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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민심 르포 격전지 ‘한강벨트’ 서울 성동구
28일 찾아간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축산시장 상가 풍경.

“대통령씩이나 하려고 나섰으면 머릿속에 ‘나는 나라를 이렇게 운영할 거다’, 그런 그림이 있어야지. 근데 안 보여. 그냥 상대방 헐뜯기만 하고.”

28일 서울 성동구 마장축산시장에서 만난 박갑모(73)씨가 혀를 차며 말했다. 시장에서 50년째 수입육을 팔고 있는 그는 “굳이 한 사람 꼽으라면 이재명한테 마음이 간다”고 했다. “그 양반은 그래도 ‘뭐를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니까. 도지사 할 때 계곡 평상도 큰 탈 없이 정리해버렸잖아? 기본적으로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야.”

인근 돼지고기 도매상에서 발골 작업을 하던 이아무개(71)씨는 선거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다 양아치 같은 놈들이야. 특히 이재명이. 그 사람 주변을 좀 봐. 아무리 지가 일 잘한다 번드르르 얘기해도 믿음이 안 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전 대통령을 찍었다는 그는 “매출이 바닥이다. 그나마 오는 사람도 제일 싼 고기만 찾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동구는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한강 벨트’(마포·용산·성동·광진·동작)에 속한다. 교통 요지인 왕십리역이 있고, 개발이 더딘 구도심(마장·용답 등)과 부동산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신도심(금호·옥수 등), 신흥 번화가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되는 성수동, 젊은층이 밀집한 대학가(한양대 주변) 등이 섞여 있어 ‘서울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2022년 대선에선 윤석열 후보(53.2%)가 이재명 후보(43.2%)를 10%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지난해 4월 총선에선 국회의원 선거구 두곳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이겼다. 3년 전 대선 패배의 설욕을 노리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한강벨트 주택 소유자들의 경계심을 낮추는 데 주력해왔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을 엿새 앞둔 28일, 서울 성동구에서 만난 자영업자와 시민들 반응은 “그래서 이재명을 찍는다”와 “그래도 이재명은 아니다”로 엇갈렸다. 다만 내란죄로 재판받는 전직 대통령 때문에 치르는 조기 대선인 만큼, 이번엔 자산가치에 대한 고려보다 ‘정치적 판단’을 우선시하겠다는 이도 만날 수 있었다. 옥수역 인근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전문직 서동윤(43)씨가 그랬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성동구도 강남과 같은 부동산 규제를 받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솔직히 있지만, 계엄의 충격이 너무 커서 이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대선을 왜 치르게 됐는지 생각하면 정권 심판을 위해 투표하는 게 맞다”고 했다.

한양대 먹자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영전(52)씨는 “이재명 후보의 지역화폐 활성화 같은 공약이 우리처럼 장사하는 사람들한테는 피부에 와닿는다”고 했다. 지난해 겨울 여의도 탄핵촉구 집회에 세차례나 나갔다는 그는 “계엄을 겪고도 어떻게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먹자골목에서 커피점을 하는 김영전(52)씨가 28일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내란 사태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지지해온 정당을 바꾸지 않겠다는 이도 있었다. 성수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최현철(71)씨가 그런 경우였다.

“김문수 그분, 도지사까지 한 양반이 아직도 봉천동 25평 아파트 산다잖아. 한마디로 ‘제2의 박정희’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한 건 잘못인데, 대통령한테 진짜 중요한 건 청렴결백이야.”

젊은층에서는 정치 불신이 깊어져 아직 마음을 못 정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아이티(IT) 업계 사무직인 김하늘(37)씨는 “대통령이 그 짓을 했는데 국민의힘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게 신기하다”며 “안 뽑을 후보는 확실한데, 누구를 찍을지는 아직 못 정했다”고 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양쪽 유권자 진영이 단단히 결집한 흐름은 여론조사 추세로도 읽힌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STI)에 의뢰해 지난해 12월4일부터 5월29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212개 여론조사를 분석한 대선 지지율 예측조사(여론조사 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29일을 기준으로 서울 지역의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44.2%, 김문수 후보 38%, 이준석 후보 11.2%였다. 지난달 21일 28.2%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격차는 한자릿수(6.2%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태다. 전국 7개 권역 중 부산·울산·경남(3.7%포인트), 강원·제주(5.5%포인트) 다음으로 격차가 적다.


장경태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중산층은 경제 이슈에 민감하고 국정운영 실력에 더 관심이 많다. 직접 다녀보면 지난 대선보다는 분위기가 확실히 더 좋다. 지난 대선 때 서울에서 31만표를 졌으니 이번에는 31만표 이상으로 이기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일호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은 “한강벨트는 재개발·재건축 이슈에 민감한데 국민의힘 공약에 전향적인 정책들이 많다”며 “대통령 선거 실시 사유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선거일이 가까워 오면서 지지층이 확실히 결집하고 있어, 지난 대선 때 득표율 50%를 얻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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