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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한 마약탐지견은 나고 자란 훈련센터로 돌아와 교관의 돌봄을 받으며 견생2막을 준비한다. 특히 집단 사육견이 아니라 가정견으로 오롯이 사랑받을 기회를 주기 위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입양자를 모집한다.

“듀크는 제가 마약 탐지요원으로 입사한 2019년 이후 늘 저와 함께 인천공항을 누볐습니다. 듀크 덕에 마치 보물찾기라고 하듯이 즐겁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듀크야, 너는 내 인생 최고의 파트너였어. 부디 좋은 가족 만나서 앞으로는 좋아하는 수건 놀이도 실컷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렴.”
-마약 탐지요원 안희찬씨
지난 20일 오전, 인천에 위치한 관세청 산하의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 축구장 5개 면적의 넓은 부지 한켠 건물에 들어가자 공항 출국장을 옮겨놓은 듯한 훈련장이 나옵니다. 컨베이어벨트와 여행용 가방들, 여행객을 모방한 마네킹까지 실제 공항 모습 그대로입니다. 스위치를 누르자 요란한 소음을 내며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듀크, 이리와!” 안희찬 요원이 부르자 얼굴을 덮을 듯 거대한 귀를 펄럭이며 20㎏급 갈색 중형견이 훈련장 입구에 섰습니다. 8살 베테랑 탐지견 듀크입니다. 듀크는 탐스러운 귀가 특징인 스프링거 스파니엘. 레브라도 리트리버와 더불어 민간인 접촉이 잦은 공항 탐지 임무를 수행하는데 최적화된 견종입니다.

“듀크, 찾아!”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듀크가 코를 킁킁대며 마네킹과 수하물 사이를 달립니다. 여행용 가방과 마네킹 옷 속에 숨겨진 메스암페타민(필로폰), 대마, 코카인 등 3종의 마약류를 찾는 것이 오늘의 임무. 냄새가 새지 않도록 겹겹이 포장한 마약류를 찾아내야 하는 고난도 과제입니다. 고작 10초쯤 지났을 때 마네킹 사이를 누비던 듀크가 8번째 마네킹 앞에 앉더니 팔에 걸린 가방을 코로 톡톡 건드립니다. 마약을 발견했다는 신호입니다. 가방을 열자 코카인이 담긴 작은 비닐이 나왔습니다.

탐지견훈련센터에서 진행된 8살 퇴역견 듀크의 마약탐지 시연. 비록 체력 저하로 은퇴했지만, 현역 못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임무를 달성하면 보상을 받습니다. 탐지견이 좋아하는 보상은 공, 손수건 등 입으로 물 수 있는 작은 장난감입니다. 마약이 담겨있던 가방을 향해 손수건을 던지자 듀크는 손수건을 물고 뜯으며 한껏 신이 났습니다. 안 요원은 “탐지견은 지치거나 싫증을 느끼면 탐지를 중단한다”며 “탐지요원은 파트너인 탐지견이 임무를 놀이처럼 느끼도록 적절히 보상하고, 멈춰야 하는 시점도 예민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내친김에 듀크는 마네킹 옷 안에 감춘 필로폰, 여행가방 속 대마 뭉치까지 발견했습니다. 감춰둔 마약류를 모두 탐지하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간 후각 1만배…대한민국 지키는 40개의 코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듀크. 그런 듀크에게도 은퇴의 날은 다가왔습니다. 마약탐지견은 보통 7~8세를 전후로 은퇴합니다. 이 나이쯤 되면 3교대로 돌아가는 공항 탐지견 생활을 감당하기에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슬픈 일만은 아닙니다. 성실히 봉사한 탐지견에게 좋은 가정에서 견생 2막을 열어주자는 뜻도 있으니까요. 실제 현장에서 확인해본 듀크의 마약 탐지 기량은 여전히 뛰어났습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탐지견은 40마리쯤 됩니다. 여객과 화물이 오가는 공항과 항구에 배치돼 사람보다 1만배나 뛰어난 후각 능력으로 마약, 폭발물 등을 발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요. 예민한 후각으로 수영장 물에 떨어뜨린 한 방울의 피도 알아챌 정도라고 합니다. 활약도 대단해서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마약 밀수 3800여건 가운데 600건은 탐지견이 발견했습니다.

육성 과정은 엄격합니다. 우선 후보견들을 확보한 뒤 성장기에 사회화 교육 8개월, 탐지훈련 4개월을 마치면 탐지견으로 현장에 투입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60% 정도의 훈련견들은 탈락한다고 합니다.

7~8살 무렵 퇴역한 뒤에는 탐지견센터에서 견생 2막을 준비합니다. 전문 관리사들이 상주하는 탐지견센터도 퇴역 탐지견들이 여생을 보내기에 부족함 없는 시설입니다. 그래도 센터의 집단생활을 가족을 만나는 행복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탐지견센터 박정원 팀장은 “탐지견센터의 환경이 우수하다고는 해도 결국 한 직원이 여러 마리를 동시에 돌봐야 한다”며 “온 가족의 사랑을 오롯이 받는 가정견의 삶에는 비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육아도 임무…모견도 가족 모집해요

탐지견센터에는 퇴역한 탐지견뿐만 아니라 다른 개들도 입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탐지견에서 탈락한 60%의 훈련견과 이들을 낳고 기른 모견들이죠. 탈락한 개들이니 건강이나 사회성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두 평균보다 지능이 높은 영리하고 건강한 개들이라고 합니다. 박 팀장은 “탐지 업무에 부적합할 뿐 최고의 명견들”이라며 “센터에서 사회화 교육까지 마친 상태여서 반려견으로 손색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8살 리트리버 보니는 예비 탐지견들을 낳고 길러낸 모견 임무를 마치고 입양 대기 중입니다. 보니는 지난 4년간 이경민 관리사의 전담 돌봄을 받으며 지냈습니다. 눈만 마주쳐도 걷다 멈추다를 해낼 만큼 둘의 호흡이 척척 맞았습니다.

퇴역견 듀크와 보니의 일상 모습. 장난감 놀이를 즐기고 보호자와의 스킨십을 좋아하는 등 여느 반려견과 다르지 않다.

탐지견처럼 모견 보니도 장난감을 무척 좋아하더군요. 수십 m 거리에 공을 던져도 빠르게 달려가 주워 왔습니다. 체력이 어찌나 좋은지 공을 20번 넘게 던져줬는데도 놀이를 계속하자고 조르더군요. 하지만 점점 뜀박질이 느려지더니 30번째가 되자 숨이 턱에 걸렸습니다. 그래도 공놀이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 관리사는 “보니는 지난 4년간 가장 깊이 정을 나눈 친구”라며 “공 하나만 던져줘도 이렇게 행복해하는 착한 보니에게 좋은 보호자가 나타나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퇴역 탐지견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탐지견센터의 관리사·교관에게도, 현장에서 함께 마약탐지 업무를 수행한 탐지요원들에게도 퇴역견 입양은 기쁜 소식입니다. 그렇다고 이별의 순간이 슬프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훈련할 때는 엄격해 보였던 탐지요원들은 입양 얘기에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7년을 함께한 탐지견의 목줄을 지난달 손수 입양자에게 전달했다는 정희찬 교관. 그는 “탐지견은 제게 동료와 마찬가지”라며 “가족 품으로 보내는 기쁜 날이었지만 이별이 슬퍼서 가슴으로 울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훈련 시연을 보여줬던 듀크의 파트너 안 요원도 “지난 7년간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누빈 듀크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며 “좋은 입양자를 만나서 그곳에서 편안하게 생활하고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랜 임무를 마친 탐지견들이 견생2막을 함께할 입양자를 기다립니다. 관심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대한민국을 지키는 마약탐지견, 듀크와 보니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현역 못지 않은 체력과 영리함, 탐지견 듀크
- 8살, 스프링거 스파니엘 (중성화 수컷, 22kg 내외)
- 건강하며 스킨십을 좋아함. 장난감 놀이를 즐김
- 아파트 등 공동주택 생활 가능

▲후보견들을 낳고 돌본 자상한 리트리버, 보니
- 8살, 레브라도 리트리버 (중성화 암컷, 25kg 내외)
- 스킨십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 장난감 놀이를 즐김
- 아파트 등 공동주택 생활 가능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정보를 참조해주세요
- 입양신청서 forms.gle/DYRVMnjLmvhBMLAW9
- 탐지견훈련센터 문의(032-722-4851)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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