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군인 김오랑 추모제’가 열렸다. 묘비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12·12 군사반란 당시 반란군에 저항하다 숨진 고 김오랑 중령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국가가 김 중령의 사망 사실을 왜곡해 사회적 명예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가는 “김 중령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고, 이미 보상했다”고 반박해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11단독 유창훈 부장판사는 27일 김 중령의 누나인 김쾌평씨와 형 김태랑씨 등 유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3차 변론을 진행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 3월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유족 개인별 배상 청구 금액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 변론을 재개했다.
김 중령은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12·12 군사반란 당시 김 중령은 1979년 12월13일 정병주 전 육군 특전사령관을 불법체포하기 위해 사령부에 침입한 신군부 측 군인들에 홀로 맞섰다. 신군부 측은 ‘김 중령이 먼저 사격했다’고 주장하며 김 중령 사망을 ‘순직’으로 기록했다. 김 중령 모친은 속앓이를 하다 약 2년 뒤 숨졌고, 부인 백영옥씨도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고 1991년 숨졌다.
2022년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는 김 중령 사망을 순직이 아닌 ‘전사’로 정정했다. 전사는 순직과 달리 일반 업무가 아닌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더 큰 보상을 받는다. 진상규명위는 신군부 측이 총기를 난사하면서 정 전 사령관을 체포하려 했고, 김 중령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김 중령이 응사하자 신군부 측이 총격해 김 중령이 피살됐다고 밝혔다.
유족은 지난해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반란군이 김 중령의 죽음을 단순한 우발적 사고로 조작·왜곡해 허위사실로 김 중령의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하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첫 재판은 지난해 12월3일 오후에 열렸다. 김 중령의 조카인 김영진씨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더 일찍 명예 회복이 돼야 했었다”고 말했다. 유족 측 대리인인 김상분 변호사는 이날 기자와 만나 “첫 변론에서 유족은 ‘국가를 위해, 그것도 군인으로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점’에 대한 억울함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간 재판에서 국가는 김 중령 사건을 은폐·조작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김 중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 또 김 중령 측에 대한 보상이 이미 이뤄졌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통한 국가배상은 ‘이중배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4일 한 차례 더 변론을 열기로 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의 상징성을 고려해 재판부에서 청구를 인용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