘하버드 때리기’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됐다.

졸업식을 맞은 하버드대생들 표정에선 미국 최고의 명문대 출신이라는 데 대한 자부심과 함께 어느 때보다 짙은 긴장감과 불안감이 느껴졌다. 학부 졸업생 마야 톰슨(가명)은 “우리는 질문을 하고 토론을 하는 법을 배웠다”며 “그 정신을 가지고 사회에 나갈 것”이라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특별연사 버기즈 “하버드 용기에 감사”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에서 졸업식이 열린 29일(현지시간) 특별 연사로 나선 에이브러햄 버기즈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가 축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졸업식의 하이라이트인 특별 연사로 나선 에이브러햄 버기즈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다양성’을 강조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질타하는 말로 졸업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에티오피아 출신 인도계 이민자인 버기즈 교수는 “정부가 (하버드에) 펴 온 일련의 가혹한 조치가 광범위한 불안과 고통을 불렀다”고 비판한 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하버드가 보여준 용기와 모범에 감사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검정 가운에 학사모를 입고 행사장에 참석한 졸업생들 중 수백 명은 외국인 학생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표시로 흰 꽃을 가슴이나 모자에 달았다. 자원봉사 학생들은 외국인 유학생 2명이 모금한 500달러로 마련한 800여 송이의 흰 꽃을 식장에 들어서는 졸업생들에게 나눠줬다. 흰 꽃을 왼쪽 가슴에 단 하버드 케네디스쿨(공공정책대학원) 한 졸업생은 “하버드는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곳”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다양성을 불편해 하더라도 우리가 배운 것은 결코 침묵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에서 졸업식이 열린 29일(현지시간) 한 졸업생이 외국인 학생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표시로 흰 꽃을 학사모에 장식한 채 걸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에서 졸업식이 열린 29일(현지시간) 한 졸업생이 쓴 학사모에 외국인 학생을 지지하는 의미의 문구가 적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흰꽃ㆍ스티커 달고 외국학생 연대 표시
졸업식 행사장에 참석한 각 대학원장 등 교수진들도 동참했다. 행사장 무대에 오른 대부분의 교수진은 ‘외국인 학생 없는 하버드는 하버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달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외국인 학생 등록 인증을 취소하려 하자 하버드대가 낸 소장에 나온 문구다. 이날 졸업생을 대표해 연사로 나선 토르 라이만은 “하버드는 저항의 상징으로 그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하버드는 전국적 투쟁의 중심에 섰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마침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학생ㆍ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 취소를 재추진하는 데 대해 다시 제동을 걸고 하버드대 손을 들어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의 앨리슨 버로우스 판사는 이 사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미 행정부의 SEVP 인증 취소 조치를 차단해 달라는 하버드대 측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에서 졸업식이 열린 29일(현지시간) 이 학교 캠퍼스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케임브리지=김형구 특파원
이로써 해당 사건에 대한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하버드대는 기존대로 외국인 유학생 등록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졸업식 행사 도중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졸업생들 사이에서는 “또 이겼다”는 환호성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유학생 차단 정책을 놓고 폐쇄적 전체주의 체제 북한과 같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공저자로 잘 알려진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공개된 한 아르헨티나 언론 인터뷰에서 “하버드에 외국인 학생이 없는 상황은 정말 상상할 수 없다”며 “외국인 학생을 받지 않고 문을 닫는 것은 북한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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