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경기 시흥 배곧아브뉴프랑 센트럴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저 남미에 ‘아’ 뭐 하는 나라 ‘브’ 뭐 하는 나라, 아시아 ‘피’ 뭐 하는 나라, 한때 정말로 잘 나가다가 군사ㆍ사법 쿠데타 독재 이런 거로 완전히 망가져가지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4일 경기도 시흥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닮고 싶은 나라, 배우고 싶은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제3세계 후진국이나 벌이는 군정을 시도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ㆍ3 비상계엄을 비판하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25일 통화에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데, 특정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은 대통령 당선 시 해당 국가와 한국이 양자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대선 후보자 1차 토론회에서 “6ㆍ25 때 중국 공산당이 우리나라 쳐들어와서 적국이었고, 미국은 우리를 도와줘 대한민국을 지킨 당사자”라며 “그런 점에서 ‘중국도 중요하다, 러시아도 중요하다, 미국도 중요하다’ 이건 아니다”라고 이 후보의 실용 외교 주장을 반박했다. 김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1992년 한ㆍ중 수교하면서 과거를 털기로 한 게 언제인데 지상파 토론회에서 중국을 ‘6ㆍ25 때 우리를 쳐들어온 나라’라고 한 것 아니냐”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뉴스1

양당 대선 후보들이 상대 진영 공격을 위한 ‘네거티브 전(戰)’에 주요 외교 상대국들을 거침없이 깎아내리는 모습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때리는 과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여러 번 ‘독재자’라고 언급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 입법ㆍ행정ㆍ사법을 다 하면 김정은 독재, 시진핑 독재, 히틀러 독재가 되는 거 아니겠나”(지난 14일, 밀양 유세),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89.77%를 받았다. 북한의 김정은 또는 중국의 시진핑과 같은 정도 득표율”(지난달 29일, KBS 라디오)이라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상대가 있는 외교 만큼은 단어 하나하나 매우 조심해야 한다”(박원곤 교수)고 지적하지만 지난 대선 때부터 후보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쉽게 넘나들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0대 대선 TV 토론회(2022년 2월 25일)에서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보 정치인”이라고 지칭해 논란을 불렀다.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우크라이나에서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며 “윤 후보는 너무 거칠고 난폭해서 사드 배치, 선제 타격을 쉽게 말하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철회할 생각은 없나”라고 물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한 것이 아니라 윤 후보를 지적한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해명했다.

20대 대선 국민의힘 경선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서로를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필리핀 통령에 비유했다. 윤 후보가 “좀 두테르테식”이라고 비판하면 홍 전 시장은 “귀하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라고 맞받는 식이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국 범죄자들을 즉결처형식으로 엄벌해온 것에 빗댄 것이지만 우방국인 필리핀에 대한 외교 결례라는 비판이 많았다.

박인휘 교수는 “지금은 외교가 너무 중요한 시점에 외교 수장 공백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며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계속 나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543 12억 넘는 고가 아파트·2주택자도 주택연금 받는다 랭크뉴스 2025.05.27
48542 오세훈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12시간 검찰 조사…기소 갈림길 랭크뉴스 2025.05.27
48541 “도끼로라도 문 부숴라…尹 지시로 이해” 증언 또 나와 랭크뉴스 2025.05.27
48540 한국인들 '스타벅스 사랑' 참 유별난데…국내서만 '중대 결단' 내린 이유는? 랭크뉴스 2025.05.27
48539 부부싸움? 친근한 장난? 부인에게 얼굴 맞은 마크롱 랭크뉴스 2025.05.27
48538 ‘남성암 1위’ 예측 전립선암… 뼈까지 전이땐 5년 생존율 49% 랭크뉴스 2025.05.27
48537 “대법관 증원·비법조인 임명법 철회”…‘사법개혁’ 한발 뺀 민주당 랭크뉴스 2025.05.27
48536 “베트남 원전 도울 것”…K원전 경쟁자 마크롱 직접 뛰었다 랭크뉴스 2025.05.27
48535 "한국은 늘 내 맘속에"…6·25참전용사 랭글 전 美의원 별세(종합) 랭크뉴스 2025.05.27
48534 법관대표회의, 5개 안건 추가 상정…표결 없이 대선 뒤 재논의 랭크뉴스 2025.05.27
48533 반복적으로 카페 사장 신발냄새 맡은 50대…‘스토킹 혐의’ 벌금형 랭크뉴스 2025.05.27
48532 “월 500만원 간병 파산 지경”… ‘지속가능한 돌봄’ 요구 커져 랭크뉴스 2025.05.27
48531 고민시 측, 학폭 의혹에 “명백한 허위…법적 조치 진행” 랭크뉴스 2025.05.27
48530 이재명 옆집 GH 숙소가 비선캠프라고?…검찰, 3년 끌다 ‘무혐의’ 결론 랭크뉴스 2025.05.27
48529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 확실시 랭크뉴스 2025.05.27
48528 한국전쟁 참전 '지한파' 미국 랭글 전 의원 별세... 향년 94세 랭크뉴스 2025.05.27
48527 "큰맘 먹고 헬스장 등록했는데 문 닫았다네요"…공정위, '먹튀 헬스장' 막는다 랭크뉴스 2025.05.27
48526 베네수엘라, 이웃나라 영토 주지사에 軍장성 선출…갈등 예고 랭크뉴스 2025.05.27
48525 [사설] 경쟁 후보 좋은 공약 수용하는 큰 선거 하길 랭크뉴스 2025.05.27
48524 “단일화 가능성 0%” 못 박은 이준석… 국힘서도 자강론 확산 랭크뉴스 2025.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