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1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5년 넘게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사업 청탁을 받고 지인들에게 차량‧아파트‧대출 등 편의를 봐주도록 하는 등 혐의가 모두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오세용)는 29일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배임, 배임수재, 업무상 횡령 등으로 기소된 조 회장의 10개 혐의 중 9개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023년 구속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있던 조 회장은 이날 실형 선고로 보석이 취소돼 법정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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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 유용 약 9년
조 회장은 기소된 10개 공소사실 중 131억원으로 가장 금액이 컸던 ‘계열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타이어몰드 구매계약’에 대한 특경법 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만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타이어 몰드 거래에 사용된 단가 테이블이 합리적으로 도출된 숫자고, 이를 적용한 것도 정당해 결과적으로 과다한 가격수준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계열사도 아니고 조현범이 지분도 없는 다른 회사와의 거래도 동일한 조건이 적용되기도 했다”고 봤다.
그 밖에 ▶계열사에게 지인의 회사에 50억원을 빌려주도록 한 것 ▶친한 지인에게 법인카드를 사용하게 한 것 ▶운전기사가 배우자를 전속 수행하게 한 것 ▶회사 명의 차량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 ▶개인 이사 비용‧가구 비용을 회삿돈으로 지급하게 한 것 ▶직원을 통해 증거인 차량을 버리도록 한 것 ▶지인의 부탁을 받고 업무용 여행사 계약을 특정 회사에 몰아준 것 ▶사업상 청탁을 받고 친한 지인에게 아파트를 무상 제공하도록 한 것 ▶아우디 차량을 제공하도록 한 것 등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조 회장은 다른 배임수재 혐의로 2020년 11월 징역3년, 집행유에 4년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다. 재판부는 앞선 확정판결 전 이뤄진 범죄에 대해선 당시 함께 선고됐을 경우를 고려해 6개월을, 확정판결 이후 범행에 대해선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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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동종 범죄 집유기간에 유사 범행”
재판부는 “법인카드 사적 사용 기간은 5년 이상, 배임 기간은 2년으로 기간이 길고,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업무상 지위 및 총수일가의 지위를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무겁고 죄질이 불량하다”며 “동종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에도 자중하지 않고 유사 수법으로 범행한 점도 불리한 정상”이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정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해 약 1시간동안 서서 선고를 들은 조 회장은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많이 반성하고 있겠다”고 말한 뒤 구속피고인 대기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