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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송마을 5단지를 방문해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 정부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린다. 윤 정부 출범부터 탄핵 이후까지 지난 3년간 주택시장의 성적표를 살펴보자.

주택 시장의 측면에서 보면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집값이 내려간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지난 3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1.3%나 하락했다고 한다.

다음 표는 문민정부가 출범한 1993년 2월부터 현재인 2025년 5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을 정권별로 정리해 놓은 표이다.



김영삼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여섯 번의 정권이 지나는 동안 진보 계열 정부가 집권할 때는 집값이 크게 오르고 보수계열 정부가 집권할 때는 집값 상승률이 주춤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수계열 정부로 평가되는 윤석열 정부도 예외는 아니어서 집값이 약세를 보인다. 심지어는 “과거 어떤 정부도 해내지 못한 집값 안정화를 이루었다”는 자조적인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왜 보수계열 정부 때는 집값이 비교적 안정화되는데 진보 계열 정부 때는 집값이 크게 오를까? 정책적 변수도 있지만 시중 유동 자금 증가, 다시 말해 돈 가치 하락과 일정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크게 올랐던 김대중 정부(38.5% 상승) 때에는 광의의 통화량이라 할 수 있는 M2의 증가율이 59.4%나 되었다. 두 번째로 많이 올랐던 문재인 정부(38.3% 상승) 때는 M2의 증가율이 50.7%나 되었다. 세 번째로 많이 올랐던 노무현 정부(33.8% 상승) 때에도 통화량은 48.2%나 늘어났다.

네 번째로 많이 올랐던 이명박 정부(15.9% 상승) 때는 M2의 증가율이 41.9%에 그쳤으며 다섯 번째로 많이 올랐던 박근혜 정부(9.9% 상승) 때에도 통화량은 32.2% 늘어난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집값이 내려간 윤석열 정부(11.3% 하락) 때는 M2의 증가율이 14.7%에 그쳤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경우 가장 최신 자료인 2025년 3월 통화량 지표까지 감안해도 34개월 동안의 통화량 증가율이니 60개월 기간을 채운 다른 정부(박근혜 정부는 51개월)에 비해 통화량 증가가 적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임기 기간까지 감안한 통화량 증가율 지표를 살펴봐도 월평균 M2 증가율은 김대중 정부(0.99%), 문재인 정부(0.85%), 노무현 정부(0.80%), 이명박 정부(0.70%), 박근혜 정부(0.63%), 윤석열 정부(0.43%) 순이다.

“집값이 많이 오르냐 적게 오르냐”의 문제는 “시중 유동 자금이 얼마나 많이 늘어나느냐”는 이슈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보 정권, 유동성 확대로 경제 해결하려 해물론 통화량을 크게 늘렸던 김대중 정부나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IMF 외환 위기 극복이나 코로나 사태 해결을 위해 시중의 통화량을 급속히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국제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이명박 정부 때의 유동성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진보 계열 정부는 시중 유동성 확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이 보수 계열 정부보다 강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각종 복지정책 수행이나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많은 자금을 뿌렸던 것이 부메랑이 되어 집값을 자극했다. 특히 집권 1~2년 차보다 집권 중후반으로 갈수록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이유는 바로 임기 초반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의 역습’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윤석열 정부에서는 시중의 유동성 증가에 너무 소극적인 면이 있다. 월평균 통화량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직전 정부였던 문재인 정부 때는 월평균 0.85%씩 늘어났던 것이 윤석열 정부 때는 그 절반 수준인 0.43%로 급감한 것이다.

이러니 집값은 잡았을지 모르지만 대표적인 서민들 삶의 터전인 재래시장 같은 곳에서는 “IMF 때보다 장사가 더 안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집값이 오르는 것이 두려워서 내수경기 침체를 방치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때 “집값을 잡았다” 또는 “집값이 떨어졌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반포 아파트가 얼마가 올랐느니, 압구정 아파트가 얼마가 올랐느니 하고 경쟁적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는 이야기가 도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3년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11.3% 떨어졌다고 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치이고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서울 같은 곳은 4.9% 하락에 그쳤지만 대구 같은 곳은 19.5%나 하락했다.

같은 서울이라도 편차가 극심하다. 강남구는 11.6%나 올랐지만 도봉구는 19.4%나 떨어졌다. 서울에서도 고가 지역이라 할 수 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평균 7.9%나 상승한 반면 저가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평균 16.7%나 하락한 것이다.

(자치구별 시세가 제공되기 시작한) 노무현 정부 이후 서울의 양극화 수준을 살펴보면 현재의 양극화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 때는 노도강이나 강남3구 모두 크게 올랐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두 지역군 모두 소폭이나마 상승을 기록했고 이명박 정부 때는 두 지역군 모두 하락을 기록했다.
하락장에도 상승 공포에 휩싸이는 이유하지만 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강남3구는 어느 정도 상승했지만 노도강 지역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하락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9개 지역은 상승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16개 지역은 하락했다. 상승 지역보다 하락 지역이 더 많으니 서울 평균 매매가가 4.9% 하락으로 나타난 것이다.

서울은 그나마 적게 내린 편이다. 같은 수도권이라도 경기도는 14.3%나 떨어졌고 인천은 16.4%나 하락했다. 지방 소재 5개 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도 14.6%나 하락했고 기타 지방(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세종)도 7.2% 떨어졌다.

이렇듯 현 정부 동안 상승한 지역보다 하락한 지역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집값 상승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선망 대상이 되고 있는 몇몇 인기 지역의 집값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 정부 주택 정책의 성적은 집값의 오르내림이 문제가 아니라 주택 시장에서 양극화가 심화된 것에 좌우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상위 20%에 해당하는 고가주택의 가격을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가주택의 가격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이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11.5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고가 주택 한 채를 팔면 저가 주택 11채를 사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최대치로 벌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 4.7로 시작해서 10.1로 끝났던 이 지수가 현 정부에 들어와서도 더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에는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 이에 따라 대선 이후에 출범할 새 정부로 공은 넘어갔다.

주택 시장에 대한 일반 대중의 좌절감은 양극화로부터 시작된다. 새 정부에서는 양극화 완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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