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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낮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벨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개발자인 정연우(가명)씨는 27일 밤 지인들과 함께 대선 티브이(TV) 토론을 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 행위를 거론하는 장면을 본 뒤 공황 발작을 겪었다. 수년 전 활동하던 에스엔에스(SNS)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로부터 여성의 신체를 훼손한 사진과 함께 ‘페미’(페미니스트의 준말)인지 아닌지 대답하라는 메시지를 수개월간 받은 적이 있는데, 이 후보의 발언이 그때의 고통을 강제로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말로 재현한 폭력 행위는, 그가 집단 성적 괴롭힘을 겪을 당시 받은 사진들 속 모습과 유사했다. 이 후보 발언이 언론 보도와 에스엔에스, 회사나 길거리 등 일상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자 그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정상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연우씨는 29일 여성 노동자에 대한 ‘페미니즘 사상 검증’에 대응하는 시민 활동가를 통해 한겨레에 전한 메시지에서 “(토론회 이후) 이 후보가 보여준 태도, 그리고 이를 옹호하는 지지자들의 반응으로 인해 언론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두려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 행위를 언급해 ‘최소한의 인권 감수성도 없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 대해 “제가 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냐”며 “제 질문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권영국 후보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단계적 검증”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대 후보들에 대한 검증을 빙자해 성폭력 발언을 적나라하게 언급한 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여성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흔히 겪고 있는 성폭력 피해를 도구화한 행위다. 학계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비롯해, 여성을 향한 성적 비하나 모욕 표현 등 온라인 성폭력의 배경엔 여성에 대한 혐오, 멸시, 편견이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혐오표현(hate speech)이란 성별이나 성적지향, 인종, 민족, 종교 등 특정 정체성을 지닌 이들을 공격하고 경멸, 차별하는 모든 소통을 의미한다. (유엔·2019년) 이 후보는 직접 자신이 성폭력 발언을 한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 내용을 ‘인용’하는 건 문제가 없을까?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지난 2018년 ‘혐오표현 예방·대응 가이드라인 마련 실태조사’에 참여한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당시 여러 연구자와 함께 ‘언론 보도 시 점검해야 할 혐오표현 체크리스트’를 제안했다. 홍 교수는 “이 후보의 발언은 해당 체크리스트 가운데 ‘혐오표현을 직접 인용해 소수자 집단 구성원의 심리적 고통과 혐오 표현으로 인한 차별·폭력 선동이 이루어질 위험성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나쁜 의도가 없더라도, 심지어 혐오표현에 대한 심각성을 고발하려는 선한 의도가 있더라도 사회적 소수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인용’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정연우씨는 생방송 토론을 보다 느닷없이 듣게 된 이 후보의 폭력적인 말로 인해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는 여성들이 많을 거라고 했다. “다시는 이런 피해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이런 당부를 남겼다. “공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의 언행은 사회적 책임(영향)과 피해를 동반합니다. 이 후보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반드시 사회적 책임을 지길 바랍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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