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해군분석센터(CNA) 데커 에벨레스 연구원이 청진조선소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에는 지난 21일 진수 도중 넘어진 구축함에 풍선 수십개를 매단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담겼다. 데커 에벨레스 X계정 캡처
북한이 지난 21일 청진조선소에서 진수 도중 넘어진 5000t급 새 구축함을 복구하면서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 여러 개를 선체에 매단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정확한 용도는 확인되지 않지만, 구축함을 바로 세우는 데 필요한 대형 크레인 등을 갖추지 못한 북한이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해군분석센터(CNA)의 데커 에벨레스 연구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엑스(구 트위터)에 함경북도 청진조선소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넘어진 구축함에 타원형의 작은 물체가 다수 부착된 모습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에벨레스 연구원은 "북한은 지난 2009년 개봉한 픽사의 영화 '업'에서 풍선을 집에 매달아 집을 공중에 띄운 방식으로 구축함의 인양을 시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성사진 속 방수포(위장막)와 해상에 그림자가 진 것으로 미뤄 해당 물체는 풍선과 같이 공중에 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도 북한이 풍선과 유사한 물체를 넘어진 구축함에 매단 동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가림막 상공과 해상에 풍선형 미상 물체를 설치했다"며 "세부적인 사안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촬영된 청진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치고 진수 준비 중인 구축함의 위성사진. 사진 통일부 제공
에벨레스 연구원은 풍선 인양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전문가들은 그보다는 구축함의 추가 침몰을 방지하거나 균형을 잡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분석했다. 잠수함장 출신의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일단 배가 가라앉는 것을 멈추게 하기 위한 나름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도 "풍선을 활용하는 리프트백 방식은 소형 어선을 부양하거나 인양할 때 쓰는 방식"이라며 "물에서 부양하는 것이 아닌 공중 풍선은 부력(인양력) 자체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선체에 매단 풍선만으로는 넘어진 대형 구축함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앞서 북한은 "침수 격실의 해수를 양수하고 함수 부분을 이탈시켜 함의 균형성을 회복하는데 2~3일, 현측 복구에 10여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선 육상에 걸쳐있는 함수 부분을 바다로 옮긴 뒤 수상에서 구축함의 균형을 회복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청진조선소에서 새로 건조한 5000t급 구축함 진수식을 진행하는 중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법 기관은 책임자에 대한 구속·조사 절차에 들어갔으며, 조선소 실무 간부들과 이형선 당군수공업부 부부장이 줄줄이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