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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 파운드리(위탁생산)가 반도체 사업부와 갈라설 수 있을까.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 사업 인적분할을 발표하자 다시 관심을 끄는 이슈다.

삼성의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어 사업 영역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신약·복제약 개발(삼성바이오에피스) 사업으로 분할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를 10월 신설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가 관할하는 식으로 ‘교통정리’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노바티스 같은 고객사와 ‘이해충돌’ 우려에도 불구하고 CDMO와 신약개발의 두 바퀴를 굴려왔다. 연구개발(R&D) 기간이 긴 신약 개발에 CDMO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할 수 있는 데다, 개발한 바이오 의약품을 일괄 생산할 수 있는 강점이 있어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DS) 사업부문에서 파운드리사업부를 떼어내지 않고 설계·위탁생산을 함께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남는 선택을 고수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다.

애플과 엔비디아·퀄컴 등 설계만 하는 ‘빅 테크’ 입장에선 삼성 파운드리에 일감을 줄 경우 자칫 설계 정보가 삼성의 시스템LSI(설계) 사업부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파운드리를 분사할 경우 이같은 이해충돌 우려를 사전 차단할 수 있다. ‘수주 가뭄’을 해소할 단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과거 보고서에서 “만성적자 구조인 파운드리 부문을 분사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사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곳곳에 있다. 먼저 바이오와 달리 파운드리의 ‘홀로서기’가 쉽지 않다. 3나노 이상의 첨단 공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양품 비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빅테크 수주가 쉽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1등인 대만 TSMC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다. 전 분기 대비 2.4%포인트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1%로 같은 기간 1.0%포인트 줄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트랜드포스]

수주가 가물다 보니 파운드리가 실적의 발목을 잡는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이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증권가는 메모리 사업부에서 3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냈지만,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에서 2조원가량 적자를 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결국 기술이 중요하다”며 “분사하더라도 파운드리 수율부터 확보하는 게 선행 과제”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시너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수주 측면에서 DS 부문은 그늘이지만 아직 제대로 영글지 못한 파운드리가 ‘기댈 언덕’이기도 하다.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부는 경기도 화성·평택캠퍼스 부지는 물론 생산라인이 있는 건물까지 공유하는, 한 몸 같은 관계다. 삼성전자 스스로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일괄 제공하는 ‘턴키 솔루션’을 최대 강점으로 마케팅해왔다. 막상 삼성전자 꼬리표를 떼면 파운드리 수주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무시 못 한다.

분사가 바이오 사업부와 다른 ‘대수술’이란 점도 걸림돌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파운드리 생산라인 1개를 까는 데만 약 20조원 이상 들어간다. 바이오와 비교 불가한 규모”라며 “대규모 투자를 통한 ‘규모의 경제’가 극대화한 반도체 사업에서 현재 파운드리사업부가 독자적으로 자본투자를 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기존 주주를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파운드리 분사와 관련해 이재용 회장의 가장 최근 언급은 이렇다.

“우리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갈망(hungry)한다. 분사에는 관심이 없다.”(지난해 10월, 한-필리핀 비즈니스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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