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변이바이러스에 대만·홍콩서 재확산…美서 사망자 ↑
노벨 수상자 데이비드 베이커, SK바이오와 범용 백신 개발 착수
DXVX, 범용 백신 글로벌 2상 진입…질병청은 mRNA 백신 연구
최근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들이 모든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汎用)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대만·홍콩 등 중화권 국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매주 평균 350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국도 지난해 여름처럼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수 있어 의료대응체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이유는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변이가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이다. 특정 변이에 맞춘 백신을 맞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진다. 과학계는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으로 모든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 있는 범용 백신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모든 변이에 대응하는 범용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감염병 대유행을 일으킨 바이러스 무리인 ‘사베코바이러스(sarbecovirus)’를 막는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베이커 교수는 앞서 단백질 구조를 빠르게 예측하고 분석·설계하는 인공지능(AI)인 ‘로제타 폴드’를 활용해 SK바이오사이언스과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했다.
이미 범용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진입한 국내 기업도 있다.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는 미국 스탠퍼드대로부터 범용 코로나19 백신 기술을 도입했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은 ‘바이러스 유사 입자(VLP)’를 이용한 방식이다. 실제 바이러스처럼 생겼지만 감염력은 없는 미세입자를 사용한다.
기존 mRNA 백신은 인체에서 바이러스 돌기를 만들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돌기 형태가 바뀐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잘 듣지 않는다. 열에 약한 유전물질로 만든 백신이라 반드시 냉동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반면 VLP는 돌기뿐 아니라 바이러스의 여러 부분을 다 갖고 있어 더 다양한 면역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덕분에 효과가 오래 간다. 기존 mRNA 백신은 약 6개월 정도 지나면 면역 효과가 떨어지는 반면, 이 백신은 1년에 한 번만 맞아도 강한 면역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RNA가 없어 냉동 보관할 필요도 없다. 현재 미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임상 1상 시험을 마쳤으며, 현재 미국·동남아 등 글로벌 임상 2상 시험 진입을 앞두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국내 바이오 기업 루카에이아이셀(루카)의 범용 코로나 치료제 기술도 확보했다. 이 기술은 단백질 구성성분인 펩타이드로 바이러스 돌기 대신 표면의 휘어진 모양을 감지하고 그 위에 달라붙어 파괴하는 원리다.
회사에 따르면 펩타이드는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크기가 20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이하인 작은 바이러스만 골라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독성이 거의 없다. 회사 관계자는 “변이가 생겨도 효과가 유지되며, 코로나19는 물론 지카, 에볼라, 뎅기열, 마버그열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질병청은 2028년까지 국산 mRNA 코로나19 백신 허가를 목표로, GC녹십자, 레모넥스, 유바이오로직스, 한국비엠아이 등 4개 기업과 연구기관을 선정해, 지난달부터 비임상 시험에 착수했다. 질병청은 총 사업비 5052억원을 투입해 향후 본임상 1·2·3상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질병청 전략은 범용 백신 대신 변이에 맞는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목표는 감염병 발생 초기 100~200일 이내에 mRNA 백신을 신속히 개발하는 플랫폼(기반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면 항원이 될 변이 바이러스의 mRNA만 교체해 새로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질병청을 백신 개발 플랫폼으로 코로나19는 물론 암 치료용 백신이나 희소질환 치료제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대한민국 백신 주권을 강화하고 글로벌 보건 안보 선도국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미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발생 시 국내 기술과 역량으로 초고속으로 백신을 개발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노벨 수상자 데이비드 베이커, SK바이오와 범용 백신 개발 착수
DXVX, 범용 백신 글로벌 2상 진입…질병청은 mRNA 백신 연구
코로나바이러스(노란색)가 인체 세포 표면에 붙어 있는 모습을 찍은 주사전자현미경 사진./NIAID
최근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들이 모든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汎用)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대만·홍콩 등 중화권 국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매주 평균 350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국도 지난해 여름처럼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수 있어 의료대응체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이유는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변이가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이다. 특정 변이에 맞춘 백신을 맞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진다. 과학계는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으로 모든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 있는 범용 백신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모든 변이에 대응하는 범용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감염병 대유행을 일으킨 바이러스 무리인 ‘사베코바이러스(sarbecovirus)’를 막는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베이커 교수는 앞서 단백질 구조를 빠르게 예측하고 분석·설계하는 인공지능(AI)인 ‘로제타 폴드’를 활용해 SK바이오사이언스과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했다.
이미 범용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진입한 국내 기업도 있다.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는 미국 스탠퍼드대로부터 범용 코로나19 백신 기술을 도입했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은 ‘바이러스 유사 입자(VLP)’를 이용한 방식이다. 실제 바이러스처럼 생겼지만 감염력은 없는 미세입자를 사용한다.
기존 mRNA 백신은 인체에서 바이러스 돌기를 만들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돌기 형태가 바뀐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잘 듣지 않는다. 열에 약한 유전물질로 만든 백신이라 반드시 냉동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반면 VLP는 돌기뿐 아니라 바이러스의 여러 부분을 다 갖고 있어 더 다양한 면역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덕분에 효과가 오래 간다. 기존 mRNA 백신은 약 6개월 정도 지나면 면역 효과가 떨어지는 반면, 이 백신은 1년에 한 번만 맞아도 강한 면역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RNA가 없어 냉동 보관할 필요도 없다. 현재 미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임상 1상 시험을 마쳤으며, 현재 미국·동남아 등 글로벌 임상 2상 시험 진입을 앞두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국내 바이오 기업 루카에이아이셀(루카)의 범용 코로나 치료제 기술도 확보했다. 이 기술은 단백질 구성성분인 펩타이드로 바이러스 돌기 대신 표면의 휘어진 모양을 감지하고 그 위에 달라붙어 파괴하는 원리다.
회사에 따르면 펩타이드는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크기가 20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이하인 작은 바이러스만 골라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독성이 거의 없다. 회사 관계자는 “변이가 생겨도 효과가 유지되며, 코로나19는 물론 지카, 에볼라, 뎅기열, 마버그열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질병청은 2028년까지 국산 mRNA 코로나19 백신 허가를 목표로, GC녹십자, 레모넥스, 유바이오로직스, 한국비엠아이 등 4개 기업과 연구기관을 선정해, 지난달부터 비임상 시험에 착수했다. 질병청은 총 사업비 5052억원을 투입해 향후 본임상 1·2·3상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질병청 전략은 범용 백신 대신 변이에 맞는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목표는 감염병 발생 초기 100~200일 이내에 mRNA 백신을 신속히 개발하는 플랫폼(기반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면 항원이 될 변이 바이러스의 mRNA만 교체해 새로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질병청을 백신 개발 플랫폼으로 코로나19는 물론 암 치료용 백신이나 희소질환 치료제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대한민국 백신 주권을 강화하고 글로벌 보건 안보 선도국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미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발생 시 국내 기술과 역량으로 초고속으로 백신을 개발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