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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 건설부동산부장
14년째 열차표값 묶여 빚 눈덩이인데
요금 못올리는 코레일·SR 대책 간과
대선 후보들도 에너지 공약만 매달려
공공기관 '부채 폭탄' 해법 제시해야

[서울경제]

우리나라의 KTX 요금은 저렴하다. 코레일이 지난해 각국의 고속철도 운임을 물가와 연동해 계산해본 결과 한국이 가장 쌌다. KTX(서울~부산)의 ㎞당 요금 지수가 100이라면 일본 신칸센(도쿄~신오사카)은 148, 프랑스 TGV(파리~리옹)는 234, 독일 ICE(프랑크푸르트~뮌헨)는 305로 조사됐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3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렇게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코레일 요금이 10년 넘게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동력을 전기에 의존하는 고속철도 요금도 따라 올려야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코레일 열차표 값은 2011년 2% 남짓 오른 뒤 그대로다. 벌써 14년째 요금 동결이다. 소비자물가가 이 기간 27%나 올랐으니 실질 가격은 오히려 내린 셈이다.

KTX 등 철도 수요 증가로 매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레일 매출은 2022년 5조 1428억 원을 기록한 뒤 2023년 5조 8159억 원, 지난해에는 6조 5281억 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요금 동결의 부작용으로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6년 10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뒤 줄곧 적자를 기록 중이다. 부채비율 역시 2022년 220%, 2023년 242%, 지난해 265.4%로 불어났다. 전체 누적 부채만도 21조 632억 원에 달할 정도다. 연간 이자비용만도 4130억 원이 나간다. 하루 이자만 10억 원이 넘는다.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 에스알(SR)의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SR의 영업이익은 2023년 138억 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94억 원으로 주저앉았다. 올해는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원가 절감을 통해 0원의 영업이익을 내기로 목표를 세웠다. SR은 SRT 요금을 2016년 개통 이후 단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SR 역시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올해 대선 후보로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발언을 보면 전기요금 인상의 후유증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 이 후보는 최근 한 유세 현장에서 “전기요금도 이제 앞으로 올려야 한다. 지금도 비싸다고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해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이 같은 발언의 배경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발전사 등의 부채 감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발언이다. 하지만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에도 요금을 올리지 못한 공공기관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않았다.

김 후보는 원전 확대를 위한 ‘전기요금 인하’만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을 60% 넘게 올리고 주택용 요금도 40% 가깝게 인상한 것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자 전기요금을 내리겠다는 발언만을 내놓았다. 전기요금을 오로지 표 구걸의 수단으로 삼을 뿐 국가 운영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과거 정부는 물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요금 억제 기조 속에서 공공요금의 인상을 외면했다. 천문학적 부채에 허덕이는 한전을 살리기 위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도 KTX 등 철도 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과 SR의 요금 인상에 소극적이었다.

이제는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폭탄 돌리기로 변질한 전기요금 인상의 후폭풍에 대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90%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의 에너지 공약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 동결과 인상 결정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볼 때다. 이대로 방치하면 공공기관의 부채를 국민들의 혈세로 메꿔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 억제를 통한 물가 안정 뒤에 가려진 부채 폭탄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다.

후보들은 득표를 위한 공약도 중요하지만 대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우리가 처한 에너지 현실을 알리고 극복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더 이상 전기요금 인하가 선심성 공약이 되면 곤란하다.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면 과감하게 결정해야 한다. 다만 그 후유증을 최소화할 대책도 국민들에게 알리고 선택을 받아야 한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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