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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발행한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모아 만찬을 즐겼다./연합뉴스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취임 직전에 자기 이름을 딴 코인을 발행합니다. 대통령은 이 코인이 자신에 대한 신뢰와 지지의 표시라면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이 코인을 거래하면서 가격이 형성되고 대통령은 발행했거나 앞으로 발행할 코인의 양에 이 가격을 곱한 만큼 새로운 재산이 생깁니다.

대통령은 코인을 보유한 사람들의 ‘신뢰와 지지’에 감사하며 식사에 초대합니다. 초대권은 제한이 있었고 불가피하게 코인을 가장 많이 가진 순서대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식사 자리에는 대통령의 팬들 외에도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이런저런 민원을 가진 국가와 기업, 집단들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들이 많은 코인을 사준 덕분에 코인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들은 대통령의 재산을 불려줬고 그 덕에 대통령을 만난 셈이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밈코인 만찬’ 논란에 대한 거친 요약입니다. 지난 5월 22일 워싱턴 근교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골프장에서 있었던 만찬에 220명이 참가했습니다. 뇌물수수와 이해상충 등 부적절성에 대한 지적에 더해, 스테이크가 별로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찍 자리를 떴다는 등 참가자들의 불만도 뉴스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검찰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블록체인·코인 산업뿐만 아니라 이 사건을 지켜보는 미국 사회에서는 대통령이 이래도 되는 거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공공연한 뇌물이라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발행한 밈코인인 $TRUMP 웹사이트에 올라온 “트럼프 대통령과 저녁 식사” 홍보사진./온라인 캡처
“미국, 이래도 되는 건가요?”미국의 법 체계에서도 뇌물수수는 의도(부당한 이익을 확보하거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와 수단(가치를 가진 것을 제공하는 행위)에 대한 정의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의도는 상당히 명확해 보입니다. 만찬 참석자들은 기자들에게 “트럼프에게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도를 굳이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암호화폐 고빈도 거래(HFT)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만 참가자는 현재 금지되어 있는 미국 시장을 열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왔다고 말하는 식입니다.

이날도 어김없이 바이든 정부를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은 참가자들에게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을 돕겠다”고 했는데 이것도 대가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의 코인 산업 규제가 대폭 완화되는 신호탄일 수도 있는데 이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대통령에 뽑아준 국민들이 아니라 트럼프 밈코인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된 모양새입니다.

수단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됩니다. 만찬 참가자 220명이 사들인 코인을 모두 합치면 1억4800만 달러어치(약 202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참가자들이 이 막대한 돈으로 ‘트럼프 접근권’을 ‘구매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 대형 투자자들이 많은 물량을 매입했기 때문에 트럼프 밈코인(티커 $TRUMP)의 가격이 상당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 1월 출시 당시 개당 0.18달러였던 코인의 가격은 한때 7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폭락했지만 현재 12~13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일가는 트럼프 기업(The Trump Organization)과 관계사들을 통해 $TRUMP 전체 공급량의 8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피셜 트럼프’ 밈코인은 구조상 손바뀜이 일어날 때마다 일정한 수수료가 발행자인 트럼프 기업에 입금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수료 수익만 최소 3억2000만 달러(약 439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트럼프 일가가 이 코인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외국인 정치 개입 방지 제도 무력화 논란도
지난 22일 미국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 밖에서 활동가들이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연합뉴스

외국인들이 연루되었다는 것도 미국인들로서는 찜찜한 부분입니다. 예컨대 220명의 트럼프 밈코인 상위권 보유자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순위에 있었던 것은 저스틴 선(35)이었습니다. 그의 본명은 쑨위천으로 중국 칭하이 시닝에서 태어난 중국인입니다.

베이징대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동아시아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7년 블록체인 프로젝트 트론을 창업해 큰돈을 벌었고 비트토렌트(블록체인), 폴로니엑스(거래소) 등을 인수했으며 아니모카(게임), HTX(후오비 거래소의 후신)에 투자하는 등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거물입니다.

미국인들은 자기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대통령에게 중국인이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했다는데 당혹감을 느낍니다. 저스틴 선은 현재 중국이 아닌 세인트키츠네비스 국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실치 않습니다. 2019년에는 최고 금액으로 낙찰되었던 워런 버핏과의 오찬을 한 차례 취소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중국 정부의 압박 때문이었다는 의혹이 나온 바 있습니다.

참가자 명단이 공식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저스틴 선을 포함해 외국인들이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외국인 정치 개입 방지 제도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미국 헌법은 연방 공직자가 의회 승인 없이 외국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을 금지합니다. 또한 외국 정부를 대리하는 사람들이 활동을 신고할 의무를 규정한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이나 외국인의 직접적인 선거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선거법 등 관련 법규가 많지만 트럼프 밈코인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백악관과 여당인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참석이었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공개하며 투명하게 하고 있다”며 큰소리를 칩니다. 물론 참가자들 중에는 “같이 사진을 찍거나, 악수를 하거나, 사인을 받는 정도로 만족한다”고 말하는 순수한 트럼프 팬도 있었습니다.

밈코인은 뇌물의 대상일 수 없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밈코인 특성상 그 자체로 내재가치는 없고 투기적 거래와 바이럴 정서에만 의존하는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보유자들은 트럼프 밈코인이라는 상품을 사들여 투자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가족은 망설임이 없어 보입니다.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최근 연설에서 ‘1기 때는 조심했지만 이번엔 조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트럼프 1기 때 트럼프 기업은 외국 정부와 신규 거래를 맺지 않았고 대통령의 경영 개입을 제한하는 등 자발적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주니어는 “그런 조치도 (비판의) 광기를 막지 못했다. 이번에는 규칙은 지키되 사업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기업은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 진출에 나섰고 중동 국가들과의 다양한 사업 계획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주니어가 경영진에 참여하는 워싱턴의 특별한 멤버십 사교클럽이 문을 연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트럼프 밈코인 비즈니스는 어쩌면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요.

김외현 비인크립토 한국·일본 리드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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