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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강남역 인근 빌딩 옥상에서 한 남성이 투신 소동을 벌여 경찰관과 구조대원들이 구조를 위해 접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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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일부 고층 건물에서 투신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에서 이른바 ‘투신 명소’로 불리고 있는 탓이다. 건물 관리인들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소방법 위반을 감수하며 옥상문을 폐쇄하는 등 고육책을 쓰고 있다.

서울강남경찰서는 26일 이달에만 강남 고층 건물에서 투신을 시도해 경찰이 출동한 사례가 최소 3건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 강남구 역삼동 소재 19층짜리 오피스텔 건물 옥상에서 한 여성이 뛰어내리려고 하다가 2시간여 만에 구조됐고, 13일 오후 3시께에는 강남역 인근 빌딩 옥상에서 한 남성이 3시간 동안 투신 소동을 벌였다. 지난 16일 자정께는 강남역 사거리 고층 건물에서 여고생이 뛰어내리려 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다행히 모두 미수에 그쳤지만 인근 건물 관계자나 입주자들은 초긴장 상태다. 최근 투신 시도 장면이 그대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퍼지면서 우울증 갤러리 등 관련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옥상문이 열린 고층 건물을 찾아다니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한겨레가 지난 21일 이른바 ‘투신 명소’ 명단에 오른 2곳을 포함해 강남역 인근 고층 건물 5곳의 관리인이나 경비원에게 확인한 결과, 2곳은 옥상문을 닫아놓거나 옥탑(건물 최상층에 있는 입주공간)으로 접근하는 계단의 문을 잠가놓았다. 옥상·옥탑 등 화재 피난시설을 폐쇄하면 소방시설법 위반이다. 소방시설법에 따라 상시 개방된 1곳은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24시간 옥상을 감시한다고 했고, 나머지 2곳은 자동개폐장치(평상시엔 잠겨 있고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개방)가 설치돼 있었다.

옥상문을 닫아놓은 한 건물의 관리인은 “옥상문을 닫아두는 게 위법인 걸 알지만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최근 투신 시도로 곤욕을 치른 한 건물 관계자는 “우리 건물이 ‘투신 명소’ 명단에 포함돼 인터넷에 떠돈다고 들었다. 건물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투신 소동 뒤 주변 건물들도 비상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남서와 일선 지구대는 강남 고층 건물들에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라고 권고하지만 실천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건축법 시행령은 연면적 1000㎡ 이상인 공동주택이나 다중 이용 건축물을 대상으로 자동개폐장치를 옥상문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된 2021년 4월9일 이전 준공된 건물들은 설치 의무가 없다. 300만원가량의 설치 비용을 건물주가 부담해야 하는데, 의무조항이 아니다 보니 설치가 확대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물주들의 개별 대응에 맡길 게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우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은 “사회적 현상은 전염성이 있다”며 “특정 지역에서 투신 소동이 잇따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 옥상문 폐쇄 등 개별적 대응만으론 부족하다. 이 흐름을 끊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투신도 예방하고 화재 시에도 문제없는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확대할 방안이 필요하다”며 “시민의 안전과 결부된 사안인 만큼 정부나 지자체가 일부 비용을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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