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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나이스와의 소송전서 최종 승리
대법, 1심 뒤집은 항소심 판단에 “잘못 없다”
[법알못 판례 읽기]


코웨이 아이콘 얼음정수기. 사진=코웨이


국내 정수기 렌털 업계 1위 기업인 코웨이가 얼음정수기 제빙 기술의 특허를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11년 만에 승리를 확정 지었다. 경쟁 업체인 청호나이스가 2014년 코웨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대법원이 코웨이 측 손을 들어주면서다.

3차례 특허심판원 심결, 4차례 특허·고등법원 판결, 4차례 대법원 판결 등 지난한 공방 끝에 최종 승소한 코웨이는 당분간 법적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쟁사들을 상대로 여러 건의 특허 소송을 제기해 둔 터라 업계 전반에 긴장감은 지속될 전망이다.

7년 만에 뒤집힌 판결, 대법원서 확정


지난 5월 15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청호나이스가 코웨이를 상대로 낸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청호나이스 측 상고를 기각했다. 코웨이가 청호나이스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청구 범위 해석이나 구성 요소의 동일성 및 특허권 침해 등에 관한 법리 오해, 이유 불비, 이유 모순, 심리 미진, 채증법칙 위반, 판단 누락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이 소송의 기원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 청호나이스는 자사가 특허로 출원한 ‘냉온정수시스템’에 적용된 기술을 코웨이가 무단으로 베껴 유사한 제품을 생산·판매했다며 소송을 냈다. 냉온정수시스템이란 하나의 증발기로 제빙과 동시에 냉수를 생성할 수 있는 장치다.

2015년 2월 1심 재판부는 청호나이스 측 주장을 받아들여 코웨이가 청호나이스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특허법 규정에 따라 코웨이에 해당 기술이 적용된 정수기의 생산을 중단하고 관련 설비를 폐기함과 동시에 청호나이스 측에 100억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코웨이 제품의 기술 구성이 청호나이스 제품과 “균등한” 것이라면서 코웨이가 청호나이스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코웨이의 특허권 침해가 없었다면 청호나이스가 냉온정수시스템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이과수 얼음 정수기’를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코웨이가 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약 7년 뒤인 2022년 7월 2심 재판부는 청호나이스 측 청구를 기각하며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집었다.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코웨이 사옥 전경. 사진=코웨이


“특허 보호 범위,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반해야”


항소심 재판부는 1심 법원과 달리 코웨이 제품의 일부 단계별 작동 원리가 청호나이스 제품과 다르다고 봤다. 청호나이스는 코웨이 제품에서 냉수탱크로 유입된 물이 순환펌프에 의해 회전이 가능한 물받이로 순환되는 부분이 자사 제품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냉수탱크로 유입된 물이 순환펌프에 의해 제1정수탱크로 보내지고 이 탱크로부터 다시 물받이로 보내진다”는 점에 기반해 차이가 있다고 봤다. 코웨이 제품 물받이의 단면이 반원형이 아니라는 것도 청호나이스 제품과 주요하게 다른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청호나이스는 물받이로 유입된 물이 제빙수단의 증발기에 의해 냉각과 동시에 순환되면서 냉수가 생성되고, 동시에 냉수탱크에 저장된 냉수를 원수로 제빙이 이뤄지는 부분에서도 특허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하나의 증발기에 의해 냉수와 얼음이 생성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면서도 “청호나이스의 제품은 물받이로 유입되는 제빙원수가 냉수탱크로부터 공급되는 반면 코웨이 제품은 제1정수탱크로부터 공급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판단했다.

같은 논리에서 순환펌프, 안내판 등 제품의 세부 구성 요소도 기술적 관점에서 양사 제품 간에 차이가 있어 특허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결론 냈다. 제빙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청호나이스가 특허를 낸 기술은 미리 만들어 둔 냉수로 직접 제빙하는 방식인 반면 코웨이 제품은 냉수를 미리 만들어 제빙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재판부는 특히 코웨이 제품이 “‘냉수’(일정 온도 이하인 저온의 물)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려운 12∼16℃ 온도의 물로도 얼음을 만든다”면서 청호나이스 특허의 핵심인 ‘냉수를 제빙원수로 사용’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같은 항소심 재판부의 논리에 수긍했다. 그러면서 특허의 보호 범위와 관련 “설명이나 도면 등으로 보호 범위를 확장하거나 제한하는 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청구 범위에 적힌 사항은 설명·도면 등을 참작해야 그 기술적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므로 설명·도면 등을 참작해 문언의 기술적 의의를 고찰한 다음 객관적·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실제 2심 판결문에는 1심 판결문에는 없었던 정수기 내부 구조 관련 도면이 여럿 기재됐다. 2심부터 코웨이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광장에서 양사 제품 구성을 다룬 개략도와 얼음의 이동 흐름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내용을 논증 자료로 제시한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코웨이 측은 “양사의 얼음 정수기는 제빙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은 당연한 결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돋보기]

정수기 특허, 끝나지 않은 전쟁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간 분쟁은 우리나라에서 제기된 특허침해 소송 중 최장기간 지속되는 기록을 썼다. 소송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관련 소송도 복잡하게 가지를 쳤다.

코웨이는 2015년 청호나이스의 얼음정수기 특허의 등록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등록무효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했다. 청호나이스는 설계도면을 구체화하는 등 특허 내용 일부를 변경하는 정정청구로 대응했고 특허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여 코웨이가 청구한 무효 심판을 기각했다.

그러자 2016년 코웨이는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특허법원에 냈고 특허법원은 코웨이 측 손을 들어줬다. 청호나이스는 상고를 제기하면서 특허심판원에 또 한 차례 정정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이 청호나이스 측 청구를 인용, 확정하면서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특허법원이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 뒤로 특허심판원 심결에 대한 취소 소송, 특허법원 판결에 대한 상고 등이 몇 차례 반복되다 2021년 대법원은 청호나이스의 특허 자체는 유효하다고 최종 결정했다.

냉온정수시스템 특허 기술을 놓고 장기간 이어져 온 청호나이스와의 전쟁은 일단락됐으나 코웨이는 다른 경쟁 업체들을 상대로 여러 건의 특허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24년 4월 코웨이는 쿠쿠홈시스가 출시한 ‘제로100 슬림 얼음 정수기’가 자사의 ‘아이콘 얼음 정수기’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며 판매 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같은 해 8월 교원웰스를 상대로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 교원웰스의 ‘아이스원 얼음 정수기’의 외관과 주요 기술이 아이콘 얼음 정수기와 유사하다는 취지였다.

오랜 법적 다툼을 이어 온 청호나이스를 상대로도 추가로 제기된 소송이 있다. 청호나이스의 ‘러블리트리 얼음 정수기’, ‘아이스트리 얼음 정수기’ 등이 자사 제품의 디자인 및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한 지식재산권(IP) 전문 변호사는 “우리 기업들이 과거에는 특허를 활용해 제품화하는 데 그쳤다면 이젠 특허를 쌓아두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익화해 보자는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며 “특허를 수익화하려면 라이선스 확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서우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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