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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핫핑크돌핀스 등 시민사회단체 8곳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고래고기 온라인 판매'와 관련해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수민 기자

세계 최대 자연보전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보호종으로 지정한 밍크고래가 국내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서 ‘수육, 밀키트’ 등 식품으로 판매돼 관련 단체들이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행법상 밍크고래는 어업 중 우연히 그물에 걸리는 등 경우에만 위탁 판매를 할 수 있는데, 이를 증명할 처리확인서를 갖고 있지 않은 업체도 많았다.

지난 22일 핫핑크돌핀스·시셰퍼드코리아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국제보호종 밍크고래가 무차별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며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대형 고래류는 국제적으로 포획이 금지된 보호종으로 한국도 모든 고래류의 의도적 포획을 금지하고 있다”며 “밍크고래만 국내 해양보호 생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혼획(의도하지 않은 종이 섞여 잡히는 것)된 경우 유통이 허용돼 여러 쇼핑몰에서 소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쿠팡에서 검색된 '고래고기' 관련 상품들. 현재 고래고기 판매를 일시 중단한 쿠팡은 '처리 확인서' 등을 검증한 뒤 판매를 재개할 계획이다. 사진 쿠팡 홈페이지 캡처

실제 쿠팡에서 지난 19일 ‘고래 고기’를 검색하니 밍크고래 전골 밀키트, 밍크고래 모둠 수육 등 상품이 5만~1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하지만 쿠팡은 이 업체들의 고래류 처리확인서 소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해양경찰청은 밍크고래의 경우 작살 등 불법 포획 정황이 없는지 검시한 뒤 처리확인서를 발급한다. 판매업자들은 이 확인서 없이 고래고기를 유통·판매할 수 없다. 쿠팡 관계자는 “현재 고래고기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며 “제품 검증방법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26일 네이버스토어에서 검색되는 밍크 고래고기 상품들. 사진 네이버 캡처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지난달 네이버스토에서 42개의 밍크고래 상품을 판매하던 7개 업체 중 3곳도 처리확인서 공개를 거부하거나 소지하지 않았다. 이에 네이버는 사업자들에게 한 달간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청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 고래류 처리확인서를 상품페이지에 필수적으로 게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여수해양경찰서에 신고된 혼획 밍크고래. 경찰은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고래 외형에 작살이나 포경총 등 불법 포획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 여수해양경찰서 제공

해양환경단체들은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한 경우뿐 아니라 전면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혼획을 가장한 포획을 막기 어려워 불법·합법 간 경계가 모호한 데다, 한 마리당 수천만~수억원대에 거래돼 어부들의 수요도 높기 때문이다. 김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우연히 그물에 걸려들었다고 하기엔 연간 유통되는 밍크고래가 60마리에 이른다”며 “어민들 사이에선 고래가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쳐두고 질식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암묵적인 수법으로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정근영 디자이너

실제 해양경찰청 고래류 처리확인서 발급현황(2019~2024년)에 따르면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유통이 금지된 상괭이·참돌고래의 경우 혼획 개체 수가 급격히 줄고 있지만 밍크고래는 연간 50~60여 마리가 꾸준히 잡힌다. 이달 들어 군산·여수·포항에서 3마리의 밍크고래가 혼획된 가운데, 지난 7일 동해안 해상에선 2억3000만원 상당의 불법 포획 밍크고래 2마리를 운반하던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또 고래는 식품위생법상 식품 원료에 해당하지 않아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2021년 해양수산부는 밍크고래 등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어업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김병엽 제주대학교 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는 “(천장이 뚫린) 정치망 어구에 고래가 걸렸을 땐 신속히 대처하면 90% 이상의 확률로 살릴 수 있는데 오히려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래류 유통을 금지하는 동시에 어민들의 재방류에 보상을 해주는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래는 육상에서 흘러나온 부유물과 이산화탄소를 정화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핵심종”이라며 “우리나라도 고래 개체 수를 엄격히 보호·관리하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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