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해 개봉한 '범죄도시4'는 상영 점유율 82%에 달하며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기록(80.9%)을 뛰어넘었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이맘때쯤 프랑스 파리에서 산책하다 작은 극장을 발견했다. 4층 높이 오래된 건물에 들어선 곳이었다. 건물 규모에 비해 놀랍게도 7개 관으로 구성돼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와 ‘스턴트맨’을 비롯해 8편이 고루 상영 중이라 더 놀라웠다. 한국 멀티플렉스보다 덩치는 훨씬 작지만 상영작들은 더 ‘멀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영화 사업자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 중앙이 최근 합병을 발표했다. 핵심은 두 회사의 멀티플렉스체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결합이다. 롯데시네마(915개)와 메가박스(767개)의 합병이 완전히 이뤄지면 상영관 수(1,682개)에서 1위 업체 CGV(1,346개)를 앞지른다. 극장업계는 ‘빅3’에서 양강 체제로 재편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극장가가 불황의 늪을 헤쳐 나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극장가 불황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마냥 감염병 탓만 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영화진흥위원회 보고서 ‘2024년 한국 영화 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극장 매출은 1조1,942억 원이다. 코로나19 직전 최고 호황기였던 2019년(1조9,139억 원)의 53% 수준이다. 지난해 전 세계 극장 매출은 335억9,900만 달러였다. 2019년의 87.2% 수준이다.

국내 극장들만 되살아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쏠림 현상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유명 배우와 유명 감독들이 OTT와 손잡고 일하니 관객이 즐길 만한 한국 영화가 줄어든 건 맞다. 홀드백 기간의 붕괴 역시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예전에는 일정 기간을 거친 후 OTT로 갔던 영화들이 극장 상영이 끝나자마자 OTT로 직행하고 있다. OTT 한 달 이용료에 해당하는 관람료를 들여 굳이 극장에 갈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스타 배우와 감독이 영화를 다시 만들고, 홀드백이 재정립된다고 극장이 부활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국내 극장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다양성 부족이라는 생각에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한국 대작에만 몰아주기 상영을 해서는 떠난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없다. 코로나19 이전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이 상영 점유율 80.9%(10번 상영하면 8번이 ‘어벤져스’였다는 의미)를 차지해 큰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해 ‘범죄도시4’는 82%로 ‘신기록’을 세웠다. 불황에 신음하니 극약에 더 손이 가는 식이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 중앙은 합병을 선언하며 ‘차별화된 상영 환경 구축’을 내세웠다. 여전히 ‘하드웨어 개선’ 운운하고 있는 셈이다. 극장 불황은 쉬 끝나지 않을 듯하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738 팔란티어, 전쟁 끝나도 뛴다…이 뉴스 터지면 그때 팔아라 랭크뉴스 2025.05.25
47737 ‘12·3계엄 인권침해’ 묻자 “윤석열 방어권 권고” 답한 인권위···소수자 대책은 회피 랭크뉴스 2025.05.25
47736 “전광훈에 눈물 흘렸잖아” vs “부정선거 주장했잖아” 맞고발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5.25
47735 매일유업이 샤브샤브를 만든다고?...준비만 2년 걸린 ‘샤브식당 상하’ 랭크뉴스 2025.05.25
47734 ‘12·3계엄 인권침해’ 묻자 “윤석열 방어권 권고했다” 답변한 인권위···소수자 대책은 회피 랭크뉴스 2025.05.25
47733 'SKT 해킹' 개인정보 분쟁조정 신청 수백명…"정부 대응 소극적" 랭크뉴스 2025.05.25
47732 대통령감은 누구인가?…대선 TV토론 속 진짜 리더의 민낯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랭크뉴스 2025.05.25
47731 "대선 때 투표 고민되면 경실련 '정당선택도우미' 사용해 보세요" [인터뷰] 랭크뉴스 2025.05.25
47730 자다 깨보니 집앞에 화물선이…노르웨이서 좌초 사고 랭크뉴스 2025.05.25
47729 ‘월세 뉴노멀’… 단독·다가구 임대차 거래, 10건 중 8건이 월세 랭크뉴스 2025.05.25
47728 이재명에게 한 초고속 재판, 우린 왜 안 되나요···약자들의 '지연된 정의' 랭크뉴스 2025.05.25
47727 “한국에 엄청난 기회”...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속도 랭크뉴스 2025.05.25
47726 ‘국내 최장기 특허 소송’ 11년 얼음정수기 전쟁…코웨이 ‘판정승’ [장서우의 판례 읽기] 랭크뉴스 2025.05.25
47725 [대선공약] 李도 金도 '간병비 급여화'…건강보험 재정 확보가 관건 랭크뉴스 2025.05.25
47724 사모펀드로 넘어가기 직전인 롯데렌탈…직원들은 뒤숭숭 랭크뉴스 2025.05.25
47723 또 경영권 분쟁? 한진칼-호반 지분 경쟁···주주이익 빠진 채 되풀이되는 ‘쩐의 전쟁’[산업이지] 랭크뉴스 2025.05.25
47722 전문가들 "한은, 0%대 저성장 위기에 29일 기준금리 낮출것" 랭크뉴스 2025.05.25
47721 김문수·이준석, '마이웨이' 가나…단일화 '1차 시한' 넘겨 랭크뉴스 2025.05.25
47720 [똑똑한 증여] “재혼 전 받은 재산까지 토해내”… 아버지 사망 후 돌변한 새엄마 랭크뉴스 2025.05.25
47719 한해 지구 1049바퀴…서울 지하철 기관사 허리 ‘빨간불’[일터 일침] 랭크뉴스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