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내시경 검사를 받기 어려울 때 혈액검사로 위암 고위험군을 가려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기가 비교적 어려운 40세 미만 또는 70세 이상 연령층에서도 혈액검사를 통해 위암 고위험군을 선별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최용훈 교수 연구팀은 위암 전 단계인 위선종과 조기 위암 고위험군을 가려낼 검사법에 관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거트 앤드 리버(Gut and Liver)’에 게재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진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내시경 및 혈액검사를 받은 환자 2200여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암 위험도를 측정하는 지표를 탐색했다.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지원하는 국가암검진제도는 위암 조기 발견 및 치료 성적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40세 미만 젊은 위암 환자가 증가하는 한편, 70세 이상 고령층에선 신체적 부담 때문에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받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상당해 위내시경을 보완할 검사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 젊은 연령대까지 위내시경 검사 범위를 일률적으로 넓히는 방법은 비용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 75세 이상부터는 건강상태에 따라 위내시경을 제한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는 점 역시 이들 연령층에서 위암 고위험군만 가려내는 선별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연구진은 혈액검사 기반인 ‘혈청 펩시노겐 키트(가스트로패널)’를 활용해 위축성 위염의 정도를 파악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위암은 대체로 오랜 기간 위 점막이 서서히 손상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데, 위축성 위염은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징후다. 키트를 사용해 혈청 펩시노겐 수치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여부를 검사하면 위축성 위염 진행 및 위암 위험 수준을 측정할 수 있다.
분석 결과, 혈액검사에서 나온 펩시노겐Ⅰ 수치를 펩시노겐Ⅱ 수치로 나눴을 때(펩시노겐Ⅰ/Ⅱ 비율) 5.3 이하가 나오면 위암 전단계인 위선종과 위암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수치의 비율이 5.3 이하인 환자 중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음성’으로 나타난 경우 위선종 발병 위험은 일반인 대비 3.36배, 위암은 2.25배 높았다.
연구진은 헬리코박터균이 나타나지 않은 음성 상태가 긍정적인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크게 진행되어 위험한 상태라고 해석했다. 그 이유는 헬리코박터균이 초기엔 위 점막의 손상을 유발하지만 진행 상태가 심각해지면 반대로 균조차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며 사멸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앞선 연구에서 연구진은 펩시노겐 II와 헬리코박터 감염력의 조합으로 젊은 여성 중 미만형 위암 고위험군을 가려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 결과와 종합하면 위암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해 국가암검진제도의 빈틈을 보완하는 효과적인 검사법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나영 교수는 “정기적인 내시경 검진이 어려운 고령층이나 아직 국가검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젊은층은 위암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놓치기 쉽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이들 사각지대 환자에게 혈액검사 기반의 선별 전략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임상적 근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