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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미래 먹거리' 영토를 넓혀라
[2] 정치에 휘둘리는 수소산업
中 정부 생태계 조성, 기업 키워
수소 선도국 일본 제치고 1위
생산 장비 가격 美·유럽의 75%
'규모 확장'에서 '질적 돌파' 전환

편집자주

다음 세대의 삶을 책임질 미래 첨단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추격자였던 중국이 선도국으로 변모하는 사이 한국 기술은 규제와 정쟁에 발목 잡혀 제자리걸음을 했다.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2부에선 미래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을 분석했다.
옌시창 궈홍칭넝(시노시너지) 부사장이 16일 오후 중국 궈홍칭넝 광저우 지사에서 연료전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광저우=신혜정 기자


“수소는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활용될 겁니다. 지금은 상용차가 대부분이지만, 선박과 드론은 물론 건물 보조전원으로도 쓰이겠죠. 그래서 수전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요.”

지난 1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산업단지에서 만난 수소연료전지 기업 궈홍칭넝(시노시너지)의 옌시창 부사장은 “그린수소 생산 기술이 다음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궈홍칭넝은 2023년 홍콩 증시에 상장한 주목받는 기업이다. 2015년 창업 이래 6,000여대의 상용차에 연료전지를 공급하며 매년 중국 시장 점유율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박용 연료전지를 개발해 2,000톤 화물선에 실증을 앞두고 있다.

연료전지 산업에서 성공을 거둔 궈홍칭넝이 수전해 솔루션 개발에 나선 건 기술에 대한 자신감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를 국가 전략 에너지로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50년까지 총 수소 생산량의 약 70%를 그린수소로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전적인 계획이지만, 한번 결정한 정책은 계속 추진된다는 걸 경험한 기업들에겐 미래 투자의 ‘정답지'가 주어진 셈이다.

그린수소 생산량 10여년 만에 30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재생에너지를 확대한 중국은 이제 ‘수소경제’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저장·운송할 대안으로 수소에 주목하면서 산업 육성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2022년 첫 수소 분야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한 이래 그린수소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에 따르면 2020년 약 1만 톤 이하였던 그린수소 생산량은 2023년 약 30만 톤으로 급격히 늘었다.

물론 화석연료로 만든 그레이수소를 포함한 전체 생산량에 비하면 그린수소 비중은 여전히 1%에 그친다. 중국은 이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청정수소 가치사슬(밸류체인)을 확립하겠다는 목표로 연간 약 4,000억 위안(약 76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이에 관련 프로젝트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중국의 그린수소 생산 설비 용량은 전 세계 설비(25만 톤)의 절반인 12만 5,000톤으로 늘었다.

'인내심 있는 자본'으로 기술기업 성장



빠른 성장을 견인한 건 중앙과 지방정부가 수년 전부터 공들여 키운 수소기술 기업들이다. 중국이 기술 자립과 신산업 육성 과정에서 강조하는 ‘인내심 있는 자본’ 투자가 선행된 것이다. 중국의 경제 분야 1위 성(省)이자 수소에너지 5대 중점 지역 중 하나인 광둥성도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연료전지 산업단지를 구축했다.

궈홍칭넝은 같은 해 포산시와 윈푸시의 투자를 받아 설립됐다. 당시 원천 기술이 없었던 궈홍칭넝은 캐나다 기업의 기술을 도입해 사업을 시작했다. “고속도로 산업처럼 일단 외국의 기술을 가져와 산업화한 뒤에 이를 기준으로 기술 혁신을 했다”는게 옌 부사장의 설명이다. 빠른 시장화에 전략에 따라 궈홍칭넝은 2017년 연 300메가와트(MW) 규모의 연료전지를 만들 수 있는 대규모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포산시의 수소버스 시범 도입, 2017년 상하이 엑스포의 수소 물류차 활용 등 정부의 수요 창출이 마중물이 됐다.

쩌우위취안 홍지촹능(시노하이키) 최고경영자(CEO)가 16일 중국 광저우 본사에서 회사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광저우=신혜정 기자


정부의 적극적인 생태계 조성도 초기 기업을 키웠다. 막전극접합체(MEA) 등 연료전지와 수전해 기술 핵심 부품을 독자 개발해 양산하고 있는 홍지촹능(시노하이키)은 2017년 창업 후 광둥성의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 16일 광저우의 홍지촹능 본사에서 만난 쩌우위취안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지원 비용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밸류체인의 상류, 하류 기업과 골고루 협력할 기회를 얻고 상용화 시기도 앞당겼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은 최근 수전해 기술 육성 과정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광둥성은 최근 광저우, 포산 등 각 도시에 8곳의 그린수소 생산 시설을 건설해 운영 중이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초원이 펼쳐진 중국 북부에 비하면, 공장과 아파트가 빽빽한 광둥성은 그린수소 생산에 최적의 지역은 아니다. 그럼에도 자체 프로젝트를 만든 이유는, 성 내 기업들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기술을 실증할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14일 방문한 중국 포산시 순더구의 한 수소 충전소. 국가급 수소 에너지 시범도시인 포산은 지난해부터 '순더 수전해 수소 플랜트' 운영을 시작해 연 3,000톤의 그린수소를 시내 충전소에 공급하고 있다. 포산=신혜정 기자


中 수소기술 공세에 세계시장 긴장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중국의 친환경 수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아스타뮤즈가 2013~22년 출원된 18만 건의 관련 특허를 분석한 결과, 중국은 전반적인 경쟁력은 물론 △생산 △저장 △운송·공급 △안전관리 분야에서 수소 선도국인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11~20년 조사에서는 일본에 밀렸지만, 2020년 중국이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한 뒤로 특허의 수와 질 모두 향상된 것이다.

더욱이 중국 기업들은 대량 양산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견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그린수소 생산 장비인 전해조 양산 능력 상위 15위 기업 중 9개가 중국 기업이다. 이들 업체의 전해조 가격은 미국·유럽 제품의 약 75%에 불과하다. 이에 지난해 9월 유럽연합(EU)의 수소산업 육성 기구인 유럽수소은행은 그린수소 사업 보조금 지원 기준에 ‘중국 조달 부품이 25%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기준을 신설했다. 유럽 수전해 업계가 EU에 ‘중국산 수전해 기술의 공세를 막아달라’며 우려를 표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지난 3월 열린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 그간 ‘규모 확장’에 초점을 두었던 수소 에너지 정책을 ‘질적 돌파’로 발전시키겠다고 결의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항공모함 수준’의 벤처 펀드로 첨단기술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양회에서 수소 에너지와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펀드 규모는 약 1조 위안(약 200조 원)이다.

중국이 수전해 기술에서 가격와 품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면 수소 시장 장악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글로벌 수소 시장 보고서에서 “2024년 최종 투자가 결정된 전해조 용량 20기가와트(GW)중 40%가 중국의 프로젝트”라며 “과거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가 세계 에너지 시장을 점령한 사례가 중국산 전해조에서도 반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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