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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임대료 감액 협상···계약해지 강행 ‘파장’
②일시에 2000억 날리면 MDM도 휘청
③최대 채권자 메리츠, 뒷짐지고 바라보는 이유
[서울경제] 이 기사는 2025년 5월 25일 09:11
자본시장 나침반'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가 부동산 펀드 등 61개 건물주들과 임차료 감액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이 협상에 임하지 않은 17개 건물주들에게는 법이 보장하는 바에 따라 계약 해지까지 통보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25일 홈플러스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들이 손실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국내 1위 시행사인 MDM그룹의 대응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지주(138040)는 양측 갈등이 향후 이 상황을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할지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뉴스1.


①임대료 감액 협상…계약해지 강행 ‘파장’


현재 홈플러스는 전국 120여개 지점 중 61개 지점을 임대로, 나머지 60여개 지점은 직접 소유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회생절차 개시 후 61개 임대 매장의 건물주들과 모두 임대료 감액 협상을 벌여왔다. 공모펀드엔 35%, 사모펀드엔 50%의 임대료 감액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총 17개 건물주들이 이 협상에 불응해 최근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 중 10개 지점 건물을 소유한 곳이 MDM그룹이다.

국내 최대 시행사 MDM그룹은 2020년 말 약 7900억 원 규모 사모펀드를 조성해 전국 홈플러스 10개 매장을 인수했다. 홈플러스와는 물가 수준에 연동된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임대료를 수취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대출을 일으켰던 은행에 이자를 납부하고 펀드 수익자에게는 배당을 해왔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법원의 보호를 받아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채무자회생법 119조 제1항에 따르면, 회생절차 개시 후에는 계약상 임대 의무가 남아 있어도 상대방 동의 없이 계약해지가 가능해진다. 홈플러스는 MDM 등 건물주들과 임대료 감액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하자 실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②일시에 2000억 날리면 MDM도 휘청


MDM이 홈플러스의 강경 대응에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이유는 자사의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회사는 펀드 조성 당시 직접 1700억 원에 달하는 지분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엔 다른 지분 투자자인 군인공제회(500억 원)와 신한캐피탈(100억 원)이 풋옵션(팔 권리)에 응했다. 이에 MDM의 홈플러스 익스포저는 23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홈플러스의 요구대로 MDM이 임대료를 50% 감액하면, 펀드 조성 당시 절반 가량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먼저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할 수 있다. 대출 이자를 못 받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어서다.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은행들은 EOD 선언 후 부동산 강제 매각에 나설 수 있다. 그러면 MDM은 출자금 2000억 원 이상을 일시에 날릴 가능성이 생긴다. 아무리 국내 최대 시행사라지만 이렇게 큰 돈을 날리면 회사가 휘청일 수 밖에 없다. 물러설 곳이 없어진 MDM이 임대료 협상에 최대한 버티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로 해석된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전경.


③최대 채권자 메리츠, 뒷짐지고 바라보는 이유


그러나 홈플러스도 현재 물러서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 강대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도 기존 비싼 임대료를 계속 부담하다간 물품 대금 지급이 어려워져 상거래채권자들에게 줄줄이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직접 고용한 임직원들의 월급과 퇴직금 지급도 밀릴 수 있다. 매장을 전임차한 소상공인들의 임대료 반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는 이 상황을 뒷짐지고 지켜보고 있다. 메리츠는 지난해 홈플러스에 1조 2000억 원 규모 대출을 내주면서 홈플러스가 직접 보유한 60여개 매장을 담보로 잡았다. 양사 대출 계약에 따르면 메리츠는 회생에 돌입한 홈플러스에 EOD를 내고 담보 매장을 강제 매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을 실행하면 2만 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임직원들의 고용에 직접 타격을 주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홈플러스 사태로 비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홈플러스가 만약 회생에 실패하면 책임론이 MBK가 아니라 메리츠를 향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이 방안을 실행하는 건 현재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는 임대료 갈등 상황을 관찰하면서 대출금 회수를 위한 ‘넥스트 스텝’을 고민하고 있다”며 “부동산 펀드 대주단들이 먼저 강제 매각에 나서면 메리츠도 뒤따라 EOD를 선언하는데 보다 편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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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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