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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부터)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박민규 선임기자·성동훈 기자·연합뉴스


21대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내놓은 노동 정책은 정당의 이념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노동자 권익 보호에 초점을 맞춘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기업 규제 완화에 우선순위를 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당별 10대 공약 정책 순위를 보더라도 민주노동당은 노동이 2위(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권과 사회안전망), 민주당은 7위(노동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다. 국민의힘은 정책공약집에 ‘노동개혁’ 공약을 냈지만 반노동 성격을 띤다. 노동 정책에 대한 개혁신당의 고민은 보이지 않았다.

노동법 적용 범위 확대 vs 노동약자보호법

기존 노동관계법령이 포괄하지 못하는 유형의 노동자가 늘어나며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프리랜서, 초단시간 노동, 5인 미만 사업장 등 비정규직으로 통칭할 수 없는 노동법 밖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이재명 후보와 권 후보가 첫 번째로 밝힌 정책도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 보장’이다.

이 후보는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등 고용 형태나 계약 명칭과 무관하게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근로기준법을 개정할지, ‘(가칭)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기본법’을 제정할지 등 구체적인 방법론은 밝히지 않았다.

권 후보는 근로기준법 2조를 개정해 근로자·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하겠다며 이 후보보다 선명하게 불안정 노동자 보호 방안을 밝혔다. 권 후보는 “근로계약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사람은 노동자로 추정하고, ‘노동자 아님’의 입증 책임은 사용자에게 부과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부당해고 금지, 연차유급휴가 등 권리를 보장하고, 근로기준법·퇴직급여보장법을 개정해 초단시간 노동자도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퇴직금을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두 후보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프리랜서 등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보였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배달·택배노동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 정도 보수는 받아야 한다’는 최소보수제(최저보수제) 관련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에 적정소득보장제를 도입하고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노동약자보호법’ 제정을 공약했다.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을 노동약자로 규정하고 지원 계획 수립, 실태조사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김 후보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직장 내 괴롭힘 보호 대상으로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도 했다. 이준석 후보는 노동법 밖 노동자 보호 방안에 대해 따로 공약을 내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노동절인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비전형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노동시간 단축 vs 주52시간제 완화

장시간 노동 개선은 오랜 과제다. 노동부 고용노동통계를 보면 지난해 임금노동자의 월간 노동시간은 146.8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연간 노동시간과 비교하면 2023년 기준 한국은 1872시간으로 OECD 평균 1742시간보다 오래 일한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노동시간 단축에 방점을 찍었지만 국민의힘은 유연근로 확대를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는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을 지원해 2030년까지 OECD 평균 이하로 노동시간을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과로사 예방을 위한 최소휴식시간 제도 도입, 연차휴가 일수와 소진율 확대, 연차휴가 저축 제도(미사용 휴가 3년 내 사용) 추진 등도 밝혔다.

권 후보는 몰아서 일하기 없는, 온전한 주 4일제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하루 11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와 24시간 내 11시간 연속휴식제도를 도입하고 퇴근 후 업무 지시를 막는 연락차단권을 법으로 보장하겠다고 했다. 연차휴가 일수 10일 추가, 1년 최소 1개월의 노동안식월제 도입을 공약했다.

권 후보는 심야노동 원칙적 금지도 내세웠다. 사회적 공익과 필요에 의해 제한적으로만 심야노동을 허용하고 심야노동을 할 경우 24시간 연속휴식제를 도입하고 월간 심야노동 횟수를 최대 14일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다만 수입 감소를 우려하는 노동자를 위해 1주 15시간 이상 최소생활노동시간을 보장하도록 법제화하겠다고 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주 4.5일 또는 주 4일제 도입으로 좁혀 논의하면 대기업·공공기관과 그 외 노동자 사이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서 서울 집중유세를 벌이고 있다. 이준헌 기자


김 후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내세우며 유연근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노사 합의로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고 고소득 전문직은 주 52시간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탄력근로 및 선택근로제 사용 기간을 최소 반기(6개월)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이준석 후보는 관련 공약을 명시적으로 내지 않았지만, 노동시간 단축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대선 후보자 1차 TV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임금 감소가 없는 주 4.5일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말 그대로 기업에게 옴팡지게 부담을 다 넘기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법정 정년연장 vs 퇴직 후 재고용

한국은 고령 인구 증가세가 가파르고 연금 수급 크레바스(소득 단절기), 노동 공급 감소에 따른 생산성 하락 우려도 크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법정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퇴직 후 재고용 방안에 방점을 찍었다.

이재명 후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단계적 법정 정년연장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 시점(현재 63세·2033년 65세)에 맞춰 단계적으로 연장하자는 것이다. 권 후보도 만 65세로 법정 정년을 연장하고 그 기간만큼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 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효과를 가져오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현행 법정 정년은 그대로 두고 퇴직한 뒤 재고용하는 방안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도 법정 정년 연장에 반대한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TV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정년 연장하겠다고 했는데, 젊은 세대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정년을 연장하려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조정하고 임금피크제 확대, 고용조건 조정 등을 수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학계 의견은 갈린다. 청년 일자리와 고령층 일자리의 경합 정도가 약하기 때문에 정년 연장을 해도 청년 고용에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견, 대기업·공공기관 등 좋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세대 간 경쟁이 클 수밖에 없기에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개편 없이 법정 정년을 연장했을 경우 청년 고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단계적으로 법정 정년을 연장하되 근무 형태를 다양화해 임금을 깎는 방안, 현재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를 확대하는 방안, 정년 연장 수혜에 따른 사회연대기금 마련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법정 연장, 퇴직 후 재고용으로 입장이 갈리는 정년연장 문제는 연금 개혁 등과 맞물린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6일 서울 도봉구 방학사거리에서 열린 노원·도봉·강북 집중유세에 지지자들에게 두 팔 벌려 인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노란봉투법 개정(이·권) vs 반대(김)
중대재해처벌법 강화(권) vs “악법”(김)

민주당·민주노동당과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노사관계와 산업안전 정책을 두고도 정반대의 견해를 보였다. 이재명·권 후보는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를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무분별하게 손해배상 청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국회를 두 차례 통과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입법이 무산됐다.

김 후보는 개정을 반대한다. 그는 지난 18일 TV토론회에서 “노란봉투법은 헌법에도, 민법에도 안 맞는데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우리나라에서 기업 할 수 있겠나.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심지어 부당 경비 요구, 직장 점거, 조합원 강제동원 등 노조의 ‘노동3권 남용’ 방지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최근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사고와 맞물려 쟁점이 됐다. 김 후보는 이 법을 ‘처벌 위주의 악법’으로 규정했다. 그는 처벌 수준을 완화하고 사업장 규모별로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차등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정반대로 권 후보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전면 확대 적용하고 법 위반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연세대 서울캠퍼스 학생회관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먹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개혁신당 유일 노동 정책 ‘최저임금 차등 적용’
“지역 낙인 효과 우려, 캐나다 1년만에 폐지”

노동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개혁신당이 유일하게 내놓은 정책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다. 이준석 후보는 ‘지방자치 강화’를 내세우며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기준 최저임금을 정하면 광역·지방의회가 ±30% 범위에서 최저임금을 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공약이 시행되면 최저임금이 높은 지역으로 인구가 몰릴 가능성이 커 지역별 격차를 심화할 뿐 아니라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은 낙후됐다는 낙인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후보는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최저임금 차등화 공약도 내놨다. 해외로 나간 기업이 국내 주요 국가산단으로 돌아와 입주하면 원소재국 노동자가 국내에서 현지 노동조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했다. 최대 10년간 이주노동자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23일 2차 TV토론회에서 캐나다 TFWP(임시 이주노동자 제도) 사례를 들며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관련 규정을 완화한 사례가 있다고 했지만, 캐나다는 시행 1년 만에 해당 제도를 폐지했다. 현재 캐나다는 이주노동자에게 같은 직무에 있는 내국인 및 영주권자와 비슷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한국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도 어긋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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