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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부과는 대통령 아닌 의회 권한”
백악관, 항소·판결 효력정지 신청
한국 정부 “대미협상 영향 불분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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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 해소를 한다며 전세계를 곤경에 빠지게 한 ‘상호관세’가 위헌이라는 미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에 지난 4월 상호관세 부과 방침 발표 이후 한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와 진행 중인 관세 협상도 새 변곡점을 맞게 될 공산이 있다. 하지만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여온 미 행정부가 법원의 판단에 대해 ‘사법 쿠데타’라고 몰아붙이고 있는 탓에 법원의 판단 이후에도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에 있는 미 국제통상법원은 28일(현지시각) 수입 업체 5곳과 오리건 등 12개 주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2건의 소송에서 “거의 모든 국가들의 상품에 무제한의 관세 부과권”을 갖는 것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을 넘어선다”고 판결했다. 또 “헌법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과세 권한을 부여했고, 이는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비상 권한으로도 뒤엎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으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의 무역질서가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미 정부의 주장이 과장됐거나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관세 폐지 조처를 10일 안에 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이를 따르면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한 관세는 없어진다. 지난달 5일부터 모든 수입품에 부과한 ‘기본 관세’ 명목의 10% 관세, 이에 덧붙여 한국 등 57개국에 부과했다가 적용을 유예한 상호관세, 중국·캐나다·멕시코에 펜타닐 단속 비협조를 이유로 물린 관세가 그 대상이다.

백악관은 즉각 반발했다. 스티븐 밀러 대통령 부비서실장은 “사법 쿠데타”라고 법원을 쏘아붙였다. 1심 판결 효력 정지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호관세 등의 부과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는 항소심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무효가 된다.

고율 관세 위협으로 많은 나라들의 무릎을 꿇리려던 트럼프로선 난감한 처지가 됐다. 영국, 중국 등 18개국과 진행 중인 관세 협상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이 생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진행된 협상에서도 강도 높은 위협을 가하다 미 국채 금리 급등 등 금융시장 혼란과 같은 역풍을 맞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이는 등 약점을 노출한 상황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미국 언론들은 월스트리트(미국의 금융가)에서는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전해왔다. 최근에도 트럼프는 유럽연합(EU)에 50%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다가 유예를 선언했다. 이번 판결로 전보다 동력이 떨어진 트럼프 행정부는 30일에는 일본과 4차 협상에 나선다. 상대국들은 항소심이 1심의 효력을 유지시킬지를 지켜보며 대응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비상경제권한법이 근거인 관세만 문제 삼았기 때문에 그 결과가 확정되더라도 트럼프가 ‘완패’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한 25%의 품목별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가 근거라 판단 대상이 아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와 의약품도 관세 부과를 위해 이 조항을 근거로 안보 영향 조사를 하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앨릭 필립스 수석정치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를 위해 다른 길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안보 위협이나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나 슈퍼 301조로 다른 나라들을 계속 위협할 것이라는 말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판결 이후에도 상호관세가 적용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번 판결의 효력을 금지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밀어붙일 여지도 있다고 본다. 또 미 관세 당국이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관세율 변화에 따라 늘어난 업무 부담 탓에 ‘선 징수 후 환급’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항소심은 물론 최종심인 연방대법원에서도 트럼프 정부가 패소한 뒤에야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물론 납세자는 미국의 수입업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관련 사항이 법률적으로 명확해질 때까지는 기존 관세가 유지될 공산이 높은 것으로 현재 파악하고 있다. 아직 상황이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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