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 구역질 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발언하고 있다. 개혁신당 제공, 연합뉴스
천호선 전 노무현재단 이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젠가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언급에 대해 “구역질이 난다. 교활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맡은 천 전 이사는 25일 페이스북에 “이건 짚고 넘어가야겠다”며 글을 올렸다. 천 전 이사는 “‘대통령 과학 장학생’은 김대중 정부에서 입안하고 노무현 정부인 2003년부터 시행됐다”며 “현재 노무현 재단에서 선발하는 ‘노무현 장학생’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천 전 이사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백몇십명 정도로 매년 수여했는데 이준석도 그중 한 명(에 불과하다)”이라며 “말을 바꾸고 마치 자기 개인에게 노 대통령이 특별한 덕담을 한 것처럼 거짓말을 해대기까지 하는 것에 구역질이 난다”고 말했다.
천 전 이사의 언급은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이준석 후보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한 말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후보는 “2003년 미국 유학을 가게 될 때 노 전 대통령께서 내게 직접 장학 증서를 주며 ‘열심히 공부해 언젠가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고 이바지해야 한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며 “22년 뒤 대통령 후보라는 자리에 서서 보니 참 그 말씀이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었구나 생각하게 되고, 앞으로 잘 실천해 대한민국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를 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천 전 이사는 이 후보의 과거 동영상도 함께 올렸는데 ‘노무현 장학생이 맞냐’는 질문에 그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내용이다.
영상에서 이 후보는 “‘친노’에 계시는 분들이 ‘너는 노무현 장학금을 받았는데, 노무현과 정치 노선 다르게 걷냐’고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 때 ‘대통령 과학 장학금’을 받은 거다. 쉽게 말하면 국비 장학금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무현 장학생’을 부인하던 그가 선거를 앞두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이용’하고 있다는 게 천 전 이사의 발언 취지다.
최근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전남대 후문에서 열린 유세에서 “(험지에서) 항상 도전적으로 살아왔고 솔직하게 정치해온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해도 제가 살아온 궤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튿날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선 “(2002년) 광주에서 민주당 경선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자신감 있는 모습, 진정성 있는 모습이 인정받았고 그 결과로 노무현 신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대구 2·28 기념 중앙공원 집중 유세 땐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19차례나 언급했고, 13일 부산 집중유세에서도 12차례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