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기지서 이륙후 상공 선회하다 6분만에…"고도 낮추면서 휘청휘청해"
짙은 연기·폭발음에 주민 불안, 민간인 피해 없어…현장 찾은 유족들 오열
군 당국, 동일 기종 비행 중단…"블랙박스 수습,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
짙은 연기·폭발음에 주민 불안, 민간인 피해 없어…현장 찾은 유족들 오열
군 당국, 동일 기종 비행 중단…"블랙박스 수습,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
포항서 초계기 추락…치솟는 연기
(포항=연합뉴스) 29일 오후 1시 52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에서 해군 초계기가 추락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5.29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포항=연합뉴스) 29일 오후 1시 52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에서 해군 초계기가 추락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5.29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최수호 김선형 박세진 황수빈 기자 = 29일 경북 포항에서 훈련 중이던 해군 소속 해상초계기 1대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기장을 포함해 탑승자 4명이 모두 숨졌다.
사고 군용기가 마지막 순간까지 민가와의 충돌을 피한 까닭에 민간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추락 현장에서 치솟아 오른 시커먼 연기와 화염이 수십m 떨어진 곳에서도 목격돼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이날 추락한 초계기는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된 상태로 현장에서 발견됐다.
해군항공사령부 소속인 사고 항공기는 해군이 2010년에 도입해 운용해온 대잠초계기로 오랜 기간 동·서·남해에서 해상 초계 임무를 수행해 왔으나, 그간 기체 혹사에 따른 사고 발생 우려도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 초계기 추락한 현장서 화재 진압 중인 소방관들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29일 오후 1시 5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한 야산에 해군 초계기가 추락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2025.5.29 [email protected]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29일 오후 1시 5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한 야산에 해군 초계기가 추락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2025.5.29 [email protected]
"이착륙 훈련 중 상공 선회하다 급격히 추락"
해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9분께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한 농가 주변 공터에 해군이 운용하는 P-3CK 초계기 1대가 추락했다.조종사·부조종사인 장교 2명과 전술 승무원인 부사관 2명 등 모두 4명이 탑승했던 사고 군용기는 이날 오후 1시 43분께 훈련차 포항기지에서 이륙했으며, 6분 뒤 원인 미상의 이유로 급격하게 기지 인근에 떨어졌다.
주민 등에 따르면 사고 직전 초계기는 착륙을 위해 두바퀴가량 상공을 선회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용기 추락 당시 현장에는 검은 연기와 함께 화염이 치솟았으며, 이러한 모습은 수십m 떨어진 곳에서도 목격됐다.
소방 당국 등은 현장에 소방헬기와 진화 장비·인력 등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으며, 1시간여만에 불을 완전히 껐다.
화염이 누그러진 뒤 드러난 현장 곳곳에서 추락 항공기 잔해가 목격됐으며, 당국은 수색 작업을 통해 탑승자 4명의 시신을 모두 발견했다.
당국은 수습한 시신을 해군 포항병원에 안치했다.
해군 관계자는 "사고 초계기는 수시로 시행하는 이착륙 훈련을 하고 있었다"며 "해당 항공기는 전투기처럼 탑승자들이 자력으로 탈출하는 기능이 없다"고 밝혔다.
해군 초계기 추락 현장서 탑승자 시신 모두 수습
(포항=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해군 초계기 추락 현장에서 군 관계자들이 탑승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2025.5.29 [email protected]
(포항=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해군 초계기 추락 현장에서 군 관계자들이 탑승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2025.5.29 [email protected]
굉음·시커먼 연기에 놀란 주민들…유족들 오열
이번 사고 현장 인근에는 빌라 등 민가가 밀집해 있는 까닭에 마을 주민들은 군용기 추락 직후 들려온 굉음과 함께 목격된 시커먼 연기와 화염 등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포항경주공항 주변을 돌던 해군 P-3CK 초계기가 추락하는 모습을 목격한 주민 정화영(65)씨는 "비행기(초계기)가 한두 바퀴 돌다가 순식간에 고도를 낮추면서 휘청휘청하면서 추락했다"라며 "떨리는 몸으로 밭 바로 옆 낚시 가게에 가서 사고 소식을 알리니 처음에는 다들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모습을 목격한 또 다른 주민들도 "군용 비행기가 추락했다", "어떡하냐, 어떻게 저렇게 비행기가 한 번에 떨어지느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번 사고 후 소방 당국에는 "비행체 추락 현장 부근인 산 중턱에서 연기가 목격된다", "아파트 뒤편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는 등 관련 신고 60건가량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고 제보 영상 등에 따르면 추락한 초계기가 마지막 순간까지 민가와의 충돌을 피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던 까닭에 지금까지 이번 사고로 인한 민간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추락 사고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된 이날 오후 5시 넘어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 유족 일부가 현장을 찾았다.
이들 가운데 한 중년여성은 현장에 처진 폴리스라인에서 2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더 이상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주저앉으며 오열했다.
또 다른 유족은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에서 20분가량 현장에서 머물다 떠났다.
참혹한 포항 해군 초계기 추락 현장
(포항=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9일 오후 1시 5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한 야산에 해군 초계기가 추락한 가운데 군과 소방 당국 등 관계기관이 현장 수습을 하고 있다. 2025.5.29 [email protected]
(포항=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9일 오후 1시 5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한 야산에 해군 초계기가 추락한 가운데 군과 소방 당국 등 관계기관이 현장 수습을 하고 있다. 2025.5.29 [email protected]
군 당국, 동일 기종 초계기 비행 중단
이날 포항에서 추락한 P-3는 해군이 1995년부터 도입해 운용해온 미국산 대잠초계기다.록히드마틴이 개발해 1960년대 초부터 초기형인 P-3A가 생산됐고, 국내에는 성능 개량형인 P-3C 계열이 도입됐다.
P-3는 전장 35m, 전폭 30m, 전고 11m에 터보프롭 엔진 4기를 장착했고 어뢰, 폭뢰, 폭탄, 미사일 등을 탑재해 잠수함과 해상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1995년 당시 P-3C형 8기가 먼저 들어왔고, 이후 미군이 예비용으로 보유했던 P-3B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완전히 새로 만들다시피 개조한 P-3CK 8대까지 총 16대가 도입됐다.
비행하는 해상초계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P-3 초계기 16대는 오랜 기간 동·서·남해를 지키며 '잠수함 킬러'로서 해상 초계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16대라는 수량으로 삼면 바다를 초계하면서 기체 혹사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해군은 P-3 도입 10년 차이던 2005년과 20년 차이던 2015년 각각 P-3 '무사고 10년'과 '무사고 20년'을 달성했다고 알렸으나 30년 차가 되는 올해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군 당국은 사고 직후 동일 기종 초계기 비행을 중단시켰으며, 사고 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원인 규명 등에 나섰다.
현재 이번 추락사고 원인을 두고 기체 결함 등 여러 가지 추정이 나오고 있다.
한 목격자는 "자동차에서 오작동했을 때처럼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추락했다"고 말했다.
해군 측은 "아직 사고 원인과 관련해 확인된 내용이 없다"며 "사고기 블랙박스 등을 수습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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