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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냥 뒷조사 전담팀

편집자주

시민들이 안타까워하며 무사 구조를 기원하던 TV 속 사연 깊은 멍냥이들.
구조 과정이 공개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면 어떤 반려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호자와 어떤 만남을 갖게 됐는지,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입양을 가지 못하고 아직 보호소에만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새 가족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줄 수는 없을지..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궁금한 마음을 품었지만 직접 알아볼 수는 없었던 그 궁금증, 동그람이가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지난 2023년 4월 경북 영천시에서 구조된 개 '퐁당이'를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서 만났을 때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아마.. 촬영하기 쉽진 않을 거예요.”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견사에 들어가기 전,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선임활동가는 뒷조사 전담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전에 경고(?)를 들은 덕에 긴장을 조금 했지만, 직접 마주한 주인공은 위협적이라기보다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두려움이 많은 개들의 행동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곤 합니다. 적극적으로 짖으며 가까이 오지 말라고 방어적인 행동을 취하거나, 도망칠 곳을 찾다가 구석으로 가 덜덜 떨곤 하죠.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서 만난 '퐁당이'의 모습. 사람의 손길을 두려워하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동그람이 정진욱


이날의 주인공 ‘퐁당이’(4 · 시바)는 후자였습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퐁당이는 불안한 듯 고개와 눈을 연신 좌우로 움직일 뿐이었습니다. 좀 더 가까이 가보니 퐁당이는 미세하게 몸을 떨고 있었습니다. 들어온 사람을 바라보며 연신 긴장한 듯 입맛을 다시고 자신의 혀로 코를 핥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걸까. 조금만 더 퐁당이에게 다가가봤습니다. 쓰다듬어도 사람을 물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 있어서 거리낌은 없었습니다. 다만, 갑자기 손을 내밀면 퐁당이가 더 위축될 것 같아서 조금 천천히 손을 가져가 봤습니다. 퐁당이는 사람의 손길에 전혀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더 정확히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습니다.

자리를 비워주면 그나마 나을까 싶어 몸을 일으키는 순간, 퐁당이가 구석에서 나와 갑자기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퐁당이는 매우 패닉에 빠진 듯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주체할 수 없는 듯 대변을 지리는 퐁당이의 모습을 보며 더는 촬영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목줄이 생명을 조여와도.. 필사적으로 사람 피하던 개

2023년 4월 경북 영천시에서 작은 목줄에 목이 졸린 채 마을을 배회하던 퐁당이(당시 이름 깜순이)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2023년 4월, 경북 영천시의 한 마을. 이곳 면사무소 부면장 김영복 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면사무소 근처를 배회하는 개 한 마리 때문이었습니다. 김씨는 검은 털을 갖고 있는 탓에 ‘깜순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주기적으로 밥도 챙겨줬지만, 정작 이 개는 사람에게 영 곁을 주지 않았습니다.

목줄 때문이었습니다. 깜순이가 어릴 적에 채워둔 목줄이 성견이 되도록 조정되지 않은 탓에 목줄은 살을 파고들었고, 혈액순환도 원활히 되지 않아 얼굴은 점점 부풀어 올랐습니다. 안타까운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지내던 깜순이는 사람의 손마저 피해 도저히 잡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원래 깜순이는 돌보는 보호자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마당에서 키우던 깜순이가 어릴 적 집을 나서는 바람에 여러 번 포획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면서 더욱 사람을 피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당시 퐁당이는 마을 부면장 김영복 씨가 챙겨주는 밥을 먹으면서도 두려운 마음에 보호의 손길은 피했다. SBS 'TV동물농장' 캡처


그런 깜순이의 곁을 끝까지 지키면서 김씨는 밥을 챙겨주고, 먼발치에서나마 깜순이가 밥을 먹는 것을 지켜봤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는 없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었습니다. 그가 SBS ‘TV동물농장’ 제작진과 동물자유연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이유였습니다.

먹이를 주는 사람의 손길조차도 피하는 깜순이를 구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깜순이는 먹이를 주는 장소가 포획틀로 둘러싸인 것조차도 경계할 만큼 구조가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결국 이런 경우 구조에 성공하려면 섣불리 다가가는 것보다는 포획틀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말고는 왕도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긴 기다림 끝에 포획틀에 들어온 깜순이를 놓치지 않고, 포획에 성공했답니다. 즉시 병원으로 옮겨진 깜순이. 깜순이를 살펴본 박순석 수의사는 “지금 구조하길 천만다행이었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조금만 늦었다면, 목숨을 건지기 장담하기 어려웠다는 뜻이었죠.

그렇게 깜순이는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건지고 퐁당이라는 새 이름을 받아 온센터로 오게 되었습니다.

두려움 많은 퐁당이에게 필요한 곳은 안식처

구조와 치료 이후에도 퐁당이의 목에는 한동안 목줄로 인한 상처가 깊게 남아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퐁당이는 퇴원 후 온센터로 온 뒤에도 한동안 매일 상처를 소독해야 했습니다. 오랜 기간 목줄로 인해 패인만큼, 상처가 아무는 데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피하는 퐁당이의 성격에 상처를 소독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워낙 겁이 많다 보니까, 사람이 안고 소독하려고 하거나, 병원에 데려가려고 할 때 저항을 하곤 했어요.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입질을 하기도 했었죠. 그래도 매일 소독을 했어야 했으니 쉽지 않았죠. 목에 상처가 있으니 목줄도 할 수 없고, 안아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는데….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그래도 활동가들이 최대한 교감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 위해 애쓴 결과, 퐁당이는 보호소가 최소한의 안전을 제공하는 곳이라는 점은 어렴풋이 눈치챈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매일 마주하는 활동가들에 대한 경계심일 뿐, 퐁당이는 낯선 사람의 방문에는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뒷조사 전담팀과의 만남뿐 아니라, 퐁당이가 가족을 만날 때까지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는 대부모들과 만날 때도 구석에 몸을 구기곤 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다 보니 활동가들도 퐁당이를 보러 찾아온 대부모들에게 가급적이면 앉아서 가만히 지켜봐 줄 것을 당부한다고 합니다.

퐁당이는 구석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아직은 두려운 마음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상태라는 게 돌봄 활동가들의 설명이다. 동그람이 정진욱


퐁당이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만큼, 먼발치에서 간식이라도 던져주기로 해봤습니다. 마치 ‘이걸 내가 먹어도 되나?’라고 생각하는 듯 망설이다가 몸을 움직여 주워 먹기를 반복했습니다. 망설이던 사이 함께 지내던 룸메이트가 재빠르게 간식을 낚아채 가기도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퐁당이에게는 어쩌면 다른 개들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혼자 보낼 시간이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것은 이 활동가도 마찬가지 생각이었습니다.

겁이 많은 퐁당이 같은 친구들이 사람과 갑자기 극적으로 바뀔 순 없어요. 변화의 속도는 아마 느릴 거예요. 그러니 조용한 곳에서 퐁당이에게 쉴 시간을 마련해 주실 분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입양이 아니라 임보라도 좋아요.
다행인 건 퐁당이도 많이 두려워하고 있지만, 구석에만 있고 싶은 건 아닌 것 같아 보인다는 점이에요. 요새 들어 구석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고 있어요. 눈치를 보다가 후다닥 구석으로 가는 모습들이 그렇죠. 언젠가는 자기 발로 박차고 나올 날이 있을 텐데 그걸 도와주실 분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선임활동가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email protected]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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