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인사이드] “6·3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정당의 이면과 속살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2일 청주 육거리시장을 찾아 김문수 대선 후보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6·3 대선 한복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윤석열(친윤)계를 청산하자며 정풍운동을 하고 있다. 대선에 패배할 경우 곧장 시작될 당권 투쟁을 염두에 두고 친윤계에 책임을 묻고 새로운 보수를 건설하겠다는 명분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한동훈(친한)계는 한 전 대표의 이런 움직임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한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21일), 충북 청주와 강원도 원주(22일) 등 김 후보와 별개로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오는 25일 오후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일대를 돌며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유세를 거듭할수록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윤계를 때리는 한 전 대표의 톤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유세에선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해 “당을 충분히 뽀개놓았다. 이제 본인들 있을 곳으로 가라”며 “(더불어)민주당으로 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친윤 떨거지들 호구가 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날 페이스북에는 친윤계 인사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측에 단일화하면 당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개혁신당 관계자의 폭로를 두고 “친윤은 윤석열·김건희 망상을 옆에서 자극하고 이용해 나쁜 정치를 해 온 사람들”이라며 “이번 대선은 친윤 구태를 청산하는 혁신의 장이 돼야 한다”고 적었다.
한 전 대표의 ‘친윤계 청산’ 발언은 대선 후 당권을 잡기 위한 선제적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대선에 패배한다면 열릴 당권 투쟁에서 친윤계에 밀리지 않기 위해 강하게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친한계 인사는 23일 통화에서 “친윤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며 “그들이 누군가 숙주를 내세워 생존을 모색하더라도 파괴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에 지면 한동훈 때문에 정권이 망했다고 주장할 친윤계와 함께 하긴 어렵다”며 “한 전 대표가 빈틈을 주지 않으려 개혁의 페달을 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정치 신인인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당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을 밀어낸 정풍운동의 데자뷔라는 시각도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의 이런 움직임이 김 후보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가 유세한 부산과 대구에서 김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올랐다”며 “보수에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 간접적으로 김 후보 지지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후보와 당이 못하는 ‘윤석열과 절연’ 목소리를 한 전 대표가 냈다”며 “이재명이 싫은데, 김문수한테도 손이 안간다는 사람들에게 김문수를 지지할 명분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