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주] [앵커]
고 현승준 교사 사망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공분이 일고 있는데요.
학부모 민원으로 1년 넘게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또 다른 현직 교사를 안서연 기자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고3 담임을 맡았던 이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습니다.
자녀 생활기록부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써달라는 겁니다.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고 집 근처까지 찾아왔습니다.
[고등학교 교사/음성변조 : "제 주거지 주소랑 이런 거를 학부모든 학생이든 누구한테도 노출한 적이 없는데 그걸 어디서 알아 왔는지. 사실 거기부터 좀 무서웠죠."]
요구를 거절하자 민원이 시작됐습니다.
해당 학부모는 교사가 수업 중 학생들을 웃기려고 따라 한 영화 대사 욕설을 폭언이라고 신고했습니다.
체육대회에서 반이 받은 문화상품권을 합의 하에 교사가 보관하고 있었지만, 횡령했다고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결국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사이에도 민원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교사/음성변조 : "'시험 왜 이렇게 냈냐', '우리 애 왜 감점시키냐' 하나하나 태클 걸고 지각한 거 출결 처리하면 '출결 지워달라' 민원 넣고."]
수업 중 지속적인 모욕과 망신, 부당한 대우로 자녀가 정서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적 없다'는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의 진술 덕분에 지난 3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 교사는 반년 넘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사/음성변조 : "이게 끝을 낼 수 있는 방법이, 그리고 내가 억울하다는 걸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자살뿐이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교권보호위원회는 교권 침해 행위로 보고, 학부모에게 특별교육 5시간 처분을 내렸지만, 학부모는 결정에 불복해 이달 초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