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한 호텔에서 회동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27일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앞두고 '보수'와 '반명' 두 축으로 총력전에 나섰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불발 국면으로 굳어지자, 보수 결집과 반명 연대로 반전을 도모해보려는 전략이다.

朴·李로 보수 결집·이낙연으로 '반명 빅텐트'

김문수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 데 이어 이날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하며 막판 보수 총결집을 시도했다. 대선 국면에서 이 전 대통령이 여의도로 와 힘을 실어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같은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첫 공개 행보에 나섰는데,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모친 고(故) 육영수 여사의 생가를 방문하며 김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 있는 부친 고(故)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아 환영 나온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구미=뉴스1

대선 레이스 초반 강제 단일화 여파로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과반을 못 찍었던 김 후보의 지지율은 보수 결집과 맞물려 최근 다시 상승 흐름이다. 이에 보수 진영 전직 대통령들을 등에 업고 흔들리는 보수 표심을 다잡아보겠다는 계산이다. 최근에는 단일화에 공을 들인 이준석 후보와 결이 유사한 유승민 전 의원과도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편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을 끌어안으며 '반명 빅텐트'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합류를 이끌어냈고, 이날은 이 고문이 개헌 추진과 공동정부 구성을 매개로 김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가 전날 이 고문을 직접 찾아가 설득했다고 한다. 김 후보 측은 단일화 경쟁자였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까지 움직여 연대를 완성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반명'으로 원팀… 대국민 호소문

당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 107명 전원은 이날 "이재명 범죄 세력의 총통 독재를 막고 나라를 혼란에서 구해달라"는 내용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또 대통령과 당의 수평적인 관계를 위해 '대통령 당무개입 금지' 등 내용이 담긴 당헌개정안을 의결하고, 전 경기도 공무원 조명현씨를 당사로 불러 이재명 후보 부부의 '법인카드' 의혹을 재차 공격했다. '반이재명' 정서를 한껏 끌어올리면서 당정관계 정상화를 내세워 중도, 무당층 표심에 호소하려는 것이다.

27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아무리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고 적힌 국민의힘 선거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재영 국민의힘 강동을 당협위원장 제공

대선 승리 전략도 바꿨다. 국민의힘은 그간 단일화에 매달려왔지만 이준석 후보가 지속적으로 거부 의사를 드러내자 3자 구도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잡았다. 2030 지지세가 강한 이준석 후보가 완주해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한편, 김 후보의 지지율을 올려 '1강 1중' 구도를 반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문수 후보는 중도확장을 최대화하고, 이준석 후보는 진보개혁성향의 유권자 지지를 최대화해 이재명 총통 체제의 등장을 함께 막아내자"고 제안했다.

밑바닥 선거 운동 중인 당협위원장들도 '반명' 마케팅에 가세했다. 이재영 국민의힘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아무리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 등을 앞세운 현수막을 내걸고 반명 민심 쓸어담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한국일보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