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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3월 20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로런스 배카우(왼쪽) 당시 하버드대 총장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견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과의 유착을 이유로 하버드대의 외국 유학생 허가 권한을 박탈했다. 사진 하버드대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외국인 학생 등록을 받지 못하도록 한 뒤로 하버드대의 '친중' 행보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중국 당국도 당황한 눈치다.

25일(현지사간) 로이터통신은 "하버드대가 그동안 친중 성향이 강했다"며 여러 사례를 들었다. 2020년 미국이 위구르족과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침해 혐의로 준군사조직인 신장생산건설병단을 제재 명단에 올렸는데도, 하버드대가 이 병단의 간부들을 초청해 공중보건 관련 교육을 제공했다고 한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셰펑(謝峰) 주미 중국대사의 연설에 항의하던 하버드대 학생운동가가 중국인 교환학생에게 물리적으로 쫓겨난 사례도 발생했다. 이와 관련, 미 의회는 "베이징과 연계된 학생회가 교내 정치활동을 감시해왔다"고 우려했다.

하버드대 총장이 중국에서 정상급 환대를 받은 적도 있다. 드루길핀 파우스트 전 총장(2015년 3월)과 로런스 배카우 전 총장(2019년 3월)은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을 때 대등한 좌석 배치 의전을 받았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하버드대가 중국공산당과 협력했다"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주중 미국대사관은 23일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에 “미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가 중국공산당과 협력하고 캠퍼스 내 학생폭력, 반(反) 유대주의, 테러리스트를 지원한 데 대한 책임을 물었다”며 “하버드대는 법을 준수하지 못해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박탈 당했다”는 공지를 게재했다. 그러자 중국 네티즌들은 “반유대주의가 왜 문제인가” 등 이번 조치를 비난하는 댓글 3600여 건을 올리며 반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쟁자였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장의 아들 보과과(왼쪽)가 지난 2012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졸업식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있다. 사진 X 캡처
하버드대는 중국 최고위층 자제를 대거 받아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시 주석의 외동딸인 시밍쩌(習明澤·33)는 물론 그의 정적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정치국위원의 아들 보과과(薄瓜瓜·38) 등이 대표적이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보과과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23일 X(옛 트위터)에 “인재는 한 나라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며 “해외 유학생에게 슬픈 소식이며, 미국인도 결국 아픔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남는 유학생은 미국인을 위한 순 자산을 만들어낼 것이며, 귀국하는 유학생은 미국에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미국 소프트파워의 기반은 할리우드가 아닌 강의실”이라고 했다.

중국 정계에서는 한때 하버드대가 유학생 학부모 모임을 열면 중국 정치국회의가 연기된다는 조크까지 유행했다. 2014년 5월 시밍쩌의 하버드대 졸업식에 펑리위안 여사의 동생 펑리쥐안(彭麗娟)이 참석했다고 아사히신문 기자가 자신의 저서에서 밝히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하버드대와의 유착설에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3일 마오닝(毛寧)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일관되게 교육 협력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며 “중국 유학생의 정당하고 합법적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가 제재 대상인 신장건설병단에 연수프로그램을 제공한 데에 대해선 “중국에 대한 공격과 먹칠에 반대한다”며 “미국의 제재는 불법적이며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마카오 “하버드생 무조건 합격” 유치전
이런 가운데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홍콩과 마카오는 하버드대 유학생 인재 유치에 나섰다. 지난 23일 홍콩과학기술대(HKUST)는 “글로벌 학문의 변화 속에서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무조건 합격, 간소화된 입학 절차, 학업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튿날일 24일 마카오 교육청소년국(교육부 격)도 “최근 미 정부가 하버드대의 유학생 모집을 금지하려 시도했고, 지방법원이 개입한 것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영향을 받는 학생들에게 전학 편의와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유학생 유치 의사를 밝혔다.

다만 하버드대 외국인 학생 등록 금지 조치는 23일 미 연방법원의 개입으로 효력이 중단된 상태다. 미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의 앨리슨 버로우스 판사는 국토안보부가 전날 내린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 취소의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하버드대의 가처분 신청을 이날 받아들였다. 하지만 하버드대의 중국 유학생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홍콩 선도일보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인용해 “‘하버드 인증 국제 난민’의 첫 그룹이 될 뻔했다” “캐나다나 유럽으로 편입 가능성을 알아보고 있다” 등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사태로 하버드대에 유학 중인 벨기에의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엘리자베트(23) 왕세녀도 주목을 받았다. 석사과정 1년을 마친 엘리자베트 왕세녀와 관련, 벨기에 왕궁 대변인은 “(미 정부의) 결정의 영향은 앞으로 며칠 혹은 몇 주 안에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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