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조합 초고층 추진
“한강 너머 스카이라인 욕망 자극”
분양 수익 감소·분담비 증가 부담
“한강 너머 스카이라인 욕망 자극”
분양 수익 감소·분담비 증가 부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연합뉴스
건설 및 정비업계에서 ‘초고층 아파트’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서울 한강변 아파트’가 주도하는 부동산시장에서 초고층으로 지역 랜드마크라는 입지를 다지면 향후 집값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건설사들은 초고층 기술력 경험을 소개하며 주요 지역 수주전에 대비하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압구정·성수 등 한강변 주요 단지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초고층 아파트 계획을 추진 중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은 1~4지구 모두 65층 이상 초고층 재개발을 추진한다. 사업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 1지구가 65층 초고층 설계안을 선택했고, 4지구는 77층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의 초고층 추진은 건설사 입장에선 강 건너 ‘한국 재건축 상징’ 압구정에도 어필할 기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수에서 초고층 스카이라인이 형성되면 이를 마주하는 압구정의 욕망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 재건축도 60~70층대 규모로 예상된다.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압구정 2구역(현대 9·11·12차)은 최고 65층, 2571가구 규모로 재건축 추진 중이다.
국내 건축법은 ‘높이 200m 이상이거나 50층 이상’을 초고층으로 정의한다. 정비사업 대상 조합원들은 한강 조망권과 랜드마크 상징성, 향후 집값 상승 등을 고려해 초고층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은 초고층 기술 개발과 건설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GS건설은 영국 엔지니어링 기업 아룹과 ‘초고층 기술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룹은 중국 베이징 시틱타워(108층), 서울 여의도 파크원(최고 69층),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57층) 등의 종합 설계를 수행했다. GS건설은 특히 성수전략1구역 대안설계에 아룹이 직접 참여해 경쟁력 있는 초고층 설계와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압구정2구역 수주전을 예고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압구정 에스라운지’에서 세계 최고 높이의 아랍에미리트(UAE) 부르즈 팔리파(828m), 2위 말레이시아 메르데카 118 빌딩(679m) 등 초고층 빌딩 시공 경험을 소개했다. 초고층 빌딩은 엘리베이터가 건물 품질을 가르는 주된 지표인데, 삼성물산은 현대엘리베이터와 손잡고 초고층 건물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듈러 승강기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건설 역시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타워(70층), 베트남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68층), 부산국제금융센터(63층) 등 주요 초고층 건물 시공 경험을 앞세우며 수주전을 준비 중이다.
다만 실제 초고층 아파트 재건축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돈’ 때문이다. 50층을 넘어가면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받고 공사비가 급격히 뛴다. 건축법 시행령 제34조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은 피난층,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 피난안전구역을 최대 30개 층마다 한 곳 이상 설치해야 한다. 조합 입장에서는 그만큼 분양 수익이 줄고, 분담금이 늘어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공사비가 비싸고, 분담금 인상 때문에 갈등이 많은데 실제로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