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유튜버·모델 대활약…젊은세대 "멋지다" 열광
'순풍 선우용여'·'밀라논나'·'순자엄마' 등 인기
88세의 먹방 '영원씨TV'…당당히 런웨이 누비기도
"시니어의 구체적 조언, 젊은 세대에 의미 있는 자극"
'순풍 선우용여'·'밀라논나'·'순자엄마' 등 인기
88세의 먹방 '영원씨TV'…당당히 런웨이 누비기도
"시니어의 구체적 조언, 젊은 세대에 의미 있는 자극"
[유튜브 '순풍 선우용여'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시니어 유튜버·모델들이 부상하고 있다.
"남 눈치 안 보고 해볼 수 있는 건 뭐든 도전" 한다는 7080 시니어들이 2030 청년들의 '워너비'가 되며 인기다.
여유 있는 태도와 따뜻한 말투로 삶의 지혜를 전하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당당히 어깨를 펴는 시니어의 모습에 젊은 세대는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바람을 품는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80세 선우용여 유튜브 영상마다 조회수 100만회
요즘 가장 '핫'한 시니어 유튜버는 채널 '순풍 선우용여'의 배우 선우용여(80)다.지난달 2일 문을 연 '순풍 선우용여'는 개설 한 달여 만에 구독자 22만명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6개의 영상이 올라왔는데 각각 조회수 100만회를 가뿐히 넘겼다.
여세를 몰아 지난 21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선우용여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생은 많이 남은 것 같아도 많이 남은 게 아니다"라며 "젊다고 아직 삶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시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나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 중 가장 화제가 된 건 직접 차를 운전해 호텔에 가서 6만4천원짜리 조식 뷔페를 먹는 내용이다. 조식 뷔페를 먹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화장하고 옷을 차려입는 게 일종의 '힐링'이라는 그는 "돈뭉치를 (죽어서) 이고 지고 갈 것도 아닌데 내 몸을 위해서 돈을 아끼면 뭐하냐"고 말했다.
이어 "옷은 1천만원짜리 사면서 입으로 들어가는 건 거지 같이 먹으면 안 된다"며 "입으로 들어가는 건 비싼 거 먹고 옷은 깨끗하게만 입으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올린 영상에서는 '관리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마음을 편안히 먹고, 항상 긍정적으로. 남의 눈치 볼 필요 없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높은 조회수만큼 반응도 호평일색이다.
유튜브 이용자 '이***'는 "선우용여 선생님의 밝고 긍정적인 영상을 계속 보다 보니까 '골치 아픈 일은 잊고 어차피 잘될 거다. 즐겁게 재밌게 살아보자'라고 신기하게도 마음이 먹어진다"고 썼다.
'lee***'는 "이제부터 이분처럼 살기로 작정했다"며 "나의 인생 롤모델"이라고 적었다.
이 외에도 "80세에 이렇게 건강하시다니 완전 제 워너비예요"('gam***'), "너무 멋있다. 진짜 80세 여성 중에 제일 멋있는 듯"('Gae***'), "돈 많이 벌어서 이렇게 멋있는 할머니 돼야지"('mou***'), "나도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djf***')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나이가 무색한 '파워 워킹'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오간수교 아래 수상무대에서 열린 '청계 라이브 패션쇼'에서 최고령 모델인 장정례(80)씨가 런웨이를 걷고 있다. 2025.5.25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오간수교 아래 수상무대에서 열린 '청계 라이브 패션쇼'에서 최고령 모델인 장정례(80)씨가 런웨이를 걷고 있다. 2025.5.25
런웨이 누비는 시니어 모델들…구독자 99만명 '밀라논나'
지난 22일 저녁 종로구 청계천에서 펼쳐진 '청계 라이브 패션쇼'. 이날 런웨이에 선 모델 120여명 중 100여명이 시니어 모델이었다. 최고령 모델은 1945년생으로 올해 80세인 장정례 씨.화려한 의상의 시니어 모델들이 당당한 모습으로 런웨이에 등장할 때마다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강수정(19) 양은 "시니어 모델분들을 보니 정말 당당하게 사시는 것 같아 감탄스럽고 대단하시단 생각이 든다"며 "저도 나중에 나이를 먹으면 시니어 모델분들과 같은 이런 멋진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지우(25) 씨 역시 "시니어 모델분들이 백발의 머리칼을 날리며 런웨이에서 파워 워킹하시는 모습을 보니 제 심장이 다 두근거렸다"며 "연륜에서 나오는 그 당당함을 절대 무시 못 하는 것 같다. 정말 본받고 싶다"고 밝혔다.
청계천 수상무대에서 열린 '청계 라이브 패션쇼'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오간수교 아래 수상무대에서 열린 '청계 라이브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 2025.5.25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오간수교 아래 수상무대에서 열린 '청계 라이브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 2025.5.25
선우용여에 앞서 유튜브 채널 '밀라논나'로 구독자 99만명의 대형 팬덤을 형성한 크리에이터 장명숙(73) 씨도 있다.
장씨는 1978년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을 가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다. 1990년대 페라가모와 막스마라, 알레그리 등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온 그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의상 디자인 총괄을 담당하기도 했다.
'밀라논나'에 지난달 28일 업로드된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에서 장씨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돌아봤다.
당시 삼풍백화점 해외명품담당 고문이었던 그는 "백화점 붕괴로 인해 하루아침에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나 힘든 충격을 받았다"며 "그 충격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주저앉아버렸는데 그때 주변을 둘러보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달리다가 넘어지면 급하게 일어나서 다시 뛰려 하지 말고 넘어진 김에 주변을 둘러보고 시야를 넓게 가지자란 교훈을 얻게 됐다"며 "삶이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젊은 친구들도 과정을 즐기며 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밀라논나'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 21일 EBS TV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서 장씨를 조명했다.
서장훈이 "1970년대에 밀라노에서 패션을 공부하겠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보통 용기로 안 되는 일"이라고 하자 장씨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한다. 내가 감으로써 길이 생기지 않았냐"고 답했다.
유튜브 이용자 'Yhe***'는 "외할머니가 키워주셨던 저는 밀라논나님에게서 우리 외할머니를 느낀다"며 "밀라논나님의 영상을 보는 이 시간이 제게는 할머니가 손녀에게 등을 쓸어주며 전해주시는 지혜 같다"고 썼다.
'Si_***'는 "25살 대학생이다. 대학 입학하고 무기력하고 자기파괴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 밀라논나님의 영상을 보고 많이 변한 것 같다. 제 삶을 더 사랑하게 됐다. 정말 감사하다"며 "제 추구미가 바로 밀라논나님이다"고 적었다.
[유튜브 '순자엄마'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소소한 일상·먹방도 인기…"우리 할머니 같아"
유명인만 관심 받는 게 아니다. 직접 농사 지은 채소를 먹는 먹방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영상을 촬영하던 시니어 유튜버 '순자엄마'는 예상치 못한 방해꾼을 만난다. 시도 때도 없이 '꼬끼오'거리며 울어대는 닭. 결국 순자엄마는 그 닭을 잡아 푹 삶는데 다 삶은 닭을 솥에서 꺼내다 그만 흙바닥에 떨어뜨리고 만다.
"어때 (닭) 너무 좋지? 내가 집에서 믹인(먹인) 거야"라고 뿌듯해하던 그는 다 익은 닭을 그만 땅에 떨어뜨리자 "에헤이~ 조졌네 이거!"라는 '찰진' 발언을 날린다.
2019년에 공개된 해당 영상은 현재까지도 '전설의 조졌네 영상'으로 알고리즘을 타며 누적 조회수 319만회를 기록 중이다. 본 영상을 편집해 만든 유튜브 쇼츠 영상들의 조회수까지 모두 더하면 1천만회가 훌쩍 넘는다.
누리꾼들은 "할머니 우울할 때 매일 봐요. 건강하세요", "'에헤이~ 조졌네 이거!' 이 부분 너무 웃겨요. 생각날 때마다 계속 보게 돼요", "기승전결이 이렇게 완벽한 작품은 처음 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시니어가 먹방도 한다.
88세 김영원 씨가 건강한 치아로 쫀득한 지구젤리를 오물오물 먹는 '영원씨TV'의 한 영상은 조회수가 1천238만회가 넘는다. 김씨는 수건케이크와 핫치즈빅싸이순살치킨 등 최신 유행 디저트와 음식들을 섭렵하며 MZ 뺨치는 먹방을 보여준다.
[유튜브 '영원씨01see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밀라논나나 선우용여와 같은 시니어 유튜버들은 70대 이상의 고령층이지만, 이들이 다루는 콘텐츠의 핵심 타깃은 오히려 MZ세대"라고 짚었다.
이어 "삶의 태도나 지혜, 생활 노하우 등 인생 선배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조언과 실용적인 정보가 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에게 의미 있는 자극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시니어 유튜버들은 광고나 수익 창출보다 자신의 꿈과 경험을 나누는 데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며 "간접광고(PPL)나 협찬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 입장에서는 이런 '순수함'이 오히려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자신이 쌓아온 전문성과 경험을 유튜브라는 방식으로 표현하려는 시니어들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의 욕구와 시니어의 자기표현 욕망이 맞물리면서 이 현상은 앞으로도 몇 년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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