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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文 형사재판 같은 법원서 진행
2명 동시 같은 법원 재판도 3번째
6명 중 4명 유죄판결·중형 확정

한국 대통령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도 기소되면서 민주화 이후 형사 법정 심판대에 오른 전직 대통령은 모두 6명으로 늘었다. 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동시에 같은 법원에서 진행되는 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진영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동시에 진행하게 된 법원 내부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현복)에 배당된 문 전 대통령 뇌물 혐의 재판은 아직 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재판은 오는 26일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5차 공판기일이 열린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장기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헌정사 최초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속 기소됐던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7일 구속이 취소됐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이며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 2억여원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다. 전직 대통령 중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과 딸 다혜씨 부부가 ‘경제적 공동체’로 뇌물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문 전 대통령 측은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고 검찰이 충분한 해명 기회 없이 ‘벼락 기소’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먼저 기소된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의 재판과 문 전 대통령 재판 병합을 신청하자 “변태적 병합 신청”이라며 반발하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수사 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되면서 법원은 보안 문제로 고심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은 1·2차 공판기일에는 법원이 경호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지하주차장을 통해 들어왔지만 세 번째 기일부터는 지상 출입구로 출입해 포토라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 전 대통령 측에서도 지하주차장 출입 등을 요청하면 법원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 재판부는 주 1회 이상 집중심리를 진행할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재판이 같은 날 동시에 열릴지도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은 역대 대통령은 모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재판받았고 윤 전 대통령도 417호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도 이 법정을 사용하게 되면 재판이 같은 날 열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직 대통령이 형사 법정에 서는 잔혹사가 반복되는 것은 대통령 개인은 물론 한국 사회에도 불행한 일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직 대통령 중 이미 4명에게 유죄 판결과 중형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과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인용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파면됐다.

두 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같은 시기 진행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앞서 노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 21일 구속 기소됐고 하늘색 수의를 입은 채 함께 재판받았다. 이들은 12·12 군사쿠데타 및 비자금 뇌물 사건 등 혐의를 받았다. 1997년 대법원에서 전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시기에 재판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돼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2018년 1~2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및 공천개입 혐의로 잇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 국정농단 사건 재판 도중 재판을 ‘보이콧’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0년, 공천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다만 유죄가 확정된 대통령들이 모두 사면되면서 대통령 사면권이 정치적 타협 수단으로 남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복되는 전직 대통령의 기소를 두고 법원 내에서는 극단적 양극화 속 ‘서부지법 사태’와 같은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대한 ‘좌표찍기’ 문제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 고위 법관은 “지지층이 혹시 모를 소요를 일으킬 가능성 때문에 법원 내 긴장감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정치의 사법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이 재판하는 법원에도 독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 재판은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룰이라고 생각하고 판결을 기다려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진영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5년 단임제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대통령에게 막대한 권한을 몰아주는 대신 임기 말 정치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필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승자독식 방식의 왜곡된 정치제도 속에서 권력을 둘러싼 갈등이 점점 생사의 다툼, 상대방 발목잡기 경쟁이 되고 있다”며 “권력을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분산시켜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을 없애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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