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양산빵 점유율 70%… 규격 다양해 완전 자동화 어려워
②기한 내 유통·납품 위해 안전 매뉴얼 미준수 가능성
③30년 된 노후 설비 사용 여전
최근 경기도 시흥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부터 SPC 계열 공장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망 사고다. 왜 사고가 이어지는 것일까.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SPC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 재해는 총 572건이다. 특히 2022년 10월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고체, 액체, 기체 등을 서로 섞거나 휘젓기 위해 쓰이는 기구)에 끼여 사망한 사고를 시작으로, 최근 3년간 SPC 계열 공장에서는 3건의 사망 사고와 5건의 부상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 사망 사고 후 SPC그룹은 안전 설비 확충·장비 안전성 강화·고강도 및 위험 작업 자동화·작업 환경 개선 등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까지 관련 전체 예산(1000억원)의 약 83.5%인 835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2022년 사고 후 허인영 SPC그룹 회장이 발표한 안전 경영 계획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근로자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종합 식품기업인 SPC그룹은 양산빵 시장 점유율 70%로 이 분야 ‘일인자’로 꼽힌다. 지난 19일 새벽 사고가 발생한 SPC삼립 시화 공장은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으로 생산이 즉각 중단됐다. 기존에 유통·납품해야 했던 크보빵(KBO빵)·포켓몬빵을 포함한 각종 빵·디저트·샌드위치 등이 공급되지 못했다.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모두 47~50여 종의 SPC 제품이 결품된 상황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양산빵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SPC 계열 공장 작업 중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일해야 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본다. 작업해야 하는 빵과 디저트 등 종류가 수백 가지인 만큼, 공정 자동화를 해도 일부 작업은 사람이 설비에 직접 들어가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생산 제품 종류가 다양할수록 규격화하는 건 어렵다. 반드시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라며 “이에 따라 인명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실제 이번 사고도 뜨거운 빵을 식히는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 근로자가 윤활유를 뿌리던 과정에서 발생했다.
또 유통·납품 기한 내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안전 매뉴얼을 일부 준수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지 않고 일하는 등 무리한 작업이 이어졌을 거라는 분석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 생산한 일부 제품이 아예 결품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만큼 SPC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빵·디저트의 양이 많았던 것”이라며 “정해진 유통·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새벽 작업자 입장에선 기계를 안 멈추고 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작업 환경이 안전 매뉴얼을 지킬 수 있는 조건이었는지가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며 “목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지 않고 가동 중에 윤활유를 뿌려야 했다거나 사고 위험을 감지하고 설비를 멈출 수 있는 2인 1조 작업 시스템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여부는 아직은 알 수 없다”고 했다.
SPC 계열사 운영 공장 설비 노후화 문제도 제기됐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시화 공장의 경우 설비가 30년 정도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명예교수는 “30년 전 설립된 생산 공장은 근원적 안전 설비(조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위험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원천 설계·정비가 아닌 추가 보수(보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위험 요소가 해소되지 못한 채 쌓이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SPC 계열사 공장 첫 사망 사고 당시 법 집행 체계를 엄중하게 가동했다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관리·감독이 강화됐을 것”이라며 “경영자에게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고 했다.
SPC 측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만 밝혔다. SPC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②기한 내 유통·납품 위해 안전 매뉴얼 미준수 가능성
③30년 된 노후 설비 사용 여전
최근 경기도 시흥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부터 SPC 계열 공장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망 사고다. 왜 사고가 이어지는 것일까.
그래픽=손민균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SPC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 재해는 총 572건이다. 특히 2022년 10월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고체, 액체, 기체 등을 서로 섞거나 휘젓기 위해 쓰이는 기구)에 끼여 사망한 사고를 시작으로, 최근 3년간 SPC 계열 공장에서는 3건의 사망 사고와 5건의 부상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 사망 사고 후 SPC그룹은 안전 설비 확충·장비 안전성 강화·고강도 및 위험 작업 자동화·작업 환경 개선 등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까지 관련 전체 예산(1000억원)의 약 83.5%인 835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2022년 사고 후 허인영 SPC그룹 회장이 발표한 안전 경영 계획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근로자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종합 식품기업인 SPC그룹은 양산빵 시장 점유율 70%로 이 분야 ‘일인자’로 꼽힌다. 지난 19일 새벽 사고가 발생한 SPC삼립 시화 공장은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으로 생산이 즉각 중단됐다. 기존에 유통·납품해야 했던 크보빵(KBO빵)·포켓몬빵을 포함한 각종 빵·디저트·샌드위치 등이 공급되지 못했다.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모두 47~50여 종의 SPC 제품이 결품된 상황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양산빵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SPC 계열 공장 작업 중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일해야 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본다. 작업해야 하는 빵과 디저트 등 종류가 수백 가지인 만큼, 공정 자동화를 해도 일부 작업은 사람이 설비에 직접 들어가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생산 제품 종류가 다양할수록 규격화하는 건 어렵다. 반드시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라며 “이에 따라 인명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실제 이번 사고도 뜨거운 빵을 식히는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 근로자가 윤활유를 뿌리던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 19일 오전 3시쯤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 윤활 작업 중이던 50대 여성 근로자 A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사진은 사고가 난 기계의 모습. /시흥소방서 제공
또 유통·납품 기한 내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안전 매뉴얼을 일부 준수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지 않고 일하는 등 무리한 작업이 이어졌을 거라는 분석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 생산한 일부 제품이 아예 결품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만큼 SPC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빵·디저트의 양이 많았던 것”이라며 “정해진 유통·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새벽 작업자 입장에선 기계를 안 멈추고 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작업 환경이 안전 매뉴얼을 지킬 수 있는 조건이었는지가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며 “목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지 않고 가동 중에 윤활유를 뿌려야 했다거나 사고 위험을 감지하고 설비를 멈출 수 있는 2인 1조 작업 시스템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여부는 아직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SPC 계열사 운영 공장 설비 노후화 문제도 제기됐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시화 공장의 경우 설비가 30년 정도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명예교수는 “30년 전 설립된 생산 공장은 근원적 안전 설비(조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위험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원천 설계·정비가 아닌 추가 보수(보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위험 요소가 해소되지 못한 채 쌓이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SPC 계열사 공장 첫 사망 사고 당시 법 집행 체계를 엄중하게 가동했다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관리·감독이 강화됐을 것”이라며 “경영자에게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고 했다.
SPC 측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만 밝혔다. SPC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