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재명 사건서 임명한 대통령 따라 10대 2
뒤늦은 사법개혁···“체계적·종합적 논의해야”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하기 전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자리에 앉아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주간경향]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5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초고속 판결한 뒤 민주당은 대법원을 강하게 압박하며 각종 사법개혁안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례적인 절차 진행과 그로 인한 정치 개입 논란이 어떤 구조와 배경 속에서 발생했는지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으면 사법개혁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 없다. 여러 법조인들은 법원 내 관료화 문제가 이번 사태에 담겨있다고 했다. 과거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이 터졌음에도 사법개혁에 소극적이었던 민주당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러 법조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법원이 매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재명 사건을 처리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선에 영향을 줄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있는가하면, 그보다 대법원의 이례적 절차 진행이 가능했던 맥락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후자를 말하는 이들은 이례적 절차 진행을 명시적으로 반대한 대법관이 이흥구·오경미 대법관 둘 뿐이었다는 데 주목한다. 공교롭게도 두 대법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고, 나머지 10명(조 대법원장 포함)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했다. 법조인들은 “대법관들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제공하는 부분”이라며 “소수의견이더라도 한두명의 대법관이 더 반대했다면 어땠을까 싶다”고 했다.

한편에선 대법원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대법관들로 구성돼있거나, 대법관들이 대법원장 뜻에 반대하기를 꺼리는 관료적 분위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한다. 한 법조인은 “국민의 다양성이 대법원에 적절히 안배됐다면 적어도 3분의 1이나 40%의 견제기능은 살아있어야 하는데 이번엔 작동이 안 됐다”며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에선 나머지 대법관도 대법원장과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법조인은 “지방법원 합의부만 해도 합의를 하면서 의견이 대립해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모여 이런 이례적인 절차를 일사불란하게 밟은 게 씁쓸했다”며 “대법원장의 확고한 입장이 있고 나머지 대법관들이 따르게 된 것 같은데, 관료 문화가 드러났다고 본다”고 했다. 보수성이 강했던 양승태 대법원 때는 ‘13 대 0 전원합의체 판결’이 많았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 외부위원이 있긴 하지만 선임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이들이 3배수 이상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그중에서 골라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대법원장 성향에 맞는 인물이 대법관이 되는 구조다. 일선 판사들이 대법관 제청권, 법관 인사권을 갖는 대법원장 눈치를 보는 관료화 문제도 그래서 나타난다. 대법관을 판사 출신이 해야 한다는 ‘순혈주의’는 여전하다. 1980년 이후 제청된 대법관 중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변호사 출신은 2018년 임명된 김선수 전 대법관이 유일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5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사법쿠데타 끝장내자”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대법원을 규탄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대법원이 판결을 선고하자마자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기일을 지정하고 이례적으로 집행관 송달 처리한 것이 관료화를 드러낸다는 비판도 있다. 모든 법관이 독립해 판단하고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데 대법원 뜻에 맞춰 속전속결로 진행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취지다. 대법관 제청 시기가 올 때마다 서울고등법원의 여러 판사들이 하마평에 오른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5월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사법개혁 좌담회에서 “이번 사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라는 한 사람, 한 기관의 행동이 아니라 사법체계 전반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짚었다. 한 교수는 “자신들이 파기환송을 하면 하급심에서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라며 “사법체계 최정상부의 대법원장과 그를 보좌하는 막강한 법원행정처 조직이 자리하고 있고, 이를 통해 3300명 법관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조 대법원장이 파기환송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단발성 법안 아닌 체계적·종합적 논의해야”

2017년 터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에서 사법권력이 정치권력과 어떻게 결탁하는지, 재판이 어떻게 사법부 조직 보호를 위한 수단이 됐는지가 드러났다. 법원 내부를 비롯해 여러 법조·시민사회단체들이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하고 관료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활발히 논의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8년 12월 사법개혁 방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2019년 4월 “국회가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제도의 설계와 실행을 위한 심도있는 논의를 해달라”고 요청도 했다.

그러나 국회는 사법개혁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재판 개입까지 확인된 사법농단 사건이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며 무시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검찰 개혁엔 열을 올리면서도 법원 개혁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입법적으로 이뤄진 것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폐지 정도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법원을 공격하고,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옹호하는 정치권의 모습은 반복됐다. 동시에 정치의 사법화는 더욱 심해졌다. 정치영역의 분쟁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지 않고 법원에 맡겼다. 민주적 정당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엘리트 법관에게 정치사안에 대한 판단을 맡기면서 사법의 정치화까지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선 민주당이 이재명 판결 직후 갑작스럽게 쏟아내는 개혁안에 공감을 못하는 분위기다. 좋은 재판을 위해 어떻게 제도를 정비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 심층적 논의 없이 대법원 압박용으로 추진되는 단편적, 즉흥적 개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연심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 법원개혁소위원회 부소위원장)는 좌담회에서 “사법개혁을 이런 식으로 논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재판 권한과 관련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이지, 단발성 법안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여 변호사는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하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모델을 제안했다.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법원이 정보공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의 경우 시민이 재판을 방청할 수 있지만 중계와 방송은 제한적이고, 재판 기록과 판결문 공개 절차가 까다로워 이용도가 떨어진다. 재판 중계를 허용하고 재판 기록과 판결문을 광범위하게 공개하는 미국과 대조된다. 정재하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좌담회에서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면 사법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더 민주적으로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823 [단독] 이재명도 대학교 간다… ‘이준석 맞불’로 2030 공략?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22 학원 관둔다는 7세 아이에 "너희 집 박살낸다"…공포의 원장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21 홍준표 “이준석에 투표, 사표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20 "71년생은 70세까지 일해라"…정년 연장에 난리난 이 나라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19 [속보] 이재명 “사법개혁·검찰개혁 중요하지만 힘 뺄 상황 아냐"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18 [속보] ​이재명 “대통령 되면 ‘비상경제대응 TF’부터…공직자 국민추천제 활성화”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17 "임대료 더는 못냅니다" 홈플러스 선언…국내 1위 시행사 MDM에 핵폭탄[이충희의 쓰리포인트]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16 이재명 “취임 후 대통령 지휘 ‘비상경제대응 TF 구성”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15 포로 교환 와중 러, 우크라에 대규모 공습… 민간인 사상자 60여 명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14 이재명 “추경 당연히 검토해야… 단기적 경기 부양 필요”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13 "71년생은 70세까지 일해라"…정년 연장에 뒤집어진 이 나라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12 민주, 이준석 고발…“이재명 ‘시흥 거북섬 발언’ 관련 허위사실 유포”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11 [속보] 이재명 "대통령 되면 가장 먼저 '비상경제대응 TF' 구성"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10 민주 "金, 도지사 때 소방헬기 162회 사용...진짜 황제 행세"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09 [속보] 이재명 “당선 즉시 비상경제대응TF 구성...투표해야 국민이 승리”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08 軍 가산점제 띄운 김문수 “초급간부 처우 중견기업 수준으로”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07 "문형배 교수 임용 안돼"…옥중편지 보내고 대학앞 시위 예고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06 [속보] 이재명 "정치보복 결단코 없다... 서로를 제거하는 전쟁 같은 정치 끝내자"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05 김문수 "걱정 말고 사전투표 참여해달라…저도 하겠다"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04 [속보] 이재명 “취임 후 대통령 지휘 ‘비상경제대응 TF 구성” new 랭크뉴스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