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은 기준금리 인하]'0%대' 저성장 쇼크 경고
건설·소비 부진에 성장률 대폭조정
美 관세 완화돼도 1% 넘기 힘들어
李 "인하 폭 커질 수도" 발언이후
집값 상승 자극 등 부작용도 언급
공격적 금리 인하 가능성은 희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경제]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끌어내렸다. 저성장 쇼크에 대응해 기준금리도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은은 2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현재 연 2.75%인 기준금리를 2.5%로 내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올 2월 이후 석 달 만이며 지난해 10월 이후 네 번째 인하 결정이다.

한은이 금리를 내린 배경에는 점점 더 커지는 저성장 쇼크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한은은 1.5%(2월) 성장률을 제시한 지 석 달 만에 전망치를 0.7%포인트 하향했는데 이는 코로나19 때인 2020년 8월(1.1%포인트 인하) 이후 5년 만에 최대 인하 폭이다.

이날 이 총재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 지연과 수출 둔화로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렸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가파른 성장 절벽에 경기 부양이 시급하다고 보고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날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국내외 주요 기관이 우리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대로 낮추고 있고 올 1분기 0.2% 역성장한 것으로 확인된 데다 최근 환율도 비교적 안정돼 한은이 성장률을 기존 1.5%에서 대폭 내리고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불과 석 달 만에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한은이 연간 전망치를 0.7%포인트 이상 조정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8월(-1.1%포인트) 이후 5년 만이다. 내년 전망치도 1.8%에서 1.6%로 내렸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1%대를 기록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올해 성장률이 대폭 하향 조정된 것은 건설 부진의 영향이 컸다. 이 총재는 “건설투자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 정도인데 경기 침체 심화로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민간소비 부진은 0.15%포인트, 미 관세에 따른 수출 둔화는 0.2%포인트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0.8% 성장한다고 할 때 내수가 0.8%포인트를 다 기여하고 순수출 기여도는 0%로 가정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미국 관세가 현재보다 인하돼도 올 성장률이 1%를 못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한은은 올 성장률 예상치를 0.8%로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 관세율이 상당 폭 인하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0.9%로 소폭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무효 판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한은 측은 “품목 관세만 남을 경우 낙관 시나리오와 유사하거나 조금 더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호관세가 무효화돼도 올 성장률은 1%를 넘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 될 것으로 보이면서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횟수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을 놓고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기자회견 초반에 이 총재가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약화돼 향후 기준금리 인하 폭이 조금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연내 2회 이상 추가 인하 전망을 키웠는데 곧바로 집값 상승 등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경기 부양보다 주택 등 자산 가격으로 유동성이 흐르게 되며 이를 코로나 19때 경험했다”며 “특히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유동성 추가 공급은 실질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보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1%대 금리 진입’에 대해서 단기적으로는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또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성장률이 회복돼 1%대 중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한은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1.6%로 2월 전망(1.8%) 때보다 0.2%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새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이 반영돼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가 가속 페달을 밟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최종 기준금리의 마지노선은 2% 수준이지만 국내 경기에 상방 리스크가 생긴다면 2.25%에서 인하를 멈출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회견은 비둘기파적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기대 이상의 인하에 대한 경계와 금융 안정 우려도 함께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0509 TK투표율 하락 김문수 악재…'유시민 막말'은 이재명 악재 new 랭크뉴스 2025.05.31
50508 지금, 가야 할 때…세월이 새겨진 땅 고령 new 랭크뉴스 2025.05.31
50507 [대선 D-3] 이재명 수도·충청권, 김문수 경북·강원권 표심 공략 new 랭크뉴스 2025.05.31
50506 혈액형 다른데 간·신장 이식? 가능합니다 new 랭크뉴스 2025.05.31
50505 대선 후보들의 '구멍 뚫린' AI 공약 [최연진의 IT 프리즘] new 랭크뉴스 2025.05.31
50504 김문수의 ‘눈물 젖은 티셔츠’…“제 아내 자랑스럽다” new 랭크뉴스 2025.05.31
50503 사내 편의점·미용실 다 공짜…"무서운 회사" 토스 일하는 법 new 랭크뉴스 2025.05.31
50502 美中 '통상합의' 좌초 위기…"中이 위반" vs "美가 차별적 조치"(종합3보) new 랭크뉴스 2025.05.31
50501 "흉 덜 생기는데"…수술용 피부접착제, 제왕절개엔 못쓰는 이유 new 랭크뉴스 2025.05.31
50500 美, 제재기업 자회사까지 옥죈다…미·중 통상갈등 재점화 new 랭크뉴스 2025.05.31
50499 [오늘의 날씨] 오늘은 단오…서울 한낮 최고 29도 new 랭크뉴스 2025.05.31
50498 사전투표율 34.74%… 역대 두 번째 최고치에 "우리가 더 유리" 아전인수 해석 new 랭크뉴스 2025.05.31
50497 전국 맑다가 오후부터 구름…낮 최고 30도 new 랭크뉴스 2025.05.31
50496 이스라엘, 4주 만에 시리아 공습…"대함미사일 무기고 표적" new 랭크뉴스 2025.05.31
50495 에르도안, 젤렌스키와 통화…"6월2일 이스탄불회담이 평화의 길" new 랭크뉴스 2025.05.31
50494 [단독] 투표소 앞 전광훈 측 '참관인 노트'에 '正正正' 적힌 이유는 new 랭크뉴스 2025.05.31
50493 盧정부서 '현금 나눠주기' 건의하는 장관? "목 달아났을 것" new 랭크뉴스 2025.05.31
50492 '초계기 추락 순간' CCTV 봤더니…"갑자기 방향 틀다 10초 만에 자유낙하" new 랭크뉴스 2025.05.31
50491 美中 '제네바합의' 이견…"中이 위반" vs "美, 차별조치 멈추라"(종합2보) new 랭크뉴스 2025.05.31
50490 '엔진 발전기'로 주행거리 늘린 친환경차 EREV…"전기차 대안" new 랭크뉴스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