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부평공장 정문 모습. 한국GM은 지난 28일 직영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유휴부지를 매각하는 긴축안을 발표했다. 오삼권 기자
한국GM이 직영서비스센터와 공장 유휴부지 매각에 나서면서 위기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회사는 “계획된 생산활동에는 영향이 없고 한국 시장에서도 철수하지 않는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직원들은 “불안감이 크다”며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다.
29일 한국GM 노사는 부평공장에서 ‘2025년 임금협상’ 1차 교섭을 진행했다. 전날 한국GM이 전 직원에게 공지한 전국 9개 직영서비스센터 순차 매각, 부평공장 유휴자산·토지매각이 논쟁거리였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GM 노조와 헥터 비자레알 사장의 대화는 이랬다.
▶노조=“직영서비스센터를 매각하겠다는 건 내수시장을 접겠다는 것 아닌가.”
▶헥터 사장=“한국GM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다. 수익이 안나는 사업장, 유휴부지를 매각하는 것이고 현재 생산에는 영향이 없다.”
▶노조=“GM본사에서 언제 이 결정을 했나.”
▶헥터 사장=“깊게 논의한 뒤 결정했고 최대한 빨리 노조에 전달했다.”
▶노조=“회사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가져오지 않으면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1차 교섭은 끝났다고 한다. 안규백 한국GM 노조지부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GM은 국내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미래차 전환 계획이 없어 장기적으로 일자리 위협이 크다”며 “미래 계획 없이 갑작스럽게 회사가 자산 매각이라는 폭탄을 던진 격”이라고 했다.
한국GM은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공적자금 8000억원을 수혈받는 대신 “향후 10년간 한국사업장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한 시점인 2027년 말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자산매각에 나선 것이다. 한국GM은 2018년에도 직영서비스센터 매각을 추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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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서비스센터 매각…“국내 판매 노력 않겠다는 것”
한국GM의 직영서비스센터는 서울 양평 및 동서울, 부산, 인천, 대전, 광주, 전주, 원주 등 전국 9곳에 분포돼 있다. 모두 종합정비가 가능한 1급 정비소다. 한국GM은 지난해 서울 지역 종합정비소 중 최대 규모인 서울 양평 서비스센터를 신축하고 동서울 서비스센터는 증축 중인데, 이 역시도 매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신재민 기자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종합정비소는 지자체장 인허가를 받아야 열 수 있어서 한국 사업을 확대하려는 중국 업체들이 중점을 들이는 부분”이라며 “한국GM이 이를 매각한다는 것은 국내 판매량을 늘리려는 노력을 더는 않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한국GM은 올해 판매 목표치를 1만8000대로 잡았는데 이는 지난해 판매량(2만4824대)보다 28% 줄인 수치다.
직영서비스센터 대신 368개 외주정비소(1급 정비소는 56개)로 정비서비스를 대체하겠다는 게 한국GM 계획이다. 기존 인력은 부평공장 등으로 재배치된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직영서비스센터는 정비노조 존재로 인건비가 높아 운영 시 손실을 보기 때문에 적자 해소 차원에서 매각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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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만 생산하는 건 불안요소”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GM이 지난해 생산·판매한 차량 49만9559대 중 미국 수출분은 41만8792대로 83.8%에 달한다. 부평·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 블레이저 등 2종이다.
2023년 당시 경남 마산가포신항에서 한국GM의 트랙스 크로스오버 북미 수출용 모델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한국GM
트레일 블레이저는 2020년,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023년 북미 시장에 출시됐다. 2~3년 이내 판매량이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대미 수출량이 줄어 부평·창원공장의 생산기지로서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 이에 한국GM 노사는 뷰익 엔비스타, 앙코르GX,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 블레이저 등 4개 차종의 부분변경(MCM) 모델을 2027년 이후 부평·창원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이 방안이 확정되더라도 중장기 불안요소는 여전하다. 부평·창원공장은 내연기관 생산설비만 갖췄다.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전기차 전환, 하이브리드차 생산확대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전기차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장기적으로는 생산기지로서의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미래차 전환은 1만명에 달하는 한국GM 인력의 고용안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정부로서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