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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 편향·최신성 환상 등 11가지 인지 편향 분석
원시 뇌가 주술적 과잉사고 현대에 적응한 결과
극도로 불확실한 순간인 대선에 극적으로 드러나
27일 서울 상암 문화방송(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21대 대선 후보 3차 토론회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왼쪽부터)가 참석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27일 대선후보 3차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 행위를 묘사한 발언을 한 다음날, 여러번의 발언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 후보는 “심심한 사과”를 입에 올리고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검증을 위해 필요”했다며 “순화한 표현”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폭력 묘사 발언의 출처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이라는 게 알려지고 진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 후보와 남성 중심 커뮤니티의 밀착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는 이 후보에 대한 두둔 댓글이 여전히 많다. 자신의 지지자를 향한 ‘충심’과 지지자의 한결같은 지지, 서로 북돋는 이 관계는 ‘이준석 정체성 정치’의 근간을 이룬다. 이 끈적끈적한 관계를 어찌하랴. ‘확증 편향’은 정치의 국면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과 연관된 것을. 자신의 신념에 대한 증거는 귀에 쏙쏙 박히고 믿는 것과 다른 사실은 한 귀로 흘러나간다. ‘알고리즘 기반 뉴스피드’가 자신의 소리만 그대로 메아리치는 ‘반향실’을 조성하는 것이 대표적인 확증 편향이다.

대선 국면에 발간된 어맨다 몬텔의 ‘합리적 망상의 시대’는 극단적 정신 분열극의 생중계 현장 속에서 나타나는 웃프고 가련한 인간의 모습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몬텔은 컬트 공동체에서 지낸 아버지의 영향이 가미된 그릇된 믿음에 대한 책 ‘컬티시’를 쓰면서 ‘21세기 정신 착란’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다. 그는 “주변 세상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두뇌의 불완전한 능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 기만적 사고 패턴”인 인지 편향을 통해서만 이를 설명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대사회가 ‘주술적 과잉 사고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주술적 사고란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박근혜)가 대표적인데, 현실의 인과를 무시한 채 마음속 믿음으로 세상의 이치를 재단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과잉 사고란 지나친 정보 홍수에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의 혼란을 표현한다. 몬텔은 인지 편향이 두드러지는 때가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이판사판의 선거철처럼 극도로 불확실한 순간”이라고 했는데, 그가 설명하는 11가지 인지 편향을 대선 국면에 좀 더 적용해보자.

합리적 망상의 시대 l 어맨다 몬텔 지음, 김다봄 옮김, 아르테, 2만4000원

인간의 기억이란 어쩌면 이렇게 6개월을 안 가는 것일까. 이번 선거의 원인 제공자인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을 하던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전 대통령의 탈당에 대한 입장도, 계엄에 대한 입장도 모호하지만 지지율은 30%가 넘는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을 통해 전광훈 목사 옆에 서서 눈물 흘리던 과거를 지우고 ‘대선 후보’로서의 김문수를 새로 태어나게 했다. ‘최신성 환상’에서는 주의 집중 시간이 짧아지면서 중요했던 쟁점이 빠르게 다른 대상으로 옮겨간다. ‘환상 진실 효과’는 특정 진술을 단순히 반복해서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을 말한다. ‘반복’이라는 주술의 효과를 잘 알고 있는지, 김문수 후보는 대선 토론회에서 ‘진행 중인 여러 건의 재판-조사받던 측근 사망-사법 리스크-국민 걱정’이라는 상대 후보 비방 레퍼토리를 ‘포도가 왔어요’ 테이프 틀어놓듯이 반복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 미화만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발언을 할 정도의 뼛속까지 뉴라이트인 ‘쇠퇴론’에 기댄 인물이기도 하다.

김문수 후보는 노동운동가에서 우파 정치인으로 극적 변화를 겪었다. ‘계몽령’을 겪은 것이다. 계몽령은 ‘빨간 약을 먹었다’(영화 ‘매트릭스’)는 서구 극우 세력 상투어의 한국형 버전이다. 12.·3 계엄령의 명목이 극우의 음모론 ‘부정선거론’이었다. 선거를 앞두고서도 부정 선거론은 ‘망령’처럼 떠돌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사전 투표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선거 기간 내내 김문수 후보가 전국을 누비지만 그의 어깨에 손을 얹은 배후 조종자는 따로 있다. 거대한 사건에는 거대한 원인이 있기를 바라는 ‘비례 편향’에서는 음모론의 입구가 되는 음모론적 치료사를 다루는데, 이 영향력 있는 인물로 인해 “근본적인 신념에 한번 금이 가면 의심은 썩어가는 뿌리처럼 스며든다.”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낙연은 대선 후보 출마를 포기했다가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김문수 후보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전 대선에서도 경선 후보 탈락 뒤 지지자들은 공공연하게 ‘연이 아니면 윤이’라면서 국민의힘 지지를 밝힌 바 있다. ‘후광 효과’는 게걸스러운 애정을 표현하던 팬들이 갑자기 등을 돌려버리고 적극적인 반대자가 되는 이유를 알려준다. ‘주술적 과잉 공유의 시대’에 스타와의 거리감이 줄어들면서 팬들이 비합리적 요구를 한다. 후광 효과는 이재명 후보의 열성적 지지자를 등에 업은 정치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합리적 망상의 시대\'의 저자 어맨다 몬텔. 아르테 제공

책은 여러 ‘인지 편향’이 인간 진화상의 이유로 나타났다는 점을 설명한다. 후광 효과는 2000년 전 건강한 사냥꾼을 마주쳤을 때 그의 겉모습을 보고 그의 모든 것을 짐작하고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우울증 환자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는데 ‘과신 편향’이다. 이 또한 수렵 사회에서 자신감이 넘치는 이들이 승리하기 때문이라는 진화적 이점에서 나왔다. 확증 편향도 정보 과잉 시대에 혼란스럽지 않도록 사회적 현실을 우리의 신념과 일치시키려는 몸부림이다. 저자는 긴 기간이 아까워 착취적 연애를 계속한 자신을 ‘매몰 비용 오류’의 주요 예로 길어내는 등 인지 편향을 자신에 적용해 들려준다. ‘망상’의 바다를 건너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물음이 필요한 위험한 시대다. 11가지 편향으로는 위에 언급된 것 외에 다른 사람이 승리하면 자신이 패배한다고 생각하는 ‘제로섬 편향’, 다수의 죽음보다 소수의 생존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는 ‘생존자 편향’, 자신이 관여하면 쓰레기도 걸작으로 보이는 ‘이케아 효과’ 등이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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