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용어사전 > 세계한잔 ※[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오는 1일 멕시코에선 세계 최초로 모든 법원의 판사를 국민 투표로 뽑는 '판사 직선제'가 실시된다. 지방선거와 같이 열리는 판사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대법관 9명을 포함해 법관 881명을 뽑게 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는 판사 지원자 1만8000명 중에서 후보 3442명을 추렸다. 문제는 후보 선발 과정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매체는 "법대 출신으로 5년 법률 관련 경력을 지니고 추천서 5통을 내면 누구나 후보로 등록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후보 검증을 위한 면접도 불과 몇 분만에 끝났다고 한다. 일례로 마약왕 엘 차포(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의 변호사였던 실비아 델가도 가르시아는 북부 치와와주(州)에서 판사로 선출되기 위해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2016년 마약왕 엘 차포의 변호사였던 실비아 델가도 가르시아가 2025년 4월 27일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다가오는 판사 선거를 앞두고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르시아는 북부 치와와주에서 판사로 선출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멕시코 의회는 지난해 9월 판사 직선제를 위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집권 모레나당 관계자는 "판사 직선제가 사법부를 더욱 민주화하고, 부패와 족벌주의를 척결하며 사법 접근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관 후보인 올리비아 아기레 보닐라는 이코노미스트에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면서 "유권자들이 뽑은 판사들을 믿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멕시코에선 그간 사법 불신이 심했다. 지난 30년간 멕시코에선 범죄의 90% 이상이 신고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신고된 사건 중 유죄 판결로 이어진 경우는 14%에 그쳤다. 상원 의장인 헤라르도 페르난데스 노로냐는 이코노미스트에 "과거 판사 임명제 하에서 판사들은 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면서 "판사들은 정치적, 경제적 이익에 반응했고 법치를 어긴 건 바로 판사들 자신이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에서 유권자가 직접 판사를 뽑는 '직선제 요구'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그러나 판사 직선제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멕시코자치 공과대(ITAM)의 훌리오 리오스 교수는 "모든 판사를 선출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2024년 9월 12일 멕시코 시티 의회에서 사법 개혁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멕시코에서는 마약밀매 등 범죄 조직이 사법 시스템을 장악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매체는 "범죄 조직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판사를 죽이거나 위협할 수 있다"면서 "일부 범죄 조직은 자체 판사 후보를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 조직이 판사 선거를 쥐락펴락할 경우, 판사 부패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고등법원 판사가 선출되는 유일한 국가는 볼리비아다. 볼리비아 대법원 판사들은 2011년부터 선출됐다. 하지만 판사 선거와 정치적 논리가 얽히면서 법원의 권위가 약화했다. 이에 지친 볼리비아 국민은 선출 자체에 관심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최근 고등법원 판사 선거에 투표한 볼리비아 국민의 40%가 무효표를 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036 대선 후보 공약은 어디서 보나요? 공약집 보는 법 A to Z [영상] 랭크뉴스 2025.05.25
48035 "사전투표제 폐지" 주장했던 김문수, 돌연 "걱정말고 사전투표 해달라" 랭크뉴스 2025.05.25
48034 “윤석열, 나라 망쳐놔”…‘계엄 심판론’에 중립지대 원주 바뀌나[6·3 ‘격전지’를 가다] 랭크뉴스 2025.05.25
48033 李, 충남 찾아 “사전투표 많이 해 필승하게 해 달라” 랭크뉴스 2025.05.25
48032 '핫플' 찾은 이준석 "미래지향적 후보‥권영국 "잘못된 세습 바꾸자" 랭크뉴스 2025.05.25
48031 "돈 없어 단일화" 국힘 보란듯…이준석 '악필 공보물' 보냈다 [대선 비하인드] 랭크뉴스 2025.05.25
48030 인천 백령도 해상서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 사체 발견 랭크뉴스 2025.05.25
48029 '거북섬 웨이브파크' 뭐길래... 온라인 공방 벌이다 형사고발까지 랭크뉴스 2025.05.25
48028 국민의힘·이준석 “거북섬은 유령섬”…민주당 “발언 조작, 고발” 랭크뉴스 2025.05.25
48027 김문수, '당정 관계 재정립'으로 윤석열과 거리두기 시도‥"박근혜 명예 회복돼야" 랭크뉴스 2025.05.25
48026 김문수, '윤석열·아스팔트 우파'와 거리두기... 본격 외연 확장 행보 랭크뉴스 2025.05.25
48025 스마트폰 관세 압박 덮친 삼성전자… 투자자들 ‘안갯속’ 랭크뉴스 2025.05.25
48024 “나의 선수를 피 묻은 SPC 빵에 끼워팔지 말라”…크보빵 불매운동 확산 랭크뉴스 2025.05.25
48023 설난영 "앞으론 법카 사용 마세요"…SNL 출연해 김혜경 비판 랭크뉴스 2025.05.25
48022 딸은 다 알면서 담요 던졌다…"한강에 가자" 엄마의 죽음 랭크뉴스 2025.05.25
48021 "이대로라면 정말 큰일 난다…수억명 대이동 불가피" 해수면 급상승 우려 랭크뉴스 2025.05.25
48020 '민심 풍향계' 충남 찾은 이재명... "주가조작땐 완전 거지 만들 정도로 혼낼 것" 랭크뉴스 2025.05.25
48019 [현장+]"사전투표 참여해달라"…'부정선거' 선 그은 김문수 랭크뉴스 2025.05.25
48018 이재명·김문수 “충청 민심 잡아라” 중원 격돌 랭크뉴스 2025.05.25
48017 "즐겁고 신나는 날" 어깨춤…강릉 해변서 '생전 장례식' 치른 박정자 랭크뉴스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